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북한이 연초부터 남북관계에서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고, 외교관계에서도 빠른 행보를 거듭하고 있는데 이번 주에는 네덜란드와 공식 수교를 맺었다지요?
A :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연초부터 `21세기 신사고`를 강조하는 등 개혁적 발언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주에는 중국을 방문해서 상해 등의 개방지역을 둘러보았습니다. 이는 북한의 변화와 관련하여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보아지는데 외교행보 역시도 빠른 속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15일 북한과 네덜란드가 대사급 외교관계를 공식 수립했습니다. 북한과 네덜란드는 지난해 12월 20일과 지난 15일 헤이그에서 두차례 회담을 갖고 이와 같은 외교관계 수립에 합의를 했는데요, 이로써 네덜란드는 북한과 수교하는 올해 첫 번째 국가이자 139번째 수교국이 되었습니다.
그런가하면 유럽연합 15개 회원국 가운데는 오스트리아, 덴마크, 핀란드, 포르투칼, 스웨덴, 이탈리아, 영국 등에 이어 8번째로 북한과 수교한 나라가 되겠습니다.
Q : 그런데 북한과 네덜란드의 수교에서 주목할 점은 네덜란드가 사상최초로 남북한 동시 겸임대사를 맞게 되었다는 점인데 이것은 어떻게 된 것입니까?
A : 사실 작년부터 북한과 관계개선에 나선 EU 국가들은 북한의 인권 개선, 대량살상무기(WMD)의 비확산 등을 수교에 앞선 일종의 조건으로 내세우면서 북한내 공관 설치 여부라든가 공관원의 활동범위 설정 등 구체적 수교방법에 대해 북한과 의견차이를 가져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북한이 네덜란드와의 수교 협상과정에서 `주한 네덜란드 대사의 북한 대사 겸임’하게 한다는 네덜란드측의 요구를 전격 수용한 것이죠.
겸임대사 방식은 평양에 별도의 공관을 둘 수 있는 여력은 없지만 서울주재 외교관이 북한 관련사항을 겸하면서 업무차 평양을 방문할 수 있는 방식으로, 북한이 남북한 겸임대사 방식을 받아들인 것은 지난해 6월 정상회담 이후 변화하는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의 현실을 인정한 것이라고 외교통상부 당국자들은 판단하고 있습니다.
또한 겸임대사는 한반도 전체의 상황과 업무를 효율적으로 관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큰데요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서울.평양 겸임대사 방식을 수용함으로 인해서 궁극적으로 남북관계의 활성화와 북한-서방국가의 접근을 촉진할 것이라는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더불어 현재 북한과 수교협상 논의를 진행중인 EU 국가는 독일, 스페인, 벨기에 등인데 협상이 진전되면 네덜란드와 같은 방식을 원용할 가능성이 높아 이와 같은 방식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할 수 있습니다.
Q : 변화된 상황에 맞게 효율성과 합리성이 돋보이는 방식이라고 하겠는데, 그런가하면 남과 북의 탁구선수들이 단일팀에 되어서 세계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요?
A : 4월 23일부터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남북단일팀 출전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소식입니다.
국제탁구연맹의 닐스 베르그스트룸 부회장은 세계선수권대회출전신청 기한이 2월 22일이지만 남과 북인 단일팀을 구성한다면 대진추첨이 열리기 하루전인 4월 1일까지 연기할 수 있다고 말해서, 4월초까지만 남북단일팀이 구성되면 대회출전이 가능할 전망입니다.
기억하시겠지만 지난 91년에 있었던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남측의 현정화 선수와 북측의 이분희 선수가 출전해서 일본에서 단일기를 흔들었던 소중한 경험이 있지 않습니까. 벌써 10년이 지났는데 남북탁구계는 이와 같이 10년만에 주어지는 단일팀 출전 기회가 성사되길 희망하고 있습니다.
일단 북한은 이번 세계대회 참가 의사를 전해오기는 했지만 단일팀 구성에 관한 답변은 현재까지 없었습니다.
Q : 내년 2002년 월드컵도 이와 비슷한 공동개최라든가 단일팀 구성의 문제가 제기될 법 한데 최근 북한이 월드컵 대회에 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어떤 내용인가요?
A : 북한 축구대표팀이 지난해 연말부터 이집트, 요르단, 키프러스 등에서 친선경기를 치르고 있고 또 앞으로 유럽전지훈련도 계획하고 있는 등 축구대표팀의 전력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또한 지난해 9월에는 청소년 대표팀을 이끌던 리종만 감독을 새사령탑으로 앉히고 신예들을 과감하게 발탁하여 새로운 대표팀을 구성했습니다. 그리고 10월 레바논에서 열린 아시아컵 축구선수권대회 참석한 북한 태표팀이 시종 경기내용을 관람하며 각 국의 전력을 살피고 꼼꼼하게 메모를 하는 등 축구실력 향상에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따라서 일련의 이와 같은 모습이 5백일 앞으로 다가온 2002년 월드컵과 관련하여 남북한 분산개최 또는 남북 단일팀 구성이 이루어질 경우를 상정한 북한 축구팀의 전력 강화가 아닌가 하는 관측을 낳고 있는 것이죠.
참고로 지난해 북한은 체육인들이 궐기모임을 갖고 축구를 빠른 시일내에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을 결의도 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북한 축구는 국가상징 종목으로 선정되어서 선수들도 다른 종목 선수들보다 우대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한층 강화된 남과 북의 축구팀이 만나 월드컵에서 단일팀으로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더 이상 바랄게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Q : 지난 1월 15일은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북한의 한글날이였죠. 우리는 10월 9일인데 남과 북의 한글날이 다른 이유는 무언지요?
A : 한마디로 얘기하자만 해석의 차이입니다. 남한이 훈민정음 반포일인 세종 28년 그러니까 1446년 10월 9일을 한글날로 지정하고 있는 반면 북한은 훈민정음 창제일일인 세종 25년 1444년 1월 15일을 기념일로 지정하고 있는 것이죠.
따라서 북한은 남한이 한글날로 기념하고 있는 훈민정음의 공식 반포일에 대해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훈민정음을 창제했다는 그 시작일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를 북한 방송보도를 통해 전하면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 인민은 1444년 1월에 민족 고유문자인 훈민정음을 창제해서 민족의 슬기와 재능을 온 세상에 떨쳤으며 훈민정음 창제는 우리 인민의 생활과 민족문화 발전에서 하나의 커다란 사변이였다` 라는 것이죠.
이외에도 국경일 지정에 관한 남과 북의 차이는 6.25 전쟁에 관한 것도 있는데요, 남한은 6.25 전쟁 발발 당일을 기념일로 삼고 있고, 북한은 전쟁이 끝나고 휴전이 조인된 7.27일을 조국해방전쟁 승리의 날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남과 북의 해석의 차이겠지요.
Q : 그렇다면 현재 북한의 문화어라 불리는 언어정책상 한자어나 외래어는 전혀 쓰지 않고 있나요?
A : 남북한 언어비교를 보면 금방 알수 있듯이 남한의 표준어에 해당되는 북한의 문화어에는 정치용어나 과학기술용어, 굳어져 버린 한자어나 외래어 등을 뺀 대부분의 한자어나 외래어가 한글 즉 북한식으로 말하면 민족 고유어로 대체되어 있습니다.
이는 지난 48년 개최된 내각 제4차 회의에서 `한자를 완전히 폐지할 데 대한 결정`이 채택된 이후 한글 사용을 권장해 왔던 북한의 어문정책때문인데요 신문을 비롯한 북한의 출판물에서는 이듬해 초부터 완전히 한글만이 사용돼 왔다고 합니다.
또한 65년 5월부터는 고 김주석의 지시에 따라 어문정책의 일환으로 한글을 `민족 고유어`로 명명해 왔습니다.
민족의 개념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핏줄과 언어인데 다른 기념일이 무엇이 문제겠습니까만 오랜 시간 떨어져 살아오면서 남북한이 각기 다른 언어를 사용하게 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기념일의 차이보다는 현재의 언어정책에 관한 남북교류가 시급하다 하겠습니다.
박희진 기자
hjpark@tongil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