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곤 (서울 광양고등학교 교사)


1318세대는 아직 세상 돌아가는 일에 그리 관심을 두지 않는다. 9월 들어 한반도와 그 주변으로 한 시대에 굵은 획을 그을 만한 사건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지만 학생들은 여느 날과 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다.

아이들은 남북축구에 잠시 반짝 관심을 보냈을 뿐, 북-일 정상회담도 경의선 동해선 연결공사의 시작도 어른들의 일에 불과하다는 반응이다. 이 사건들은 너희들의 행복을 넘어 우리 자신의 생존과 관련된 일이라고 하여도 무덤덤하다.

나는 우리 청년 학생들에게 말한다. 너희들은 아니지만 너희들의 후배들은 이제 새로 열린 경의선 동해선을 타고 개성으로, 평양으로, 묘향산 금강산 백두산으로, 수학여행을 떠날 날이 머지 않았다. 길이 열리면 물건만 다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다닌다. 사람이 많이 다니면 길은 더 넓어지게 마련이다. 그것이 곧 통일의 길이다. 우리는 통일의 길을 따라 저 시베리아를 지나 유럽으로 갈 수 있다. 프랑스와 영국 사이에 뚫린 해저터널의 유로스타를 타고 런던에도 기차로 갈 수 있다. 경의선이 열리면서 한-일 간의 해저터널 공사도 벌써 이야기되고 있지 않더냐. 그 일은 우리 어른들이 아니라 바로 너희들의 일이란다. 애들아, 너희가 할 일이 이렇게 많구나.

지난 18일 분단의 상징 휴전선 철조망이 일부이지만 `처음으로` 걷히고 지뢰제거 작업이 시작되었다.  22일 남북 공영방송이 `처음으로` 교향악단 합동연주를 하여 생중계를 하였고 오늘 부산 아시안 게임에 참가하는 북녘 선수단 1진이 `처음으로` 동해 직항로를 타고 김해비행장으로 온다. 남북 사이에 `처음으로` 있는 일이 앞으로 계속될 것이다. 이런 까닭에 연이은 이산가족의 금강산 상봉은 현장 취재의 대상도 아니게 되었다.

그러나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우리 1318 통일세대에게 해설하고 의미부여를 하는 작업들은 얼마나 진행되고 있을까. 내가 안다고 남도 다 알고 있으려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북녘의 획기적인 변화에도 남녘의 내노라하는 언론들은 여전히 탐탁스럽게 여기지 않는 듯하다.

6.15 남북공동선언의 파탄을 노리고 2년 내내 포악한 제국에 대한 사대의 논리로 일관한 수구냉전 신문이나 정치집단은 워낙 그렇다하더라도 [선언]의 이행을 위해 애써 온 단체와 개인들이라면 올 가을 우리 앞에 전개되는 이 엄청난 사건들을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된다.

민족의 시인들은 식어버린 시심에 불을 지펴 새삼 붓을 들어야 한다. 음악인들은 곡을 써서 화해와 평화 시대의 도래를 노래해야 한다. 언론인들은 대쪽같은 사관의 기개로 보도와 논평을 하여 잠든 민족혼을 일깨워야 한다. 특히 [통일뉴스]의 정보는 더욱 널리 공유되고 그 분석기사는 좀 더 세밀해질 필요가 있다. 이 모든 것은 전문가들이 할 역할이다.

그리고 `교사들의 통일 이야기`를 올리는 필자들은 전국적으로 확산되어야 한다. 전국 방방곡곡의 학교마다 이 시대를 학생들과 함께 뜨거운 마음으로 보듬고 나가는 교사들이 한 두 명이 아니다. 그 분들의 생기 넘치는 이야기들이 여기 이야기 마당을 통해 교류되어 서로 힘을 주고받아야 한다.

힘이 닿는다면 각 지역마다 오는 11월 3일 학생의 날을 한반도와 민족사의 일대변전에 대한 교양의 계기로 만드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 서울에는 교사와 학생이 함께 달리는 행사가 예정되어 있다.

이날은 단순히 학생의 날을 독립기념관식 행사 차원을 넘어 오늘의 1318세대들이 선열들의 항일민족자주독립운동의 맥을 이어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고 분단을 강요해 온 `미 제국`의 굴레를 벗어 던지고 통일의 대업을 이루는 역사적 책무가 우리 모두에게 있음을 깨닫는 날이 되었으면 한다.

한반도를 석기시대의 폐허로 돌릴 핵폭탄 투하의 비밀이 폭로되고 이라크 다음은 북한이 미국의 공격 목표라고 `미 제국주의자`들이 공공연히 떠들어도, 우리의 안보제일주의자들은 민족의 생명을 위협하는 저들의 발언에는 `찍` 소리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날, 1318세대들이 이들 세력들의 뿌리와 정체를 인식하는 날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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