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옥규(서울 인수초등학교 교사)


초등학교에서 통일교육을 시도하려고 하면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른다. 초등 학생들의 학습 단계가 시간과 공간적 상황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뒷받침되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 분단에 대한 역사 인식이 가능한 시기는 적어도 4학년 이상이 되지 못하면 추상적인 이해의 수준에서 그치기 쉽다.

이 글에서는 초등학교 통일교육의 문제점을 크게 3가지로 나누어서 생각해 보고자 한다. ① 국가적(거시적) 차원, ② 교과서, ③ 교사에게 나타나고 있는 문제의식을 같이 공유해 보았으면 한다.

1. 국가적 차원

가. 통일이라는 화두가 정태적이라기보다는 동태적인 성격이 강해서 정부의 통일정책 변화속도에 상응하는 통일교육을 학교에서 전개하기는 무척 힘들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통일은 어느 한편에서 마련해 놓은 계획을 일관성 있게 집행해 나갈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다.

통일정책은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움직인다

남북한의 정세 변화와 동북아 지역 패권과 관련된 미국, 일본, 중국 등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또, 살아있는 생명체의 움직임처럼 통일정책은 남북한 양국의 미묘한 감정싸움과 정치적 사안 등과 밀접한 관계를 띠고 있어서 조변석개하는 듯한 모습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6.15공동선언`에 대한 평가도 정치권에서 상반된 견해를 제출하고 있고, 특히 지난 대선 과정에서 누가 집권하느냐에 따라서 향후 통일정책의 방향이 크게 바뀔 수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직접 학교에서 통일교육을 수행하는 교사의 입장에서 보면 향후의 통일정세의 변화 상황을 예측하기도 어렵고, 급변하는 통일 정세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가르치기는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결국은 교재를 중심으로(또는 신성시하여) 가르치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되면 최근의 통일논의와는 별개로 교과서 집필당시(3∼4년 전)의 지식과 관점에서 가르치게 되는 문제가 야기된다.
 
나. 통일방안이나 정책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부재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5공화국까지만 하더라도 섣불리 통일에 대해 언급하면 국회의원도 구속되는 상황이었고, 국가보안법이 계속적으로 존속함에 따라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통일에 대한 논의에서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통일논의의 정부독점은 통일정책이나 방안에 대한 국민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기 힘들다. 결국은 학교에서 행하는 통일교육이라는 것이 관에서 주도하는 사업에 대한 정책적 홍보의 기능을 수행해 왔다. 특히, 대학 입시에 반영함으로써 학생들은 살아있는 지식을 배우기보다는 화석화된 통일 지식만을 암기하는 수준에 이르게 된다.

`한민족공동체 건설을 위한 3단계 통일방안`에 대해서 많은 국민은 정확하게 알지도 못하고 있고, 그러한 통일과정을 통해서 통일에 이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거의 없다. 오히려, 남한에서 주장해왔던 많은 통일방안들이 정부의 부재한 통일의지를 감추기 위한 수세적 표현 방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통일에 대한 전국민적 논의가 진행될 때 통일방안에 대한 신뢰가 생길 수 있고 통일 정책사업이 지지를 받게 된다.

다. 현재 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통일교육은 안보교육과 체제에 대한 우월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절름발이 통일교육의 성격이 강하다. 통일교육은 다양한 항목의 내용들을 포괄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통일교육은 목표, 내용, 방향 등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 못하다.

여러 통일부 교재를 검인정 도서로 지정해서 선택적으로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

부족한 논의 속에서는 일부의 편향된 시각만을 반영하는 통일교육 프로그램이 나올 수 있다. 전교조가 결성된 초창기에 시도한 여러 가지 통일교육을 관에서는 `의식화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매도했었다. 최근에 전교조 통일교사 모임에서 발간한 `이 겨레 살리는 통일`이라는 책자에 대해서도 조선일보를 비롯한 관제언론은 친북적이라는 표현을 통해서 반대하는 글을 여러 번 기고한 적도 있다.

통일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서로 다른 입장에 대해서 조율하고, 새로운 합의를 도출해 내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통일교육의 목표와 내용을 마련해야 한다. 여러 가지 조건과 상황 때문에 함께 모여서 논의하기 어렵다면, 교육부나 교육청은 여러 가지 통일부 교재를 검인정 도서로 지정해서 학교에서 선택적으로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

라. 분단의 원인과 외세의 영향에 대한 정리가 미흡하다. 미래를 정확히 내다보기 위해서는 과거의 역사적 사실들을 정확하게 되돌아보아야 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처럼 통일을 하기 위해서는 한반도 분단의 원인과 외세와의 관계가 명확하게 정리될 필요가 있다.

해방 후 미국과 소련의 역할과 그 이후 펼쳐진 한반도의 영향력에 대한 엄정한 평가가 진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것들이 선행되어야 하는 이유는 우리의 통일이 우리 민족의 힘으로 자주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한반도에 대한 외세의 영향력에 대해서 정확하게 인식해야 하기 때문이다.

2. 교과서
 
교과서는 학교에서 사용하는 많은 교육자료 중에서 가장 기본이 되면서도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통일`이라는 거대한 담론을 학교에서 다룰 때 교사는 막연함과 조심스러움을 감출 수 없다. 그래서, 다른 주제나 내용을 다룰 때보다 더욱 교과서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짙어진다고 할 수 있다.
 
가. 체제비교의 혼동을 들 수 있다. 학생들이 남북한의 정치와 경제체제에 대해서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교과서에서는 정치체제와 경제체제에 대한 명확한 구분을 짓지 않고 서술되어 있다. 예를 들어 자유민주주의체제와 공산주의체제라는 구분을 주로 사용한다.

자유민주주의체제라는 것은 정치체제에 대한 구분이고, 공산주의체제는 사회주의 이후의 경제체제를 지칭한다. 정확하게 표현을 하자면 경제체제를 중심으로 자본주의체제(남한)와 사회주의체제(북한)를 비교하거나, 정치체제를 중심으로 자유민주주의와 인민민주주의(프롤레타리아민주주의)라고 표현해야 한다. 

나. 교과서 내용의 상당 부분이 분단과 전쟁의 책임을 묻는 내용과 남북한 체제비교를 통한 우월의식·차별의식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들은 북한주민에 대한 정서적 거리감을 더욱 확대시킬 가능성이 크다.

남북간 차이 인정을 전제로 하는 체제인정의 교육내용이 많이 삽입되어야 한다

통일이 현실화되는 시점에서 정치·경제적 통합 못지 않게 사회·문화적 통합이 절실한 문제로 등장할 수 있는데 이를 준비하는 적합한 교육내용으로서의 타당성을 의심하게 된다. 통일이 모든 분야에 대한 하나로의 통합은 오히려 많은 부작용만 양산할 수 있다. 서로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대한 차이의 인정을 전제로 하는 체제인정의 교육내용이 많이 삽입되어야 한다.

다. 통일교육 내용을 가장 많이 포함하고 있는 도덕과 수업시수(주 1시간)가 너무 적다는 것이다. 통일교육에 대한 다양한 영역들을 1년에 몇 시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모두 소화해 내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르고 소홀히 다루어질 수밖에 없다.

통일교육의 중요성이 나날이 증대해가고 있는 시점에서 새로운 교육과정 편성시에 통일교육에 대한 양적 팽창도 시도되어야 한다. 특히, 국어과에서는 목적의식적으로 통일과 관련한 텍스트를 삽입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7차 교육과정에서 특별히 편성된 주 2시간의 재량활동에서 통일에 대한 부분을 다룰 수 있게 정책적으로 권장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3. 교사
 
교사는 최근의 통일정세의 변화와 흐름에 대해서 가장 무감각한 사람들인 것 같다. 아직도 `무너뜨려야 할 북한정권과 구원해야 할 북한동포`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 대학까지 20년 가까운 교육속에서 항상 반공·안보의식을 모범적으로 학습한 사람들이며, 오랜 시간동안 그러한 관점속에서 학생들을 지도해왔는데 최근의 급변하는 정세가 오히려 부담스러울 수 있다.

과거 자신들이 가르쳐 왔던 내용들을 부정하게 만드는 정부의 여러 가지 통일정책들을 보면서 혼란함을 느꼈을 것이다. 통일에 대한 체제수호적이고 반공·안보적인 관점은 최근의 통일교육을 행하는데 많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북한에 대한 편견과 무지의 경향도 많이 드러난다. 교사가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 정도밖에 북한에 대한 알지 못한다. 지금까지 통일에 대한 정보를 얻는 방법이 국가에서 편찬하는 자료에 대부분 의존하고 있었으므로, 북한이라는 사회에 대한 비판적 내용밖에는 학습받은 적이 없다.

최근에는 통일원에서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개방하고 있지만 이 곳에 접속해서 자료를 얻는 교사는 그리 많지 않다. 아직도 기존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정보의 수준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다보니 통일교육의 크나큰 성과를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교사는 국가보안법에 대한 과도한 자기검열을 하고 있다

그리고, 교사는 국가보안법에 대한 과도한 자기검열을 한다는 점이다. 과거 정권이 통일교육을 수행하던 교사들에게 국가보안법을 적용해서 구속한 적이 있었다. 이것에 자극받은 교사들은 구분선이 명확하지 않은 국가보안법 적용에 대해서 두려움을 느끼고 자신의 가르침에 대해서 항상 두려워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최근 변화된 상황에 대한 올바른 관점을 갖게 하는 교육과 연수 프로그램이 강화되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교사 스스로 통일교육을 잘 수행해 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이다. 교육부나 교육청은 교사 스스로 자신감을 갖고 통일교육을 수행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통일교육에 대한 연수를 다른 연수보다 우선시(중요시)하는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 그래서 많은 교사가 통일에 대한 의식전환이 이루어져야 학교에서의 통일교육이 제 방향을 찾아가리라 본다.
 
교수-학습 방법에도 변화가 요구된다. 주입식 방법이 아닌 비판적 토의와 논의의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고등학교 과정에서는 입시를 위한 암기식 교육방법이 많이 동원되는데 이것은 학생들의 마음과 정서를 변화시키기 어려운 방식이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통일교육에 대해서 별효과가 없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고, 통일과 관련된 수업에 관심이 적다.

최근에는 멀티미디어를 이용한 수업기법이나 인터넷을 활용한 학습법이 이용되기도 한다. 또한, 토론식 수업과 연구주제에 대한 조사학습을 통해서 `많이 알게 하는 것보다 많이 생각하게 하고, 많이 공감하게 하는 통일교육`이 진행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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