박원중(삼일공업고등학교 교사)


인간의식에 관한 연구자이자 의식진화설을 제기한 데이비드 호킨스의 저작 <의식혁명>을 얼마 전에 읽었다. 저자는 20여 년 동안 수많은 임상실험과 연구를 통하여 인간의식의 전반에 대한 연구성과를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내었다. 이 책에서는 한 개인의 의식뿐만 아니라 그 사회와 국가의 의식수준을 평가하여 수치화 함으로써 한 사회의 현 수준과 지향점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는 의식수준의 평균점을 200점에 두고 200점 아래의 의식은 갈등, 두려움, 공포, 배타심, 독선, 죄의식, 욕망, 무기력, 증오심 등이 지배한다고 말한다. 이 세계에서는 증오와 갈등이 지배하는 의식의 집합체들이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사회전체가 그 영향권 아래에서 지배당한다고 본다. 반면 200점 이상의 의식세계는 용기, 중용, 자발성, 포용, 이성, 사랑, 기쁨,  이해, 깨달음의 의식이기 때문에 이러한 사람들이 많은 사회는 사회정의가 실현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관용과 이해가 사회전반에 흐르는 사회라고 하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해방이후 우리 사회를 역사적 맥락이 아니라 의식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았다. 타자에 의한 분단은 해방이후 수많은 진보된 의식들을 죽음으로 내몰았고, 용기 있고 자신의 이익보다 민족전체의 권익을 위해 행동한 고양된 의식(호킨스는 이러한 사람들의 의식 수준을 300이상이라고 보았다)들이 생명을 잃었다. 그리고 우리 사회를 지배한 자들은 폭력과 이기적 욕망(의식수준 150이하)으로 가득 찬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폭력과 증오(의식수준 50이하) 그리고 공포와 두려움(의식수준 100이하)으로 우리를 지배하였다.....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내가 살았던 곳은 경상북도 최(最) 오지(奧地) 청송이었다. 첩첩산중의 순박한 산골 아이들에게 선생님은 증오심을 길러냈다. 초등학생이 보아서는 안될 엽기적인 사진들을 보여주면서 민족의 반쪽사람들을 뿔 달린 늑대라고 하며 갈기갈기 찢어 죽여야 한다고 하였다. 매 분기마다 반공 웅변대회가 열렸다. 목청껏 절규하며 증오를 유발하는 학생이 1등을 하였다.

서울로 전학한 첫 날 중학교 현관에서 처음 접한 것은 반공 포스터들이었다. 지금도 기억에 생생한 작품 하나는 프레스기에 빨간 옷을 입은 어떤 혹이 있는 남자의 얼굴이 끼어있고 파란 옷을 입은 학생이 프레스기를 돌리는 장면이었다. 대상을 받은 작품이었다. 얼굴 반쪽은 기계 틈에서 부셔져 있고, 고통에 일그러진 표정이 기억 속을 떠나질 않아  며칠동안 잠을 설쳤다. 우리 사회가 지극히 정상적인 사회라면 이 작품을 제작한 학생은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을 것이다.

지금껏 우리가 살아온 사회는 증오와 적대감이 조장되는 사회였다. 지배자들의 의식수준이 그것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지배자들이 수십 년 동안 우리를 지배했건만 이 땅의 사람들의 의식은 괄목하리만큼 진화하였다. 두 소녀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수십 만 명이 자발적으로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었고 화해와 평화를 그리고 반전을 외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무기력(의식수준50)하고 두려움(의식수준100)에 지배당하던 의식들이 용기(의식수준200)와 자발성(의식수준310)을 획득한 것이다.

증오의 통일교육을 받은 사람들의 행태가 어떠한 지가 지금 나타나고 있다. 민족이 타 민족의 지배로부터 해방된 날에 세계를 지배하려는 국가의 국기를 흔들고, 피의 통일을 갈구하며 저들이 외치는 섬뜩한 구호는 어린 시절 산골 초등학교 웅변대회의 단골 멘트였다.

한쪽이 다른 한쪽을 죽여야 한다고 외치는 한 평화는 없다. 독일의 통일은 독일국민들의 성숙되고 진보된 의식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이 땅의 교사로서 우리가 받아왔던 교육을 두 번 다시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거짓을 가르치고 증오를 유발시켰던 우리의 선생님들의 뒤를 따라서는 안될 것이다.

반공교육이 아니라 반전평화교육과 올바른 역사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통일을 위한 우리 교사들의 몫이 아닐까 생각한다. 반전평화교육은 진정한 통일의 초석일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의식수준을 한껏 진보시킬 것이며 성숙된 시민의식을 갖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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