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정오부터 잠실롯데호텔에서 열린 남북한 이산가족의 오찬 만남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차분하게 이뤄졌다.

이산가족들은 전날 단체상봉과 오전 개별상봉에 이은 수 시간 동안의 릴레이 상봉을 통해 분단의 대립과 어색함을 깨뜨리고 하루 빨리 통일이 돼 자유스럽게 만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남측이나 북측 가족이나 서로의 체제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겠다며 양보와 타협의 정신으로 남북화해를 기원했다.

북측 김규서(64)씨를 만나러 온 동생 시화(62)씨는 "살아서 만나게 된 것만 해도 천행이다. 50년 전의 기억이 생생하고 형도 별로 늙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단백질 부족때문인지 현저히 갈비살이 드러나 보여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그는 어젯밤에 오랜 시간을 기다려 시장하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미리 오후 6시께 저녁을 든든하게 먹었다. 가급적 의연하게 대하고 울음을 내비치지 않으려 애썼다"고 말했다.

김규서씨는 "남북이 가라서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일은 더 이상 있을 수 없다"며 "좋지 않은 역사의 기록이 더 이상 지속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기 때문에 식사를 아주 맛있게 했다고 덧붙였다.

북측 김영환(70)씨를 만난 동생 순환(67)씨는 "남측 가족 모두 너무 피곤하고 흥분돼서 제대로 음식을 먹지 못했다"며 선물로 보드카, 들쭉술, 테이블보를 받았다고 소개했다.

영환씨는 "남북의 기족들이 모두 행복하게 잘 살고 각각 언론계에 종사하면서 가족의 장점을 발산하고 있어 흐뭇하다"고 말했다. 또 제수인 이옥희(59)씨에게 "어머니 모시느라 수고했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영환씨의 동생 탈렌트 김영옥씨는 이날 오찬에는 참석치 않고 대신 이종사촌 여동생인 이명숙(62)씨가 참가했다. 명숙씨는 "오빠가 텔레비젼에서 보고 금세 알아봤다"며 "이렇게 오실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눈시울을 적셨다. 명숙씨는 "오빠는 어려서부터 참 훤출한 미남이었다"고 회고했다.

북측 홍성표(67)씨는 남측의 형제 자매를 모두 만나 매우 흐뭇했다. 모두 9남매인 이들 형제는 선표(65) 덕표(63) 명자(63) 정자(57) 기자(54) 학자(49)를 교대로 만났다. 전후에 새로 태어난 승국(47) 효창(44)도 상봉했다. 이들 9남매는 그 동안 만난 남매 중 전쟁이후 한 명도 사망하지 않고 모두 만나는 기쁨을 누렸다.

성표씨는 "6.15공동선언의 뜻을 받들어 자주적 민족대단결과 통일을 이룩해야 한다"며 형제들에게 건배를 제의하기도. 그는 또 "성심껏 요리를 해준 남측 사람들께 감사드린다" 며 "시장기 때문에 김치를 여러 접시 들었지만 일부 남조선 음식은 달고 기름지고 북조선 음식에 없는 냄새가 난다"고 촌평했다. (평양=공동취재단200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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