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당국이 올해에도 남북관계 개선에 역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신년 공동사설에서 "올해 우리는 조국통일위업 수행에서 결정적 전진을 이룩하여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이를 위해 6.15 남북공동선언의 이행을 최우선 과제라고 주장하였다.
북한당국이 이같은 입장을 공식 표명한 데에는 대내외적 사정이 결합되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경제재건을 위해 외부의 지원이 절대적인 몫을 차지하고 있는데, 여기에 남한의 지원 및 경제협력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작년에도 가뭄과 냉해로 약 380만 톤의 식량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작년에 이루어진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지원의 52%가 남한에서 이루어졌다. 따라서 북한은 경제의 정상화가 이루어지기까지 남한으로부터 경제지원, 그리고 그 과정과 이후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남북 경협이 필수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남한과의 관계 개선을 지속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과정에서 북한은 남한당국이 요구하는 정치군사적 신뢰 구축 문제를 부수적 차원에서 약간씩 동반해야 할 입장에 처하고 있다.
둘째, 북한의 대남관계 개선을 지속시키는 대외적 요인으로는 미국에서의 정권교체가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부시 신행정부는 대선 유세과정에서 북한을 "국제사회밖에 있는 나라"로 규정하고 클린턴 정부의 대북정책이 유화적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또 부시정부의 외교안보정책팀은 기존에 등한시 되었다고 판단하는 강경책을 전술적 차원에서 보다 자주 사용하거나 사용할 위협을 가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때문에 북한은 남북 관계개선을 통해 미국의 대북 압박을 희석시키고, 나아가 한미간 대북정책 공조상의 틈을 활용해 대미 협상력을 제고하려 할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이해되는 북한의 대남관계 개선 의사는 지난 6일 <노동신문>의 논설에서도 읽을 수 있다. 신문은 "평양상봉과 북남공동선언 발표 이후의 사태발전은 조선민족끼리 손을 잡고 힘을 합쳐 나가면 못해 낼 일이 없"다고 했다.
북한이 대남관계 개선을 강조하는 명분은 물론 통일이다. 그리고 통일이슈는 북한 주민들과 당국간의 통합력 제고와 대북지원을 둘러싸고 일어나고 있는 남한내 여론을 희석시키는 부수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남북 관계개선과 상호협력에 거는 북한의 기대는 남북공동선언의 이행을 위해 "당국자이건, 민간인이건, 정치인이건, 경제인이건, 문화인이건, 북에서 살건, 남에서 살건, 해외에서 살건 관계없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표현에서도 알 수 있다.
위 <노동신문> 논설에서 북한은 남북공동선언의 이행을 위해 신의를 강조하고 나섰는데, 이는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을 명분으로 한 남한당국의 대북 경제지원의 확대지속을 촉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 평양 정상회담 이후부터 지금까지 강조하고 있는 남북공동선언의 이행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방문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 이것 역시 북한이 남한으로부터의 경제지원 및 협력을 위한 지렛대로 활용할 것임을 시사해주고 있다.
결과적으로 북한당국이 대남관계 개선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은 우리 징부가 북한과 광범위한 신뢰구축과 관계개선의 제도화를 이룰 수 기회로 다가서고 있다는 점도 분명해 보인다.
서보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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