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인지뢰대책회의(www.kcbl.or.kr)


대인지뢰의 위험성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날로 확산되어 감에 따라 대인지뢰 제거에 대한 요구도 크게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정부는 대인지뢰를 제거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위험한 지뢰살포기를 개발하고 미국에서 지뢰를 반입해오고 있는 사실이 밝혀져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지뢰살포기 사업의 부당성

국방부의 예산요구서에 의하면 군은 2000년부터 2007년까지 한국형 지뢰살포기 사업에 투자 해 왔으며 그 비용은 1,858억원이다. 이중 2003년 예산은 184억원을, 2004년 예산에는 243억원을 요구하고 있다.

올해 예산안에서 한국형 지뢰살포기 사업비가 증가하고 있는 사유내역에 의하면 전투예비탄약(WRSA) 증가가 그 이유로 제시되어 있다.(2004년 국방부 예산요구서)

지뢰살포기에 쓰이는 지뢰는 대인지뢰인 M74와 대전차 지뢰인 M75, 연습용대전차지뢰인 M79이다. 이들 지뢰는 모두 미국산이며 전투예비탄약이 증가했다는 것은 미국으로부터 한국 영내에 이들 지뢰가 반입되었음을 뜻한다.
 
한국정부가 1997년 대인지뢰전면금지조약(MBT)에 참여하지 않는 대신 외교적 고립을 면하기 위해 99년부터 가입을 추진한 특정재래무기금지 조약 제2 의정서(CCW)에 의하면 지뢰 살포기와 같이 투발수단에 의해 살포되는 지뢰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형 지뢰살포기는 이 규정을 교묘히 피해가고 있다.

제3조 사용 및 이전의 금지 조항에 의하면,

`누구든지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무기를 사용하거나 이전하여서는 아니된다.
3. 원격투발지뢰인 대인지뢰로서 다음 각목의 요건을 갖추지 아니한 지뢰
가. 쏘거나 떨어뜨린 후 30일 이내에 그 대인지뢰 총수량의 90퍼센트 이상이 자동적으로 폭발할 것
나. 쏘거나 떨어뜨린 후 120일 이내에 그 대인지뢰 총수량의 99.9퍼센트 이상이 자동적으로 폭발하거나 지뢰로서의 기능이 자동적으로 소멸할 것`

M74 대인지뢰와 M75 대전차지뢰는 지뢰살포시스템(GEMSS)에서 15일 이내에 자폭하도록 되어 있어서 CCW의 사용금지조항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이다(http://www.globalsecurity.org/military/systems/ground/m138.htm).
 
이러한 이유로 이들 지뢰의 이전 또한 합법적으로 보장된다. 여기서 이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조약의 정의를 보자.(CCW 제2조 6항)

6. "이전"이라 함은 유상 또는 무상으로 지뢰 또는 지뢰에 대한 소유권 및 통제권을 대한민국 영역밖으로 내보내거나 대한민국 영역안으로 들여오는 행위를 말한다.

즉 일반적으로 지뢰가 한국영내에 반입되거나 반출되는 것이 이전의 개념이다. 그러나 자폭시한이 15일인 M74, M75 등은 CCW에서 예외가 인정되도록 되어 있어 그 반입반출 또한 법적 문제가 안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국제대인지뢰금지캠페인(ICBL)에서 매년 펴내는 대인지뢰보고서(Landmine Monitor) 2001년 판에도 한국에서 지뢰살포시스템(GEMSS)용 지뢰가 비축되어 있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http://www.icbl.org/lm/2001/south_korea/#fn2757). 또한 2003년 판에는 한국이 지뢰 생산국으로 명기되어 있다(연합뉴스 2003. 9. 9).

이처럼 지뢰 등 전투예비탄약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미국이 한반도에서의 전쟁가능성을 예측하며 준비하고 있는 것과도 무관하게 볼 수 없는 대목이다. 전쟁비용은 늘어가고 있는데 비해 평화비용은 책정조차 되어 있지 않은 셈이다.

이미 이 사업추진의 초창기에 정재문 의원(한나라당)이 `정부에서 99년내 CCW 가입을 추진중인 상황에서, 2000년도 육군예산에 K형지뢰살포기 사업 137억이 계상된 것은 잘못임을 지적하고, 기 설치된 지뢰제거 및 대체전략의 수립을 촉구`한바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업은 7년에 걸친 장기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현행 CCW의 문제점과 대인지뢰제거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법률의 필요성

소위 미확인지뢰지대가 문제다. 미확인지뢰지대는 말 그대로 지뢰 매설지도도 수량도 그 어떤 정보도 없는 지뢰지대이다. 이곳에서 해마다 홍수 때면 지뢰가 흘러나오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허술한 관리시설에 설마 하고 들어갔다가 불구의 몸이 되곤 한다.

미확인지뢰지대는 큰길가 옆에도 있고, 아이들이 등하교하는 길옆에도 있고, 약수터 뒤에도 있다. 생활 속에 파고 들어온 전쟁터가 미확인지뢰지대인 것이다. 미확인지뢰지대를 방치하는 것은 정부가 그토록 교묘히 피해가며 악용하고 있는 CCW의 명백한 위반이다.

CCW 8조 (정보의 기록·유지 및 보안)에 의하면,

① 지뢰·부비트랩 또는 기타장치를 설치한 군부대의 장(이하 "설치군부대장"이라 한다)은 그 설치지역에 관한 다음 각호의 정보를 기록·유지하여야 한다.
1. 설치지역의 구체적인 위치 및 경계
2. 설치된 지뢰·부비트랩 또는 기타장치의 종류·수량·설치방법과 기폭장치(起爆裝置)의 형태 및 수명
3. 설치된 지뢰(원격투발지뢰를 제외한다)·부비트랩 또는 기타장치의 개별적 위치

미확인지뢰지대를 위와 같이 조사하여 기록하는 과정은 사실상 지뢰를 제거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 달리 말하면 조사하느니 제거하는 게 훨씬 경제적이고 안전하다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미확인지뢰지대에 대한 조사작업은 곧 제거작업이 될 가능성이 많은 것이다.

때문에 8조의 실행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군에서는 군사상의 이유로 미확인지뢰지대가 필요하다고 강변하는 경우까지 있으며, 정부는 이에 대한 예산을 전혀 책정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지뢰살포기 사업에서 보여지듯 CCW의 조항을 교묘히 활용하며 대인지뢰피해의 위험성을 증가시키고 있는 것이다.

결론을 말하면 이렇다. 정부는 현재 대인지뢰 제거작업에 대하여 CCW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CCW는 법안 자체에 대인지뢰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등의 문제가 언급조차 되어 있지 않을 뿐더러 미확인지뢰지대와 같이 매년 지뢰유실사고를 일으키는 시급한 사안에 대해서조차 어떤 예산배정이나 제거계획은 물론 CCW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지뢰정보조차 파악되어 있지 않다.

더구나 CCW는 악용되어 천문학적 숫자의 예산을 들여 지뢰살포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뢰살포기용 지뢰가 자폭식이라고는 하나 전쟁이후 수많은 미확인지뢰지대의 생성이 바로
전쟁 당시 뿌려진 살포식 지뢰에 근거한 것임을 상기할 때 CCW의 불철저함을 보완하기 위한 대인지뢰 전면금지를 천명한 오타와 조약의 정신에 위배될 뿐 아니라 CCW의 정신조차도 훼손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추정되는 대인지뢰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액의 총규모는 70억 정도에 불과하다. 2003년에서 2004년 예산증가분이면 해결되는 액수이다. 더구나 지뢰살포기 한 기종에 투자된 1천8백억과 비교하면 대인지뢰정책이 얼마나 균형을 잃고 흘러가고 있는지를 절감하지 않을 수 없다. 시민사회가 다시 한번 정부에 최소한의 균형있는 대인지뢰대책을 촉구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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