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2일 조선이 미사일총국 주도로 극초음속 미사일을 평양 력포구역에서 어랑군 궤상봉(직선거리 400km 남짓)으로 시험 발사했다.
이를 보도한 조선중앙통신이 미사일의 구체적인 기종·제원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지난 10월 10일 조선로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에 등장한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11마>로 추정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모처럼 의견이 일치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을 앞둔 북한의 군사 도발"이라고 비판했다. 대부분의 국내 언론도 "북한이 APEC을 앞두고 존재감을 과시한 것", "APEC을 계기로 한국을 방문하는 트럼프(미국) 압박용"이라고 해석했다. 심지어 몇몇 전문가는 "화성-11마의 사거리가 500km 이상인데, 평양~경주의 직선거리 450여km와 비슷한 400여km만 날려서 긴장을 고조시키려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필자는 위와 같은 해석과 주장에 선뜻 동의할 수 없다. 지금도 조선이 2019년 2월 2차 조미 정상회담 이전처럼 소위 '군사적 도발'을 통해 미국의 관심을 끌고자 한다고 생각하는가?
만약 그렇다면, 조선이 미사일 발사를 통해 긴장도를 높이고 트럼프를 압박하여 얻으려는 것은 무엇이라고 판단하는가? APEC 정상회담을 앞두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행위가 조선이 그 무언가를 얻어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보는가? 그렇지 않다면, 당신과 달리 조선은 그런 기대를 품고 있다고 판단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조선은 2021년 1월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에서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을 수립했다. 이 계획에는 핵기술 고도화, 핵무기 소형화, 정찰 수단 개발, 재래식 무장 장비 현대화 등과 함께 '첨단 전략무기 개발'이 포함되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이때 조선이 언급한 첨단 전략무기의 하나이다. 즉, 조선은 '2025년 말까지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완료'라는 목표를 갖고 있고, 이를 달성하여 내년 1월로 예정된 9차 당 대회에서 크게 과시하고 싶을 것이다.
필자는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에는 이러한 내재적 동기가 APEC보다 더 크게 작동했다고 보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런 질문들에 대한 설명 없이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배경을 APEC에서 찾는 견해는 '**을 겨냥한 북한의 도발'이라는 진부한 도식의 반복일 뿐이다.
한국이 올해 APEC 정상회의 개최국, 즉 의장국으로 확정된 시점은 박근혜가 대통령이던 2015년 11월이다. 그런데 조선이 5년마다 열게 되어 있는 로동당 당 대회를 30여 년 동안 열지 않다가 '갑자기' 연 해가 공교롭게도 이듬해인 2016년 5월이었다. 그리고 이로부터 5년 뒤 8차 당 대회를 개최하여 앞서 언급한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을 확정했다. 이런 연도들을 기초로 '북한은 10년 전부터 APEC 정상회담을 앞둔 도발을 준비한 셈'이라고 주장한다면 참신하기는 하겠다.
* 이 칼럼은 평화너머 정책연구소 이슈 브리프 <현황과 분석> 2025년 18호에도 함께 실립니다.


출처 : 통일뉴스(http://www.tongil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