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서울답방을 결정하는데 있어 가장 고려하고 있는 점은 무엇일까.

최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국가보안법 개정의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을 놓고 우리 사회 보수 일각에서는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을 앞두고 사전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대북 전력지원이나, 개성공단 참여 등 우리측으로부터 대북지원에서 좀더 많은 것을 얻어내기 위해 김 위원장이 답방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와함께 조지 부시 미국 신행정부의 대북정책이 김정일 답방의 중대 변수가 될 것이라는 외교가의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상당수의 북한 전문가들은 "다른 어떤 것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서울의 분위기"라고 말한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답방의 전제조건을 달기에는 북한의 발걸음이 너무 크며 이미 (김정일 답방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고 서울답방에 확신을 보이면서도 "김 위원장이 답방 결정과정에서 막판까지 고려할 부분은 서울에서 과연 얼마나 환영을 받을 수 있는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55년 분단의 역사속에서 남북간에 켜켜이 쌓인 적대와 불신의 벽이 지난해 남북정상회담 한 번으로 완전히 가셨다고 볼 수는 없으며, 더욱이 김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여론이 강한 현실에서 우리 사회 보수계층의 뿌리깊은 반북 감정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김 위원장과 북한 지도부는 지난해 6월 김 대통령이 평양을 찾았을 때와 같은 열렬한 환영속에 서울에 오고 싶을 것"이라면서 "만일 김 위원장의 답방 때 반공우익 단체들의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거나 환영 분위기가 썰렁하다면 북한 지도부 입장에서 북한 주민들을 설득하기가 힘든 상황이 될 수도 있음을 우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이번 중국방문에서도 드러났듯이 북측은 김 위원장의 신변안전을 위해 상상을 초월한 일정 보안과 경호를 펼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그는 이와 관련,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김 위원장이 철저한 일정 보안속에 서울에 도착해 예정된 환영행사에만 참석하는 모양새를 갖출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김현재기자 2001/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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