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일 북한정권 창건 55주년(9.9절)을 앞두고 세간의 이목이 북한쪽에 쏠리고 있다. 북한의 최대 명절 가운데 하나인 9.9절이 이른바 `꺽어지는 해`를 맞아, 예년과 달리 대규모 군중시위와 5만명의 집단체조, 횃불행진, 야회(夜會) 등의 다양한 행사와 더불어 2만여 명의 병력과 첫선을 보일 노동미사일 그리고 150대 가량의 전투차량 등 군사장비가  동원되는 군사퍼레이드가 열리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와는 달리 새로운 차원에서 한반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지난달 베이징 6자회담(9.27-29)에서 이른바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이 잠시 난망해짐에 따라, 이와 관련 북한이 이번 제11기 제1차 최고인민회의를 거쳐 9.9절을 맞아 뭔가 새로운 카드나 강수를 쓰지 않을까 하는 `기대반 우려반`의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북한이 내놓을 9.9절 카드로는 핵이나 미사일과 관련된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사실 `빈 말을 하지 않는` 북한은 외부에서 이런 관측을 갖게끔 몇 차례 유도하거나 언명한 바 있다.

첫째, 북한은 지난달 평양에서 열린 `평화와 통일을 위한 8.15민족대회`(8.14-17)에서 대외적으로 이미 강렬한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북한은 당시 홍성남 내각 총리의 개막식 대회사와 김영대 민화협 회장의 폐막식 연설에서 `선군정치`를 언급했으며 특히 김영남 상임위원장도 남과 해외 대표단과의 접견자리에서 이를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책임일군`들은 은연중에 `9.9절을 기대하라`는 암시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선군정치`가 민족자주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고 선군정치에 의해 전쟁억제력이 나온다고 강조해 왔다. 여기서 `전쟁억제력`은 당연히 `핵`을 의미하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둘째, 베이징 6자회담시 북한 수석대표인 김영일 외무성 부상은 미국측의 대북 적대시정책에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을 확인하자 "핵 보유 선언이나 핵 실험 용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북한은 조선중앙통신 9월2일자 논평인 `베이징 6자회담과 우리의 원칙적 입장`에서 `미국이 금후 대조선 적대시정책을 버리지 않고 핵대결에로 계속 나간다면 우리는 자주권을 고수하기 위한 자위적 조치로서 핵억제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다`고 밝히면서 구체적으로 `핵억제력`을 언급했다.

셋째, 북한은 최고인민회의 제11기 제1차회의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재추대를 결정하면서 동시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결정 <조미사이의 핵문제와 관련하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이 취한 대외적 조치들을 승인함에 대하여>를 전원찬성으로 채택하였다. 여기서 `외무성이 취한 대외적 조치들`이란 6자회담과 관련된 내용인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러한 몇 가지 사안들이 9.9절을 향해 초점이 모아지고 있는 분위기이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베이징 6자회담에서 무대책과 무대응으로 일관한 미국이 최근 미세하지만 의미있는 변화를 보이고 있다. 먼저 지난 4일 미 언론은 국무부 당국자의 발언을 빌어 `북핵 폐기 완료 이전이라도 미국은 상응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보도했으며, 또한 7일 파월 국무장관은 미국 ABC방송에 출연해 "우리는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원하는 것이 모종의 안보보장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전자는 북한이 핵무기 개발 계획을 전면 폐기하기 이전이라도 북한에 대해 인센티브를 제공할 의사가 있다는 것으로, 후자는 미국이 대북 안보보장 방법에 고심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이러한 유화적 제안은 핵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지만 종래와 다른 다소 진전된 반응이기도 하다. 어째든 미국의 다소 진전된 제안에 대해 북한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9.9절에 판가름이 날 것이다. 이번 9.9절에서 북한이 핵카드를 쓸 경우 `핵보유 선언과 핵실험`이, 미사일카드를 쓸 경우 `장거리 미사일 발사실험이나 신형 미사일 등장` 등이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 카드가 갖는 파괴력을 감안해 `가시적인` 시위보다는 한 차원 낮춘 `상징적인` 시위를 할 공산이 커 보인다. 그것이 `추가적인 상황악화 조치`를 피해 미국의 `심기`를 뒤틀게 하지 않으면서도,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지난 베이징 6자회담에서 선점한 도덕성을 유지하고 또 실질적인 대미압박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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