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출범 30주년을 맞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8일 '전태일열사 정신계승 2025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해 '모든 노동자의 노동권 보장과 사회의 자주와 평등 실현'을 다짐했다.
민주노총은 8일 오후 서울 동대문 디자인플라자(DDP)앞에서 모든 노동자의 민주노총이 되어 새 시대를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주도하라 새 시대를! 모든 노동자의 민주노총!'이라는 구호를 전면에 걸고 '전태일열사 정신계승 2025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했다. 5만여 명의 조합원들이 도심행진을 이어갔다.
1995년 11월 11일과 12일 창립대의원대회와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어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선포한 민주노총은 이날 1995년생 조합원들이 무대에 올라 낭독한 결의문을 통해 △하청·특수고용노동자들의 교섭권 보장과 원청교섭 실현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들의 노동자성 인정과 초기업 교섭 제도화, 작업중지권 쟁취 △미국의 경제침력 저지와 불평등한 한미관계 청산, 노동자 일자리 수호 △내란세력 청산과 사회대개혁 실현에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이재명 정부는 빛의 혁명으로 민주주의를 지켜낸 민주시민의 힘과 자부심에 기초해 자주적이고 당당한 외교로 나아갈 것을 요구하는 국민의 기대를 배신했다"며, "민주주의와 노동자·민중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투쟁해 온 우리는 모든 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고 우리 사회의 자주와 평등을 실현하는 날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선명한 '노동자성'을 밝혔다.
"정부는 3,500억 불의 현금강탈에 굴복하고 재벌들은 대규모 대미투자로 한국경제와 노동자의 일자리는 위기의 늪에 빠지게 되었다"고 직격했다.
양경수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민주노총의 30년은 신자유주의와 싸웠던 30년이었다"고 하면서 정리해고와 구조조정, 공공기관 민영화를 막기 위해 처절하게 싸워왔고,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가슴에 새기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규가 세상에 울리도록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사회는 아직도 임금 노동자의 절반이 비정규직인 불평등한 사회이며,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불행한 사회"라고 하면서 "관세를 앞세운 트럼프의 수탈이 자행되는 것을 보면, 이재명 정부가 제 아무리 자화자찬을 한다고 해도 이번 관세 협상은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노동 현장을 파괴할 것이 불보듯 뻔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제 모든 노동자의 민주노총이 되기 위하여, 모든 노동자들의 자부심이 되기 위하여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쟁취하자. 업종의 담벼락을 넘어 초기업 교섭을 조직하고 울타리 밖 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민주노총이 되자"고 제안했다.
"더 이상은 죽지 않게 작업중지권을 보장해서 우리 스스로 생명을 지킬 수 있는 현장을 만들어 가자"고 말했다.
이어 "정규직이 비정규직의 손을 잡고, 비장애인이 장애인의 손을 잡고, 성별과 인종과 국적의 차이를 넘어 모두가 단결하고 연대해 싸울 때 우리는 이길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박근혜도, 윤석열도 우리가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우리는 다시 단결하고 연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 초대 위원장인 권영길 지도위원은 "민주노총은 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해마다 열린 열사정신계승 노동자대회의 투쟁동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이제 우리는 민주노총다운 민주노총의 길을 걸어가자"고 하면서 "미국의 약탈을 막아내는 일"을 중차대한 투쟁과제로 제시했다.
"트럼프의 통상조치는 한국 노동자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 베어 있는 돈을 뺏어가는 날강도 짓거리이자 한국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줄어들게 만드는 제국주의 만행"이라며, "박근혜, 윤석열을 탄핵하고 파면시킨 투쟁 때처럼 다시 떨쳐 일어나 미국의 경제 침략을 막아내자"고 독려했다.
현장 발언자로 무대에 오른 김태균 공공운수노조 서울교통공사노조 위원장은 '지하철 공익서비스비용 정부지원 법제화'와 '노정교섭 제도화' 요구는 '시민의 안전과 이동권, 그리고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는 싸움'이라고 하면서 "정부는 공공부문의 실질적 운영주체이자 사용자로서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노동자에게 희생을 강요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정준현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장은 원천기술만 빼먹고 먹튀하는 중국의 행태와 강탈에 다름없는 미국의 횡포속에 우리 제조업은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고 하면서 "중국은 훔쳐가고 미국은 빼앗아 간다"고 지적했다.
"아이오닉 전기차를 생산하는 현대자동차 울산1공장은 물량이 없어 휴업을 밥먹듯 하는데, 현대차는 2026년부터 연간 5천대의 전기차를 태국에서 내수용으로 현지생산한다고, 현대제철은 업황 부진으로 지난 6월부터 포항 2공장을 사실상 폐쇄하고는 미국에 대규모 일관제철소를 짓겠다고 한다"며 국내 자본의 대응도 문제삼았다.
또 자국 제조업과 일자리를 위해 발벗고 나선 미국·중국과 비교하면 대한민국 정부는 제조업 보호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질타했다.
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을지로를 거쳐 세종호텔 공공농성장까지, 또 종로를 거쳐 서울고용노동청을 향해 도심행진을 벌였다.
이날 대회장 인근에선 민주노총 가맹조직들 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시민사회 긴급행동', 행동하는 성소수자인권연대',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평화주권행동 평화너머',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서울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등 많은 연대단체들의 부스가 운영되어 '길을 여는 민주노총'의 면모를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주와 평등,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해 힘차게 투쟁하자!
오늘 우리는 노동탄압으로 일관한 윤석열 정권 퇴진의 결의를 성사시킨 승리자로 이 자리에 섰다. 2024년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우리는 희생을 각오하고 퇴진광장을 열었으며 기나긴 겨울 내내 민주노총은 민주수호, 내란청산 투쟁의 선봉에서 헌신했다.
내란수괴가 구속되고 정권이 교체되었지만 정치 현실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았다. 사법부와 사회 곳곳에 똬리를 틀고 있는 내란 부역세력은 내란재판을 지연시키고 진상규명과 내란공범자들에 대한 처벌을 방해하고 있다. 내란공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청산을 방해하며 극우적 선동을 지속하고 있다.
인공지능(AI) 3대 강국, 코스피 5000 등 장미빛 미래를 약속하는 목소리는 높지만 노동자, 민중의 고단한 현실은 바뀐 것이 없다. 노조법 2·3조가 개정되었지만 하청·특수고용노동자의 교섭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적극적인 후속 조치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산업재해를 줄이겠다는 목소리는 높지만 노동안전을 담보할 노동자의 작업중지권은 보장되지 않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빛의 혁명으로 민주주의를 지켜낸 민주시민의 힘과 자부심에 기초해 자주적이고 당당한 외교로 나아갈 것을 요구하는 국민의 기대를 배신했다.
자국 내에서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관세폭탄과 경제침략으로 세계적 경제 혼란과 약소국 수탈을 벌이고 있는 트럼프에게 대한민국 대통령은 아부와 굴종으로 일관했다. 정부는 3,500억 불의 현금강탈에 굴복하고 재벌들은 대규모 대미 투자로 한국경제와 노동자의 일자리는 위기의 늪에 빠지게 되었다.
민주주의와 노동자·민중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투쟁해 온 우리는 모든 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고 우리 사회의 자주와 평등을 실현하는 날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개정노동법에 따라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를 온전하게 되찾기 위해 2026년을 원청교섭과 비정규직 권리 쟁취의 원년으로 만들 것이다. 또한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작업중지권을 반드시 쟁취할 것이다.
우리는 하반기 3대 입법,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 초기업교섭의 제도화와 단체협약 효력확장, 작업중지권 보장 입법화를 강력하게 요구한다. 내란청산의 핵심은 내란세력 국민의힘이 벌여온 반노동정책의 전면 폐기와 노동권, 민중생존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우리는 미국 트럼프정권의 경제수탈과 일자리약탈을 방관하지 않을 것이다. 굴욕적인 대미협상을 전면 백지화하고 3,500억불 조공을 중단할 것을 이재명 정부에 요구한다. 재벌들은 노동자, 민중의 피땀으로 축적한 국부를 미국에 투자할 것이 아니라 한국에 투자하고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의 결의
하청·특수고용노동자들의 교섭권을 온전하게 보장하고 원청교섭 실현을 위해 투쟁할 것을 결의한다!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 노동자성 인정, 초기업교섭 제도화, 작업중지권 쟁취를 위해 투쟁할 것을 결의한다!
미국의 경제침략을 저지하고 불평등한 한미관계 청산, 노동자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투쟁할 것을 결의한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내란세력을 청산하고 사회대개혁을 실현하기 위해 투쟁할 것을 결의한다!
2025년 11월 8일
전태일열사 정신계승을 위한 전국노동자대회 참가자 일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