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原則)이란 근본이 되는 법칙이다. 무슨 일이고 간에 원칙이 있으면 그리 걱정할 게 없다. 원칙대로 하고 원칙을 지키면 최소한 잘못되거나 지지는 않는다. 대개의 경우 일을 그르치는 이유는 원칙을 지키지 않았거나 몰랐기 때문이다. 분단된 나라에서 `조국통일`과 관련해 `원칙`이 있다는 게, 그것도 구체적으로 `3대원칙`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 4일이면 7.4남북공동성명 31주년이 되는 날이다. 31년전 이날 오전 10시 서울과 평양에서는 각각 7개항에 합의한 7.4남북공동성명을 동시발표했다. 분단된 후 27년만의 사건으로서 성명 모두(冒頭)에서 `쌍방은 오랫동안 서로 만나보지 못한 결과로 생긴 남북사이의 오해와 불신을 풀고 긴장의 고조를 완화시키며 나아가서 조국통일을 촉진시키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문제들에 완전한 견해의 일치를 보았다`고 적고 있다.

◆ 성명의 첫째 항에 그 유명한 `조국통일 3대원칙`이 천명되어 있다. `첫째, 통일은 외세에 의존하거나 외세의 간섭을 받음이 없이 자주적으로 해결하여야 한다. 둘째, 통일은 서로 상대방을 반대하는 무력행사에 의거하지 않고 평화적 방법으로 실현하여야 한다. 셋째, 사상과 이념·제도의 차이를 초월하여 우선 하나의 민족으로서 민족적 대단결을 도모하여야 한다.` 이를 줄여서,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이라 한다.

◆ 그리고 성명의 맨 끝에는 `서로 상부의 뜻을 받들어 이후락 김영주`라 되어 있다. 이후락은 당시 남측의 중앙정보부장(현재 국가정보원장)이고 김영주는 북측 노동당의 조직지도부장이었다. 모두가 당시 남북 최고 지도자의 최측근이었다. 여기서 `상부`란 당연히 남측의 경우 박정희 대통령이고, 북측의 경우 김일성 수상이다. 두 사람은 직접 만나지 못해 정상회담을 갖지는 못했지만 `상부의 뜻을 받든` 최측근들의 회담을 통해 간접적 정상회담은 한 편이다.

◆ 이러한 역사와 원칙이 있었기에 2000년 6월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의 역사적인 평양상봉과 정상회담 그리고 6.15남북공동선언이 가능했던 것이다. 7.4공동성명의 조국통일 3대원칙중 하나인 `자주 원칙`이 6.15공동선언의 첫째 항에 그대로 이어져 있다. 역사란 이토록 무서운 것이다. 그리고 원칙이란 이토록 질긴 것이다. `특검`으로 인해 6.15공동선언의 정신이 훼손되고 이른바 `북핵문제`로 인해 한반도 정세가 긴장된 오늘날, 31년전 7.4공동성명에서 천명된 조국통일 3대원칙을 조용히 되새겨보는 것도 퍽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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