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가 막을 내렸다. 전 세계가 숨죽이고 지켜본 건, 시진핑 주석의 장기 집권 계획과 후계 구도에 대한 어떤 '신호'가 나올까 하는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대로, 아니 어쩌면 더 노골적이었다. 후계자 지명은커녕, 시진핑 사상을 뼛속까지 박아 넣으며 2035년까지의 거대한 중장기 목표를 강조하는 공보가 발표되면서, 그의 4연임 시나리오에 힘이 실렸다.
그런데 여기서 미묘한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중앙군사위원회 장유샤 부주석이 군부를 장악하며 권력 분점의 싹을 틔운 정황이 뚜렷하게 드러난 것이다. 결국 중국의 미래는 시진핑의 확고한 통제와 군부의 예상치 못한 독립성이라는, '안정'과 '불확실성'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위에 놓이게 되었다.
이번 4중전회의 공보는 시진핑 주석의 장기 집권 의지를 확인 사살하는 문구들로 가득하다. 공산당의 기본 사상인 마르크스-레닌주의부터 마오쩌둥, 덩샤오핑을 거쳐, 종국에는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끝까지 관철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2026년부터 2030년까지의 '15차 5개년 계획'과 2035년까지 중국을 중등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원대한 목표이다. 경제력, 과학기술력, 국방력 모두 시진핑 지도력 아래에서 완성해야 할 임무로 못 박은 것이다. 그의 임기가 2027년에 끝나는데도 2035년까지의 장기 비전을 제시했다는 건, 2027년 제21차 당 대회에서 4연임을 위한 명분을 미리 깔아둔 것이나 다름없다. 71세의 시 주석이 만약 권력을 물려줄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이번 전회는 후계자를 슬쩍 비추는 마지막 기회였을 것이다. 하지만 공보는 "전당, 전군, 전국 인민이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단결해야 한다"는 구절을 반복하며 후계 구도 논의를 원천 봉쇄했다. 시진핑 중심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뜻이다.
겉으로는 시진핑의 완승처럼 보이지만, 공보의 화려함 뒤에는 권력의 미묘한 균열이 숨어 있다. 장유샤 부주석의 영향력이 군부 내에서 압도적으로 강화된 것이다. 시 주석의 고향 산시성 출신인 장성민이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으로 승진했는데, 단순한 인사가 아니라 장유샤 라인이 군부를 사실상 독자적으로 통제하게 되었음을 암시한다. 이미 장유샤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허웨이둥, 먀오화 등 11명 중앙위원의 대규모 숙청 및 교체가 이번 전회에서 추인되면서, 군부는 공산당 역사상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자율성을 확보하게 되었다.
가장 의미심장한 구절은 "중앙군사위 주석 책임제를 실천할 것을 요구"한다는 대목이다. 시진핑이 당과 군의 절대적 수장이라면 굳이 필요 없는 이 문구가, 형식적으로는 시진핑이 주석직을 유지하되 실질적인 군사 지휘권은 장유샤가 행사하는 '권력 분점 체제'를 예고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시진핑이 '제2의 마오쩌둥'을 꿈꿨다면, 자신의 핵심 지지 세력을 잃고 군부 통제력마저 약화되면서 그 꿈은 사실상 좌절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이번 4중전회는 시진핑과 장유샤가 당장 큰 충돌을 피하고 '윈윈' 합의로 분열을 막아보려 한 시도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의 동거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다. 권력 분점은 늘 잠재적 갈등의 씨앗이 되기 마련이다.
군부가 독립성을 강화할 경우, 대만이나 남중국해 문제에서 중국이 더 강경한 군사적 행동에 나설 가능성 또한 커진다. 또한 중국의 서해 PMZ 불법 구조물 확대와 관련하여 한국에 대해 강압 정책을 펼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는 한-중 및 미-중 갈등을 격화시키고 동아시아 안보 지형 전체를 뒤흔들 중대한 변수이다. 또한, 시진핑이 그토록 강조한 '공동부유' 정책이 군사 예산 확대와 군부 우선주의에 밀려 흐지부지될 위험도 있다. 2035년 목표를 달성하려면 경제 성장이 필수인데, 군부 중심의 경직된 정책은 중국 경제를 고립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
한국으로서는 이 불확실성을 가장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장유샤의 군사적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동시에 한-미-일 안보 협력을 더욱 단단히 다져야 한다. 서해에 대한 중국의 내해와 시도를 차단함과 동시에 대만 해협 위기 등 만일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중국 4중전회는 시진핑의 4연임 야망을 공식화했지만, 동시에 군부의 예상치 못한 '독립 선언'과 권력 분점이라는 새로운 불안 요소를 노정하고 있다. 이 '불안한 동거'가 중국 정치의 안정성과 국제 정세에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예의주시할 때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정치학 박사, 2003)
국방대학교 안보문제연구소 (책임연구위원 2006-2023)
플로리다 주립대 정치학과 (방문학자)
US Naval War College(방문학자)
현재 제주평화연구원(초빙연구위원 2024-현재)
한국외대 글로벌정치연구소(초빙연구위원 현재)
주요 저서로 이광요의 국가경영리더십(2006), 한반도 분간극복을 위한 정치리더십(공저, 2007), 동북아 전략환경과 한국안보(공저, 2007), 아시아 안보와 평화질서(공저, 2008)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