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숙 기자(mskim@tongilnews.com)



김명식(89)씨는 평남 순천이 고향으로 조카 정현(64)씨를 만나 피붙이에 대한 그리움과 기쁨을 통곡으로 대신했다. / 평양=사진공동취재단

평양상봉단은 기상 악화로 오후 4시를 조금 넘어 고려호텔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시작했다.

건강치료를 받기 위해 상봉을 포기한 서광옥(85)씨 덕분에 상봉단에 합류한 김명식(89)씨는 평남 순천이 고향으로 조카 정현(64)씨를 만나 피붙이에 대한 그리움과 기쁨을 통곡으로 대신했다. 이에 대해 정현씨는 90이 가까운 나이에 어머니를 찾겠다고 방문을 한 김씨가 연실 감사하다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김씨의 가족은 많은 친척들이 세상을 떠났지만 생사를 확인한 것만으로도 이산가족들에게는 큰 기쁨이라며 즐거워했다.

남측 이산가족 방문단 중 나이가 제일 많은 유두희(100.강원 문막)씨는 휠체어를 타고 아들 신동길씨를 만났다. 유씨는 반세기만에 만난 70이 넘은 아들 동길씨를 만나자 깊은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아들 동길씨도 50년의 불효를 어떻게 용서받겠느냐며 이 만남이 믿기지 않는 듯 조심스레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동길씨는 그 동안 어머니가 돌아가실 줄 알고 제사를 지낸 것으로 알려져 이번 만남이 더욱 소중하다.

서양화가 김한(73.서울)씨는 북한에서 유명한 서정시인이 된 동생 김철(67)씨 가족을 만나 동생이 생전 아버지의 모습과 똑 같다며 계속 얼굴을 매만졌다.

한국전쟁 때 북에 홀로 남겨두고 온 큰 아들 한상순(55)를 만난 한정서(80)씨는 "애비 구실 못해서 미안하구나. 그 동안 혼자서 얼마나 고생이 많았나?"며 아들을 부둥켜안고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한씨는 자신을 홀로 남겨두고 떠난 부모를 원망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위로를 하는 모습이 대견스럽기만하다.


양철영(81.서울)씨는 아내 우순애(73)씨를 만나 그저 눈물만 흘렸다. /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며느리, 손자 등 북측에 9명의 생존 가족이 살아 관심을 모았던 양철영(81.서울)씨는 아내 우순애(73)씨를 만나 그저 눈물만 흘렸다. 이들은 평양 산정현 교회 성가대에서 만나 결혼한 독실한 기독교부부였다. 1.4후퇴 후 51년 교인에 대한 탄압이 심해지자 이를 피해 월남하는 과정에서 헤어지게 되었다. 양씨는 자리 잡고 곧 돌아가겠다고 기약했으나 그만 50년이 흐르고 말았다.

이렇듯 평양의 상봉단은 기쁨과 감격으로 진행됐다. 정확한 집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1차 상봉(164명) 때보다 많은 숫자의 가족이 상봉한 것으로 보인다.

상봉을 마친 방문단은 평양시 인민위원회에 주최한 환영 만찬에 참석했다.

이 만찬에서 량만길 위원장은 "우리 나라의 이산가족문제는 외세에 의해 강요된 국토분단의 산물"이라며 "오직 민족 주체의 힘으로 나라를 통일하자"고 말했다. 또한 "이번 교환사업은 민족의 자주정신을 발양시키고 민족의 대단결을 이룩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만찬에 참여한 안경호(조국평화통일위원회)서기국장과 전금진 내각 책임, 참사 주요인사들이 대남사업에 관여하던 사람들이라 눈길을 끌었다.

평양방문단은 1일 오전 10시부터 숙소인 고려호텔에서 두 시간 동안 가족들과 개별 상봉을 예정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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