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11일 노벨상 수상 이후 대북 정책의 큰 흐름에 관해 언급해 주목을 끌고 있다.

김 대통령은 이날 오후 숙소인 그랜드 호텔에서 열린 박경태 노르웨이대사 주최 오찬 자리에서 "내년 봄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하면 6.15 (남북정상)합의보다 한 단계 더 높은 합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또 "내년에 미국에 새정부가 들어서면 미국에 가서 한국의 대북정책에 대해 다시 확인하는 협상을 할 작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김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받은 뒤 자신감을 갖고 향후 대북 정책 드라이브를 더욱 구체화하고, 주도해 나갈 것임을 언급한 대목으로 해석된다.

즉, 남북 관계의 진전은 남북 당사자가 먼저 실타래를 풀어나가고 미국 등 주변 강대국이 이를 보장해야 한다는 김 대통령의 평화구상이 내년 봄께로 예상되는 김위원장의 서울 답방 및 비슷한 시점에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김 대통령의 방미를 통해 구체적 가닥을 잡게 되는 셈이다.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에서 논의될 `한단계 더 높은 합의`는 한반도 긴장완화
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골자로 할 것이라는 데 통일 문제 전문가들의 시각이 일치
한다.

김 대통령은 이날 노르웨이 국영 TV인 NRK와의 회견에서도 언급했듯이 6.15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간의 긴장완화와 교류협력의 확대를 중점적으로 추진해왔다.

그러나 그간 이산가족 상봉, 남북 경제협력의 토대 마련 등 교류협력 부문에서는 큰 결실을 맺었지만, 긴장완화 부분은 아직 미흡하다는 것이 김 대통령의 판단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국방장관 회담에서 다시는 전쟁을 하지 말자는 것과, 경의선 철도복원을 위한 휴전선 일원에서의 군사적 협력조치에 대해 남북 양측이 합의했지만 이것으로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위한 획기적 진전이 이뤄졌다고 보기에는 미흡하기 때문이다.

특히 김 대통령은 기회있을 때마다 남북이 당사자가 되는 평화협정 체결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어 이 부분도 내년 서울 회담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김 대통령이 이날 오찬에서 "한반도 평화와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책임있는 일원으로 활동할 수 있는 합의를 이룰 것을 기대한다"고 말한 것도 이같은 방안들이 남북정상간 심도있게 논의될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는 대목이다.

김 대통령의 내년 미국 방문시 한.미 정상회담의 주제 역시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핵심골자가 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북.미, 북.일 관계의 진전 및 북한의 미사일 문제 등과도 깊이 연계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공화당 행정부가 들어설 경우, 한.미 공조에 다소 차질이 있을 것을 우려하고 있지만 청와대는 기존의 한.미간 대북정책 공조에는 변함이 없을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김 대통령이 이날 `다시 확인하는 협상`을 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미국 차기행정부와도 대북공조 기조에 변함이 없을 것임을 재확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연합 2000.12.11)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