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진 기자(hjpark@tongilnews.com)



지난 12일부터 평양에서 열린 남북장관급회담이 예정보다 하루를 넘긴 16일에 8개의 합의사항을 담은 공동보도문을 발표하고 끝났다.

6.15 공동성명 발표이후의 남북관계를 정리하고 신년도 남북 교류와 협력의 방향과 일정을 재조정한다는 취지의 이번 4차 회담은 묵은 감정의 해소를 위한 신경전이 날카롭게 전개되었다.

특히 북측의 `주적개념` `장 총재의 대북발언`에 대한 항의는 예상했던 바와 같이 거세었으며, 이미 이를 예상한 남측의 맞대응 역시 그 어느 때보다 강경했다.

그러나 이제까지 남북 교류와 협력 사업을 진행시키면서 양측이 가졌던 서운함과 상이한 체제에 기초한 국민정서 등에 대한 양측의 이해감 부족 문제로, 양측이 서로 할말을 다하고 묵은 감정을 해소하는 방향에서 `공동선언의 이행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4차 회담에서의 성과는 무엇보다 경제협력추진위원회 구성, 운영합의와 투자보장 등 경협 4대 합의서 정식 서명을 꼽을 수 있다.

이미 남과 북은 1.2차 경제협력 실무접촉 회담을 통해 투자보장 및 이중과세 방지 등 남북 경제교류에 요구되는 포괄적 틀거리에 대한 합의를 마친 상태였다. 이에 이번 4차 회담에서 최종 확인과 서명작업을 한 것이며, 나아가 기존의 실무접촉을 흡수통합해 경제협력추진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하여 앞으로 전력협력을 비롯해 철도.도로 연결 사업, 개성공단 건설, 임진강 유역 수해방지사업 등 당면 경협 실무문제 등을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또한 북측이 제안한 어업협력사업 역시 남북 모두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문제로 이번 4차 회담의 성과이다.

다만 북측의 제안은 공동 어로 사업이 아니라 남쪽 어선이 동해안 북쪽 어장에서 고기를 잡아 이익의 일정 부분을 북쪽에 나눠주는 방식을 제기한 것으로 보다 어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세부적 논의 사항이 더 필요하다. 따라서 이에 대해서는 이른 시일 안에 금강산 지역에서 협의를 갖도록 했다. 이 밖에도 북측은 남북의 태권도 교류 사업제기를 해왔다.

반면 4차 회담의 가장 큰 난제는 전력지원 사업을 명문화하는 문제였다. 북측의 전력상황은 익히 알려진대로 열악하다. 이번 4차 회담에서 북측이 요구한 전력지원은 200만㎾이나 최종 발표문에는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를 통한 전력지원사업을 논의한다고만 명시하였다.

이번 전력지원 사업에 대한 북측의 입장은 간절하다 못해 간청의 태도까지 보여주었다. `최우선적 해결`이라는 북측의 입장에 맞선 남측의 입장 역시 명문화하기 어려운 난감한 문제였다. 따라서 남측은 포괄적인 경협차원에서의 협의.추진이라는 틀거리만을 약속한 상태이다.

전력지원 사업이 충분히 예상가능 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와 같은 남쪽의 경제난과 막대한 투자에 대한 비난여론 등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남측의 입장은 향후에도 여론의 눈치보기가 극에 달할 것임을 보여준다.

또한 당장은 최소한 대응으로 50만㎾ 전력지원사업을 시작하겠지만 벌써부터 한나라당의 `대북전력지원사업 반대`에 부딪혀 있는 현실 속에서 국회 동의와 국민여론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등 향후 전력지원사업에 대한 남한내 논란은 계속될 듯하다.

이 밖에도 4차 회담에서는 지난 회담때 이미 짜여진 일정들은 재조정하는 등 총괄 정리를 했다. 이 중 주목을 끄는 것은 단연 이산가족문제다. 그러나 이산가족의 상봉 및 제반 제도적 절차마련과 관련한 특별한 합의는 도출해 내지 못했다.

다만 이산가족 생사, 주소확인은 내년 1~2월에 각 100명씩, 서신교환은 내년 3월에 300여명 정도 실시한다는 것을 명문화했다. 그러나 이는 이미 올해 안에 끝났어야 하는 사업으로 결과적으로 이산가족의 범위도 확대되지 못한 채 3개월 정도 미루어진 사업으로 일정 조정하는 선에서 그쳤다.

남측에선 이산가족 사업에 주력하고 이에 대한 확실한 실천의지를 강조하는 반면 북측에서는 경제협력 부분을 우선에 놓고 이산가족 사업에 대해서는 남측 요구안에 현실적 대응만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지난 3차 제주 장관급회담에서 합의했던 사회문화 교류의 일부분이였던 한라산 관광단이 내년 3월에, 그리고 내년 상반기 중 경제시찰단 파견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일정 재조정에서 빠진 부분은 12월중 김영남 상임위원장의 방남계획이다. 알려진 바대로 김영남 상임위원장의 방남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방문을 앞에 둔 답사 형식으로 김 상임위원장의 방남일정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못했다는 것은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방문 역시 불투명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제까지 6.15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한 남북관계 개선은 국내적 여론 조성은 물론 대외관계 개선의 효과까지 가져오는 등 그 역할이 매우 컸다. 그러나 이번 년도 결산 이후의 남북관계는 오히려 국내적 상황 변수에 영향을 받는 반대적 상황으로 국면이 전환하고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다시 말해 6.15 정상회담은 그 자체만으로도 남북관계 개선의 열기를 고조시키고 대북식량지원 및 이산가족 문제 해결에 있어서도 높은 통일열기에 힘입어 추진 가능했다면, 이후의 남북관계는 심각해진 경제난과 김대중 정부의 무능, 부패 정치행태로 인한 국민적 저항감이 맞물려 남북관계의 발목을 붙잡는 역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아직도 가야할 길은 먼데 벌써부터 남북관계가 내치에 휘둘려서는 안된다. 또한 내부적 정치상황, 경제상황을 이유로 상대방을 압박하는 회담 태도 역시 하루 빨리 수정되어야 할 요소이다.

관련자료

4차 장관급 회담 공동보도문(전문)

남북 수석대표 환담록

남북경협 4대 합의서 전문 <통일뉴스> `역사자료실` 2000년

장관급회담 합의와 주요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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