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제재로 인해 북한(조선)이 자신의 목소리를 외부세계에 낼 수 있는 통로는 매우 제한적이다. 하지만, 유엔의 전문기구인 만국우편연합(Universal Postal Union)에 1974년부터 회원국인 북한(조선)에서 발행되는 가장 작지만 가장 강력한 선전화인 우표는 만국우편연합 가입국 190국가 어디든지 갈 수가 있다.1) 그래서 북한(조선)에서는, 우표를 ‘작은 외교관’, ‘나라의 명함’이란 애칭으로 부르고 있다.

조선우표사에서 발췌해서 정리한 1946년부터 2020년까지 발행된 5341종의 우표들을 분석한 자료2)에 따르면 김일성(6.98%), 김정일(1.89%), 김정은(0.51%) 관련 우표들은 모두 합쳐도 약 7.9%가 백두혈통 우상화 관련 우표들인 반면에, 명산(23.5%), 경제(14%), 문화·체육(12%) 등 정치색이 엷은 분야가 약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조선에서는, 우표를 ‘작은역사책’이라 부르고 있다.

2025년 1월에 조선우표사에서는 “조선우표목록(KOREAN STAMP CATALOGUE:1946- 2024)”을 10년만에 발행했다. 조선우표목록에는 1946년 3월 12일 첫 발행된 우표 ‘무궁화’부터 시작해서 2024년 11월 20일에 발행된 ‘민족문화유산’ 우표까지 총 7,164종의 모든 우표들을 40% 축소해 넣은 우표총람책이다.

10년만에 발행된 이번 조선우표목록의 특이한 점이라면, 2023년 12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적대적 교전국 관계’로 규정한 이후, 대남관련 선전매체들과 대남관련 조직들을 없애버린 이후, 1946년부터 발행되었던 조국통일관련 우표 84종의 우표들과, 남쪽관련 인물들에 대한 약 40종의 우표들을 삭제한 후 발행했다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조선에서 우표를 작은역사책, 작은박물관이라 부르고 있으니, 우표에 새겨진 조선의 역사들 중 사라진 역사들을 다시금 살려내 보고자 한다.
이번 글에서는, 초기 발행된 우표 중 사라진 우표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첫 번째로 사라진 우표는, 1946년 8월 15일, 조국해방 1돐을 기념하기 위해 발행된 태극기배경에 무궁화 인장이 들어있는 김일성초상화 우표가 사라진 1호 우표다. 1946년 8월 15일 조국해방 1돐을 기념하기 위해, 조선우표사에서는 발행번호 3A 와 3B로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기념우표를 두장 발행하였다.

두 번째로 사라진 우표는, 최초의 평화통일관련우표였던, 1961년 5월 9일에 발행한 발행번호 273번 ‘평화통일을 위하여’란 제목하에, 발행된 “통일열차와 뜨락또르, 기중기”우표다.

세 번째로 사라진 우표는, 4.19인민봉기 3돐 기념우표로 발행된 발행번호 421번 ‘봉기에 떨쳐나선 남녘인민들’ 우표이다. 이 우표는 1960년 4월 19일에 대한민국에서 있었던 이승만정권의 독재와 부정선거에 항거하는 남조선 인민들의 봉기를 지지한다는 의미에서 발행되었다.

네 번째로 사라진 우표는, 1965년 4월 10일 발행된, 4.19인민봉기 5돐 기념우표인, 발행번호554번 ‘항쟁에 나선 남조선인민들’과 555번 ‘남조선인민들의 투쟁을 지지성원’하는 우표 2종이다. 이 우표에서는 단순하게 4.19 봉기 5주년을 기념한다는 것보다는, 당시 한참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던 ‘한일회담을 결사반대’한다는 내용과 미군의 남한내 주둔이 남과 북을 갈라 놓고 있는 원인으로 지적하면서 ‘미군 나가라’도 동시에 외치고 있는 3가지 의미를 담아 발행하였다.

일제식민 강점기로부터 해방과 동시에 맞게 된 분단 상황이 어느덧 80년을 넘어서고 있지만, 한반도에 살아온 우리의 선조들은 지난 5,000년 동안을 하나의 언어, 하나의 문화, 음식등을 공유하며 살아온 문화와 운명의 공동체였다. 한반도에 국가란 공동체가 형성된 이후 하나의 왕조가 평균 500년 이상을 존속하였던 참으로 특이한 민족이지만, 21세기 들어 분단이 장기화되어 가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가 역사에 죄인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남과 북은 평화로운 상태 유지와 평화 공존과 평화 공영를 통해 끊어진 혈맥을 다시금 이어가야 하는 숙명적 과제가 우리에게 남아있다. 그동안 대한민국이 조선과 맺었던 큰 합의서 내용들에 대해, 대한민국에서 먼저 진정성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실천해 나간다면, 사라진 우표들도 언젠가는 다시금 복원되리라 생각된다. 그런 날이 속히 오기를 바라면서 이 글을 이어가고자 한다.

주(註)

1) 단, 한국과 미국에서는 조선우표가 붙은 우편물 취급을 거부하고 있다.

2) 안재영(2022), “북한우표의 국가적 상징성에 관한 연구”,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박사논문, p.157.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