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7년 12월9일 첫 회담을 시작으로 작년 8월까지 6차례 본회담을 열고도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4자회담이 가까운 시일안에 재개될 것인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10월12일 `북-미 공동코뮈니케`에서 4자회담 유용성을 인정한 이후 남측이나 중국이 이 회담 재개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 데다 최근 남측이 북측에 회담 재개를 정식 제의했기 때문이다.

이정빈(李廷彬) 외교통상부 장관은 8일자 동아일보와의 회견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지난달 말 싱가포르에서 4자회담 재개를 제안한 직후 별도로 북한에 회담재개를 제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4자회담이 곧 재개될 것인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해 보인다. 이는 북측이 4자회담 개최를 검토중인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는 있지만 작년 8월 이후 단 한 차례도 공식적으로 4자회담 재개 의사를 표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북한은 이 회담의 최대 난제인 평화협정 주체와 관련해 남북간 또는 북측과 한-미측간 대립구도의 지속으로 `회담 재개 조건`이 충족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99년 8월 이후 16개월 동안 공전상태에 있는 4자회담이 재개되기 위한 조건이란 `북-미 평화협정` 체결이 정식 의제로 채택되는 것으로 이는 한-미의 태도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다.

북측은 96년 4월 한-미 양측이 4자회담을 처음 제의한 이후 98년 12월 첫 회담에 나서면서 회담 의제로 `조-미 평화협정 체결`과 `주한미군 철수`가 다뤄져야 함을 강조했고 1년8개월간 6차례 본회담이 진행하면서 이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미 양측은 `북-미 평화협정과 주한미군 철수 논의 불가`를 고수하며 `남북평화협정 체결`을 줄곧 강조했고 북측은 98년 4월 5차 본회담때부터 `여건이 조성될 때까지 4자회담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치다 마침내 6차 회담을 끝내면서 `회담 종결`을 선언했던 것이다.

이후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고위급회담 및 `북미 공동 코뮈니케`등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개선에 획기적인 사건들이 잇달았지만 4자회담을 둘러싼 북측과 한-미측간의 대립구도에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북미 양국이 `공동코뮈니케`에서 `쌍방은 조선반도에서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1953년의 정전협정을 공고한 평화보장체계로 바꾸어 조선전쟁을 공식 종식시키는 데서 4자회담 등 여러 가지 방도들이 있다는 데 대하여 견해를 같이 하였다`고 명시한데 대해서도 남측은 `남북 평화협정 체결론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4자회담 남측 대표인 장재룡(張在龍) 외교통상부 차관보는 8일 `53년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평화협정은 남북간의 문제이며 4자회담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장 차관보는 6.15남북공동선언이나 남북국방장관회담 공동보도문 등 남북간 합의문서 어디에도 없는 `정전협정 대체` 문제가 북미 공동 코뮈니케에 언급돼 있는데 대해서도 `북미 평화협정은 우리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강조한다.

그러나 4자 회담 공전의 근원인 `평화협정` 체결을 둘러싼 북측과 한-미측간의 대립 구도가 북-미 공동코뮈니케를 계기로 조금씩 완화되는 조짐도 있다.

이정빈 장관은 지난달 22일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해서는 선언이 되든 조약이 되든 어떤 형식이 필요할 것`이라며 남북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라는 원칙만 지켜진다면 북-미간 관계개선을 위한 법적 장치 마련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첫 회담이 시작된지 3년이 다 된 시점에서 다시 재론되고 있는 4자회담이 16개월간의 공백기를 끝내고 재개될지는 미지수이나 재개된다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중요한 결실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합2000/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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