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식(통일뉴스 상임고문)


올해는 21세기에 접어든지 세 번째 해이자 6.15 공동선언 발표 3년이 되는 해이다. 지난해도 그랬듯이 금년에도 한반도에 대한 외세(미국)의 도전이 강렬하게 전개되는 상황하에서 우리 민족은 긴장과 함께 희망과 낙관주의 자세로 새해를 맞이하게 된다.

지난해는 `하나의 민족`임을 재확인한 해

돌이켜 보건대, 지난해는 6.15 공동선언 실천과정에서 미국의 간섭이 전례없이 심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단계 높이는 귀중한 성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남북의 우리는 `하나의 민족`임을 재확인하면서 민족대단결을 하여 민족문제를 민족이 주체가 돼서 해결해 나가야 된다는 인식을 절실하게 가지게 되었다는 점이다.

특히 남북 여성통일대회와 청년학생통일대회를 통해서 이미 이룩된 노동자, 농민대회와 함께 남과 북은 각 계급과 계층간에 하나의 연대조직으로 구조화되었다. 이는 민족대단결이라는 과제를 사실상 기본적으로 달성하는 기초가 된 것이다.

또한 개천절을 계기로 평양 단군능에서 진행된 민족공동행사는 남과 북, 해외동포 대표들의 공동행사였는데, 이 행사에서 발표된 호소문에서는 `시조 단군에서 시작되어 반만년 세월 하나의 강토에서 하나의 핏줄을 이어오면서 찬란한 문화를 창조하며 단란하게 살아온 우리 겨레가 21세기에 이른 오늘까지 반세기가 넘도록 분단민족으로 남아있는 것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불행이다`라고 하면서, 외세의존을 배격하고 우리 민족끼리 손잡고 우리의 힘으로 조국의 통일도 민족의 부강 번영도 이룩해 나가자고 호소했다. 이처럼 공동행사를 통해서 우리 민족은 단군이 원시조이며 그의 핏줄을 이어받은 하나의 민족임을 재확인한 계기가 된 것이다.

그밖에 부산 아시안게임에서는 백두산과 한라산에서의 성화 채화 및 합화 등 여러 행사를 통해 `우리는 하나다`라는 인식을 더욱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남북 당국간에는 화해와 협력을 더욱 촉진시키는 한편 외세에 의해서 강요되는 `엄중한 사태`에 대해 공동으로 대처해 나가는 데에도 합의를 보았으며 불원간 우리 민족의 혈맥을 잇고 지맥을 잇는 철도와 도로 연결공사 준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처럼 남과 북이 하나의 민족임을 확인하면서 민족대단결이 이루어짐에 따라 한반도 문제의 모순구조가 남북간 우리 민족 대 외세(미국)라는 것으로 보다 분명해지게 된 것은 매우 주목할만한 일이다. 이러한 모순구조의 분명성은 앞으로 우리 민족이 주체가 되어 민족문제를 극복해 나가는데 있어서 민족공조가 주가 되는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16대 대선은 6.15 공동선언 계승세력과 그 파기세력과의 투쟁

특히 지난해 말에 있었던 16대 대통령 선거는 그와 같은 전망을 할 수 있는 실증적 뒷받침이라고 볼 수가 있다. 그것은 대통령 선거가 어떠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에서 찾아볼 수가 있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이를 단순화시켜 집약해서 보면 16대 대통령 선거는 새 세대(변혁)와 낡은 세대(수구), 통일과 반통일, 자주(반미.탈미.평등)와 외세의존(친미), 없는자(민중)와 있는자(기득권), 지역통합과 지역주의 간의 대결이었다고 볼 수가 있다.   

이러한 대결 속에서 가장 쟁점이 된 것은 6.15 공동선언을 계승.발전시키는 것과 미국의 대북 강경노선에 종속되면서 6.15 공동선언을 파기하려는 것과의 투쟁이었는데, 대부분의 유권자들이 전자를 선택했던 것이다.

이는 6.15 공동선언은 그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통일의 강령이요 통일의 이정표라는 것을 재확인해 주는 것이라고 볼 수가 있으며,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새 대통령에게 그를 적극 계승.발전시켜 나갈 것을 요구한 것으로 봐야 할 것 같다.

한편, 북미관계에 있어서는 부시 대통령 특사의 평양방문을 계기로 북미기본합의서가 사실상 미국의 적반하장격인 억지 논리에 의해 파기된 상태까지 이르게 되었으며 북미간의 이른바 핵문제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상태가 예상외로 크게 고조되었다. 또한 이러한 미국의 일방주의적인 대북 강경정책은 북일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평양선언의 이행도 미국에 추종하는 일본의 비자주적인 입장과 곁들여 지지부진되고 있는 상태이다.

남북관계 진전에 대해서도 미국은 군사분계선 월선과 관련해 유엔사의 간판을 내걸고 여러 가지 측면에서 제동을 걸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 당국간은 여러 가지 제도적 틀과 규정을 마련함으로서 6.15 공동선언 실천에서 보다 확고한 길을 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상과 같이 볼 때, 요컨대 지난해 우리 민족은 6.15 공동선언 실천과정에서 보다 한 단계 높은 성과를 가져왔으며 그로 인해 앞으로 6.15 공동선언이라는 통일위업을 보다 적극적이고 대담하게 실천할 수 있는 확고한 길이 마련되었다고 볼 수가 있다. 그러나 다 알다시피 미국의 대북한 일방주의적 강경정책은 앞으로 보다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그러한 상황속에서 우리의 민족문제를 어떻게 주체적으로 슬기롭게 해결해 나가느냐가 중요한 과제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새해에는 한반도 문제의 모순구조가 우리 민족 대 외세(미국)임을 분명히 해야

오늘날에 있어 무엇보다도 새해에는 통일의 주체역량을 한층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미 우리는 한 핏줄을 이어받은 단군의 후손이며 하나의 핏줄, 하나의 언어, 하나의 문화, 하나의 땅이라는 것이 확인된 이상 우리는 더욱더 민족대단결을 이룩하며 애족사상을 고취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한반도의 분단에서 오는 모든 민족적 및 개개인의 불행과 군사적인 긴장조성으로 인한 모든 비정상적인 현상들은 다름아닌 미국의 남한에 대한 군사.정치.경제 등의 지배전략과 그를 북한지역까지 확장시키려는 제국주의적인 책략, 특히 북한에 대한 일방주의적인 군사적 적대관계가 근본적인 원인이며 화근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인식하에 한반도 문제에 대한 모순구조인 우리 민족 대 외세(미국)라는 점을 보다 분명히 하고 이미 남북이 합의한 대로 외세로부터 강요되는 모든 도전을 남북이 공동으로 힘을 합쳐 대처해 나가는 입장과 함께 그에 걸맞는 조치들을 취해 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미국이 추구하는 이른바 국익, 예컨대 미국식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확장시켜 세계를 미국의 일극체제로 만들려고 하는 전략은 우리 민족의 국익과 결코 일치될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의 민족사적 과제는 민족의 자주권 확보와 자주적인 통일국가를 성취하고 그를 번영해 나가는 데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세계적 규모에서의 패권적 군사전략의 하나로서 북한에 대한 군사적 강경정책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할 때, 우리의 민족사적 과제에서 출발한 민족적 요구와 이익과는 근본적으로 충돌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미국의 국익을 위해서 우리의 민족사적 과업을 희생시킬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며 그것은 반민족적 발상으로 되는 것이다. 미국이라는 외세의 한반도 지배전략에 대해서 남북이 하나가 되어 공동으로 대응해 나가면서 통일의 이정표인 6.15 공동선언을 실천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북미 불가침조약 체결은 당면과제

우리의 당면과제의 하나로서는, 이미 북한에서 한반도의 긴장된 군사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해 10월 제안한 북미 불가침조약 체결을 위한 투쟁을 강력히 전개해야 할 것이다. 불가침조약은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미국으로 하여금 북한에 대한 자주권 보장과 불가침 확약을 전제로 한, 북한으로서는 나라와 나라간에 지켜야 할 너무나도 당연한 최소한의 요구라고 볼 수가 있으므로 미국이 그를 받아들이지 못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 것이다.

만약 미국이 이러한 최소한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계속 북한에 대한 압살정책을 추구한다면, 이는 200여년전 미 대륙에 상륙한 앵글로색슨 민족이 원주민을 총칼로 말살시켜 토지와 자원을 약탈한 침략적인 본성의 새로운 형태의 발로로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북미간에 불가침조약을 체결하게 되면 미국이 우려하는 핵무기를 비롯한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으며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해소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당국을 비롯한 민간통일운동 세력들은 북미간에 불가침조약을 체결하도록 모든 노력과 방도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특히 새해에는 미국의 패권적 지배전략의 일환으로서 이라크에 대한 무력침공이 감행될 것으로 예상되며 한반도에서는 이른바 북한의 핵개발 계획 및 핵발전소 건설 문제와 관련하여 강경한 대북정책을 전개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더욱더 민족대단결을 통해 통일의 주체역량을 한층 강화시켜 나가야 한다. 통일의 주체역량의 가장 중요한 징표의 하나가 `자주성`이라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자주성은 민족의 생명이며 그를 침해하는 어떠한 외적 도전에도 굴함없이 대응하고 그를 지켜나가야 한다. 자주성이 상실된 민족은 죽은 민족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낙관주의적 입장에서 6.15 공동선언 실천을 보다 대담하게 추진해야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지난 16대 대선에서는 통일세력과 반통일세력간의 대결이었다고 볼 수 있는데, 그들 대립관계의 세력을 좀더 구체화시킨다면 미국의 대북 강경정책에 종속되어 미국과 공동보조를 취해야 한다는 세력(반통일세력), 또한 북미간의 적대관계 및 미국의 대북한 강경정책을 완화시켜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세력과 남북이 하나가 되어 공동으로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에 대응해야 한다는 세력(통일세력) 등으로 설명될 수가 있다.

첫 번째 세력보다는 두 번째와 세 번째 세력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을 감안할 때 민족공조를 통해 미국의 대북 강경정책을 극복해 나갈 수 있는 남한의 통일세력이 확고하게 형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끝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미 역사적 경험에서 실증된 철학의 법칙에서는 외세로부터의 도전이 아무리 강렬하다 하더라도 내적 구조를 통해서 실현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하나의 진리로 되어 있다. 그러므로 내적 구조인 남북한 온 민족이 하나로 단결하여 민족적 요구와 이해관계를 위해 투쟁해 나간다면 외적 요인은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없는 것이다.

남북한 민족이라는 하나의 자주적인 유기체가 결집이 되어 민족문제를 극복해 나갈 때 예상되는 위기와 난관이 그렇게 큰 두려움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새해에는 이미 다져 놓은 남북간 화해와 협력의 길을 기초로 하여 낙관주의적 입장에서 6.15 공동선언 실천을 보다 대담하고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오천년 우리 민족사를 돌이켜 볼 때 우리 민족은 수많은 난관과 역경을 겪어왔으며 그럴 때마다 민족이 하나가 되어 그를 슬기롭게 극복해 왔다. 특히 일제 식민지 통치라는 민족사의 정치적 단절 속에서도 항일 무장투쟁과 민족해방, 그리고 조국광복운동을 줄기차게 전개해 온 민족이다. 우리 모두는 이와 같은 훌륭한 민족사의 애국애족 전통을 가슴에 안고 오늘의 난관을 극복하면서 민족의 존엄과 영예를 세계에 펼쳐나가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