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석 작가가 11월 1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대안예술공간 이포에서 열고있는 초대전, '아직의 시간-공존하는 풍경 8'.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진석 작가가 11월 1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대안예술공간 이포에서 열고있는 초대전, '아직의 시간-공존하는 풍경 8'.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재명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 광화문광장을 배경으로 번쩍 손 맞잡고 환하게 웃는 모습. 

유라시아 대륙 지도를 펼쳐놓고 KTX와 '금강고속', 평양 번호판을 단 택시에 몸을 실어 평양과 하노이, 모스크바와 베이징, 베를린, 아테네, 로마로 향하는 장쾌한 스케일.

'이미' 현실이 되었어야 할, 모두가 기다리는 그날은 '아직'은 오지 않은 앞날의 희망이다.

이진석 작가가 11월 1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의 대안예술공간 이포에서 열고있는 초대전의 제목이 '아직의 시간-공존하는 풍경 8'로 정해진 까닭이다.

'적대적 두국가관계', '핵전쟁연습과 비핵화', '평화공존'이라는 이념이 분단의 현실을 까맣게 뒤덮고 있지만 작가의 붓은 '아직'이라는 이름으로, 오지 않은 희망을 노래하고 싶다.

70년만의 외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70년만의 외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여덟번을 이어진 '공존하는 풍경'. 10여 년 전 작품에는 명동예술극장 앞 거리를 활보하는 붉은 스카프의 소년단원과 교통안내원(70년만의 외출)이 있었고, 유재석과 박명수를 비롯한 '무한도전'팀이 남한 사람으로는 처음으로 원산과 라선, 묘향산, 개성을 돌아다니고 DMZ를 넘나드는 신나는 모습이 있었다.

실재가 아닌 상상일지언정 조금만 더 노력하면 곧 그럴 수 있겠다는 기대가 아예 없지도 않아서 더욱 설렘이 있었다.

2025년 '공존하는 풍경'에는 어떤 모습이 그려져있을까?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저 멀리 백두산이 있고, 백두산 아래엔 경복궁과 광화문을 앞세운 북악산이 펼쳐져 있다. 그 아래로 울릉도와 딱 붙어있는 독도가 외롭지 않은 우리 땅의 전체 모습이 자리잡았고, 단일기(한반도기) 문양 넥타이를 맨 이재명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맞잡은 두손을 힘껏 추켜올린 모습이 그려져 있다.

10년 전 '평화철도'엔 없던 KTX가 새로 그려졌고, '금강고속'과 평양 번호판을 단 택시와 더 많은 차량이 개성과 금강산, 평양으로 더 멀리 달려가는 새로운 평화철도로 재탄생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작가의 붓은 지난 8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을 '남북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로 바뀌 놓았고, TV 예능프로그램 '복면가왕'에 가면을 쓰고 출연한 리설주 여사와 둘째 자제를 보고 충격에 빠진 연예인 판정단도 그려넣었다.

멀리 주체사상탑이 보이는 대동강변에 펼쳐진 '남북 행복가득 맥주축제' 장소에선 남과 북의 젊은이들이  함께 사진찍으며 건배를 하고 있다.

딱히 분석할 것 없이 그림속 크고 작은 이야기거리를 찾아 즐기는 동안 '공존하는 풍경'에 대한 무뎌진 희망이 새로 솟아나는 느낌이다.

작가가 그리는 희망은 그렇지 않은 현실을 풍자하고 날카롭게 비판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더욱 분명하게 다가온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전시장 2.5층 벽에 걸려있는 "예술은 비폭력 저항이다! 독재는 짧고 예술은 길다"는 문구는 그만큼 강렬하다.

문화예술을 구타하는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저항하는 퍼포먼스에서 사용한 작품이다.  

그 아래로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는 백범 김구의 이야기와 "통일없는 휴전은 삼천만 동포를 죽이는 것이다. 내몰자 빨갱이"를 황토색과 붉은색 글씨로 엇갈려가며 쓴 글자위로 분단된 광화문 광장이 가슴을 치게 만든다.

각각 파란색과 초록색으로 쓰인 "서울수복 후 폐허속의 생존자와 죽은자", "어린이들이 물놀이를 하며 시원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아래 문장은 그림에 대한 해설인 셈이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작품 설명을 하는 이진석 작가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박정희, 전두환과 미국의 대통령들이 국회의사당을 배경으로 악수하며 손흔드는 그때 탱크에 짓밟히고 사지를 묶인채 고문당하는 시민들의 모습, 이한열과 함께 피흘리고 쓰러지면서도 다시 일으켜 세운 민주화운동, 윤석열의 12.3 내란을 막아낸 시민들의 영웅적인 투쟁을 그린 그림은 현대사를 압축한 세편의 연작이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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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평화가 아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것은 평화가 아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80년 번영의 동반자'를 현수막으로 내건 2013년의 주한미국대사관을 단일기를 내건 '2025 번영의 동반자-남북공동연락사무소'로 바꿔버린 상상력은 성조기 나부끼는 미국대사관 앞에서 전봉준, 안중근, 김원봉, 여운형, 안창호 선생 등이 '평화협정 체결하라! 방위비분담금 거부한다! 전시작전권 환수하라!'는 현수막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장면까지 이어진다.

압권은 전시장으로 올라가는 1.5층 안쪽에 붙어있는, 성조기로 만들어진 새장 속 비둘기 그림이다. '이것은 평화가 아니다!'라는 제목의 2023년작.

우리의 희망은 어디서 찾아야 하는가? 

가을을 건너뛰고 찾아온 이 겨울에 무언가 분명하지 않고 아스라하다면, 다시 설레는 희망의 근거를 찾아 전시장을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서울-평양 제한없는 자유왕래 허용!'을 속보로 전하는 [조선중앙TV]와 '자유왕래를 허용하기로 선언'이라는 제목의 뉴스특보를 방송하는 [KBS1] 전광판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남북의 시민들은 이번에도 다시 전시장에 걸렸다.

다들 목빠지게 그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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