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과 한국 간 경제 협상이 관세 인하와 대미 투자 규모를 둘러싼 이견으로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외국군 없이 자주국방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은 굴종적인 사고”라고 밝힌 것이나, 임기내 전작권 전환 목표가 강조되는 것은 주목되는 부분이다. 이는 주한미군과 관련해 미국을 직접 자극할 수 있는 발언이기 때문이다. 아쉬운 것은 대통령의 그 발언에 대해 정부 내 또는 언론, 학계, 시민사회 등에서 공론화 시도가 없다는 점이다. 정치는 여론전이라는 말이 있고 손바닥도 맞부딪혀야 소리가 나는 법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과 그 정부는 한미 통상협상을 유리하게 끌고가기 위한 포석으로 주한미군 방위비 인상, 한국 국방비 증액 등을 요구하면서 합의가 안 되면 주한미군 감축, 철수 등의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식의 경고도 내놓은 바 있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한미동맹이라는 큰 틀은 굳건하다는 점은 앞세우면서도 역대 보수 정권들과는 차이가 있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주한미군의 중러 군사작전에 침묵하는 한국 정부, 대국민 직무유기

윤석열 정권만 해도 주한미군과 관련해 ‘북한의 재침이나 핵무기를 막기 위해 주둔 절대필요’라는 점만을 강조하면서 한미동맹, 한미일 군사협력만이 살 길인 양 강조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하겠다. 이재명 정부가 외교 안보도 국가이익을 우선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어 자주국방, 군사적 주권, 주한미군 문제 등에 대해 주권국가의 위상에 걸맞는 조치를 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은 자국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속된 말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제국주의적 속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한국도 경제, 군사 선진국이 되고 K-팝 등 한류가 지구촌을 들썩일 정도로 문화강국이 된 이상 사실관계에 입각해 국가간의 국격을 존중한다는 원칙하에 시시비비를 가린다면 분명 큰 성과가 있을 것이다. 그것은 미국이 21세기 제국주의 국가라는 오명을 씻고 그 국익에도 기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엄혹하다. 한국의 역대정부는 주한미군이 과연 한국만을 위해 주둔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미국도 그런 점에 입각해 한국에 방위비 인상 등을 요구해왔다. 주한미군이 북한보다 중국, 소련이나 러시아 등 핵 강국에 대처하는 미국정부의 세계군사전략의 최전방기지로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은 미국 정부가 비밀로 해왔고 한국 정부도 그에 침묵했다.

주한미군이 주변 핵 강대국을 겨냥한 비수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해 중국, 러시아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미사일, 드론 등으로 무력화시킬 군사적 대비를 해왔고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이는 군산, 오산, 평택 미군 기지를 공격하는 작전이다. 강대국의 동북아에서 군사적 이해관계는 한국과 동일하지 않다는 점에서 강대국간 무력충돌이 벌어지면 한국이 그들의 전쟁터가 되어 막대한 인명과 재산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 이런 점에 대해 한국 정부가 침묵하는 것은 주권자인 국민에 대해 중대한 직무유기라 할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주한미군의 실제 역할 등에 대해 국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면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식의 자구책을 강구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라 할 것이다. 역대 정부가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국격을 추락시켜 국제사회의 비웃음거리가 되면서 주권자인 국민을 개돼지로 여겼다는 심각한 행태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정부 뿐 아니라 학계나 언론 등도 그렇게 하지 않고 침묵했으며 오늘날에도 마찬가지라는 것은 대단히 불행한 일이다. 국가보안법이 맹위를 떨치면서 한국사회는 주한미군에 대해 침묵을 강요당한 측면도 크다 하겠다. 이런 점을 전제로 주한미군의 실체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한미동맹의 예속적 관계에 대해 정부 국민에게 정확히 알려야

주한미군은 한미상호방위조약과 SOFA(주둔군지위협정)에 의해 그 주둔은 미국의 권리(right)가 행사되는 성격이고 미군부대는 한국 공권력이 미치지 못하는 치외법권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 한미동맹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거나 군사적 예속상태라는 지적을 받는 이유의 하나다. 이는 미국이 필리핀, 일본, 나토 회원국 등과 맺고 있는 대등한 군사관계에 비해 대단히 열악해 군사식민지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냉전기 전후 주한미군은 북한뿐 아니라 중국, 러시아 등 핵 대국의 활동을 견제하는 최전선 군 기지 역할을 했고 평택, 오산, 군산, 성주 등의 미군기지가 대표적이었다. 주한미군은 미국 인도태평양 사령부 전략 내에서 북한 억지뿐 아니라, 대만해협·동중국해·남중국해 사태 시 동원 가능한 병참 및 타격 거점으로 활용되고 있다. 핵전략 측면에서 보면, 주한미군은 중·러의 핵·미사일 기지를 겨냥한 미 전략무기의 운용체제의 일부이다.

주한미군의 다층적 역할에도 불구하고 한미 두 나라는 북한 방어용이라는 점만을 유독 강조하고 있다. 이는 미국은 자국 이익에 큰 도움이 되지만 한국의 경우는 주권국가로서의 국격과 무관치 않다는 비판을 자초한다. 주한미군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북한의 남침 저지용이라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자리잡은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는 국가보안법이 주한미군을 비판하거나 철수를 주장하는 것은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는 이적행위로 처벌한 결과이기도 하다.

오늘날 주한미군의 중․러 견제 역할이 강화되면서 미국의 필요에 의해, 한국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핵 강대국들의 무력충돌로 인한 피해가 한국에서 발생할 가능성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은 과거와 큰 차이가 없다. 한국 정부는 한미동맹의 문제점에 대해 침묵하면서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하고 있고 미국의 일방적 주장에 끌려다니는 형국이 지속되고 있을 뿐이다.

주한미군 냉전기 전후 중․러 등 타격 전략부대 역할

주한미군은 국제정세 변화 속에서 그 역할과 위상이 지속적으로 변화해 왔다. 이는 냉전과 탈냉전, 한반도 안보와 미국의 세계전략, 중국과 소련, 러시아 등 역내 강대국들과의 대치라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다. 오늘날 주한미군의 역할은 한반도 방어에 국한되지 않고, 미국의 아시아-태평양(현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나날이 그 중요성이 비대해지고 있다.

주한미군은 한국전쟁 이후 한반도에 주둔하며 표면적으로는 북한의 침공을 억제하고 한국을 방어하는 목적을 수행한다고 일컬어져 왔다. 그러나 그 실질적 기능은 한반도 방어에 머물지 않고, 미국의 세계전략, 특히 인도-태평양 안보구조 및 본토 방어 전략의 핵심 전초기지로 발전해 왔다. 이러한 다층적 역할은 냉전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변화해 왔으며, 그 전략적 성격은 전술적 방어에서 글로벌 전략기지로 격상돼 왔다. 연대순으로 주한미군의 위상 변화를 살피면 아래와 같다.

1945년 해방과 함께 한반도에 점령군으로 진군한 미군은 군정을 통해 미국의 소련 영향력 확대를 저지하는 전략 기지로, 남한 단독정부를 수립하는 추동력 역할을 했다. 1949년 미국이 남한을 방어선에서 제외한 애치슨라인을 선포한 것도 미 국익을 위한 결정이었고 1950년 한국전쟁 발발 후 유엔에서 유엔 기치를 사용하는 조건으로 다국적군을 만들어 참전한 것도 미 국익을 위한 조치였다. 미군은 한반도에서 북한군 및 중공군과의 전면전을 벌인 것도 일본의 공산화를 막는 것이 미 국익과 직결된다는 미 정부 판단의 결과였다.

미국은 한국전 기간 동안 진행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서 일본의 전후 배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조약 논의 과정부터 한국을 원천 배제하고 일제 강점기간 동안 일본이 한국의 근대화에 기여했으며 일제가 남기고 간 재산이 배상 추정액의 몇 배가 된다는 식의 가짜 뉴스를 퍼뜨렸다. 미국은 일본이 태평양전쟁 이후 발생한 피해만을 개별국가와 협상을 통해 해결하도록 하는 파격적인 배상 조건을 성사시켜주면서 한국을 골탕먹인 것도 일본을 통한 미 국익 추구라는 목적 때문이었다. 얼마 전 윤석열 정권하에서 ‘일제 치하에서 선조들은 모두 일본인이었다’는 식으로 날뛰던 뉴라이트들의 망발의 원조는 미국인 것이다.

휴전 이후 냉전이 본격화되면서 1953년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주한미군이 한국의 군사적 주권 상당 부분을 대행하는 법적 기반이 되었다. 이 시기 주한미군은 단순한 한반도 방어 전력을 넘어, 소련과 중국을 포함한 공산권에 맞서는 미국의 동북아시아 최전선 전략 기지였다.

1958년부터 1991년까지 주한미군은 전술핵무기를 한반도에 배치하고, 오산과 군산 기지 등을 통해 중국(북경)과 소련(블라디보스토크)를 전략폭격기와 핵폭탄 탑재 가능 항공기로 타격하는 미국의 전략 통합작전계획(SIOP)을 실행할 준비 태세를 24시간 유지했다. 1960년 12월에 승인된 SIOP는 2003년까지 유지되면서 북한뿐만 아니라 소련과 중국의 주요 군사 및 산업 시설을 타격 목표에 포함시켰다. 그에 따라 오산 및 군산 공군기지 등 주한미군은 핵무기 보관 및 전진 발진기지 역할을 하였으며, 중국과 소련의 전략 도시 타격 임무를 맡았다.

주한미군, 미국 세계전략 SIOP, OPLAN 수행 역할

냉전 해체 분위기가 고조되던 1991년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의 전 세계 전술 핵무기 철수 선언에 따라 주한미군에 배치되었던 핵무기가 모두 철수되었다. 그 이후에도 주한미군의 전략적 역할은 계속 유지됐다.

미국은 냉전 종식 이후 전략적 유연성 필요성이 대두되자 2003년부터 SIOP를 대체한 핵전략 계획 OPLAN을 만들어 8044, 8010 등으로 수정하면서 오늘날까지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OPLAN의 대상에 중국, 러시아 외에 북한, 이란 등을 포함시켜 국가별 위협 성격에 따라 맞춤형 형식의 핵 대응을 하면서 사이버·우주 영역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이 계획에 따라 필요시 동원하는 전략자산은 B-21, SLBM, 핵잠수함, 저위력 핵무기 등이 포함된다.

현재 오산과 군산 미군기지는 중국, 러시아 주요 도시나 군사기지를 가장 단시간 내에 타격해 전략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최전선의 부대로 평가되고 있다. 그에 따라 주한미군은 전술핵 대신 B-2, B-52, F-22 등의 전략무기를 순환 배치하거나, 괌 등에서 한반도를 경유해 출격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와 동시에 ISR(정보감시정찰), 전자전, 우주감시 작전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며 중·러 견제를 위한 전략적 요충지 역할을 강화해왔다.

미국은 대북 전략도 OPLAN 5029(급변사태 시 개입), OPLAN 5015(북한의 핵·미사일 시설에 대한 선제타격 및 참수작전) 등으로 구체화시켜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전략적 견제를 강화하고 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의 대테러 전쟁과 전 세계적인 미군 재편 계획이 추진되면서 주한미군의 역할도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2006년 한미 양국은 ‘전략적 유연성’에 합의했는데, 이는 주한미군이 한반도 방어라는 고유 임무 외에 미국의 전략적 필요에 따라 역내 또는 전 세계 다른 분쟁 지역으로 재배치될 수 있음을 공식화한 것이다.

이는 주한미군이 단순히 한반도에 고정된 방어 병력이 아닌, 미국의 글로벌 안보 전략에 따라 유연하게 운용될 수 있는 ‘전략 자산’으로서의 위상을 갖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동시에 용산 기지의 평택 이전 등 대규모 기지 재편이 이루어지며 주한미군의 작전 효율성 및 현대화가 추진되었다.

2023년 북한의 핵무기 실전배치와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 및 고체연료화 이후 미 본토 타격 가능성이 제기된 뒤 미국의 대북 군사전략은 최고 수준으로 격상되어 전략무기 중심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핵・장거리 미사일 탑재 가능한 B-52, B-1B, B-2 전략폭격기, SLBM 20기 이상 장착 가능한 오하이오급 SSBN(핵잠수함), 항공모함 등을 동원해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주한미군, 분단 유지 위해 남북한 관리

미국은 주한미군을 통해 중국,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할 필요조건을 만들어왔고 그것은 분단 지속이었다. 미국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것에 철저히 반대하고 있고 한반도의 모든 사태에 대비해 주한미군 사령관이 유엔사, 한미연합사 등 3개 군 시스템의 사령관을 맡고 있다. 유엔사는 북한지역에 대한 미국의 미래 관할권을 장악해 놓은 것이고 연합사는 한국군의 자주국방을 저해하는 부정적 측면이 강하다.

외국군이 주한미군사령관 처럼 3개의 모자를 쓰고 주둔국 군사주권을 통제하고 있는 경우는 세계전사에서 그 유례를 찾기 힘들다. 이는 점령군의 위세에 다름 아니다 할 것이다. 이에 대해 국내에서는 정치, 언론, 학계 등이 침묵의 카르텔을 굳건히 유지하면서 미 국익에 봉사하고 있다. 이런 비이성적 태도 또한 세계사에서 찾기 힘들어 보인다. 국보법이 아무리 무섭다 해도 자신은 물론 후손의 권익을 생각할 때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국내 정치권 등에 자주파, 동맹파가 있다는 것 같은데 이들의 관심사가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하다. 부적절한 한미동맹에 동승해 권력구조 속에 편입되거나 정권을 잡아 민족 전체의 염원은 외면하고 국제사회가 비아냥거리는 상황에서 떡고물을 즐기는 식의 계산 방식에 안주하는 것은 정말 역겨운 일이다.

국내 시민단체가 중립화를 추구하는 시동을 걸고 있는데 미국익에 맹종하는 검은 머리 미국인들의 존재에 대한 인식과 대처 등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지난 수십년간의 미국 종속 상황을 고려한다면 중립화 추진이 미 국익에 벗어난다고 할 경우 국내 친미세력이 총궐기하면서 반대할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의 군사적 자주권을 장악하고 다수의 우호세력을 확보하고 군림해 있는 주한미군은 한국 내에서 온실 속의 화초처럼 주둔을 즐기는 형국이다. 주한미군은 북한만이 아니라 중·러를 견제하기 위해 한미동맹 체제를 통해 한반도에서 관리 가능한 분단 구조를 유지하는 조치를 취해 왔다. 미국은 남한에서의 군사적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조약, 협정 등과 같은 수많은 장치를 통해 물샐 틈 없이 남한을 관리하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은 남한에 대해 한미동맹을 앞세워 남북한 교류협력도 통제하거나 종전선언도 하지 못하게 막고 있다.

또한 북한에 대해서는 미국 대통령 결정으로 선제 타격할 수 있는 가능성을 24시간 열어놓은 상태에서 한미연합훈련 등을 통해 군사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미국이 남북한에 대해 엄청난 통제력을 발휘해 관리하는 것은 분단체제가 유지되면서 주한미군의 계속 주둔 여건을 유지, 강화하기 위한 목적인 것이다.

새 정부가 전시작전권 환수를 목표로 내걸었는데 미국은 이에 대해 한미동맹의 현대화라면서 한국의 대미 종속성을 더 심화시키려 하면서 한국군이 유엔사 소속으로 가입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식으로 대처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전작권 이양 후에도 전시 상황 발생 시 한국군이 미 국방부의 지휘를 받는 유엔사의 지휘를 받게 하려는 속셈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이 전작권을 내놓지 않으려 하는 것은 주한미군이 러․중을 상대로 전개 중인 군사적 견제, 압박을 지속하겠다는 의도에 다름 아니다.

미국은 전작권의 한국군 이양과 관련해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로 보장된 권리(right)행사를 통해 기존의 군사적 기득권을 계속행사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이 4조는 미군의 한반도 군사력 통제의 핵심축이 되고 있어 이의 폐기나 정상화 조치가 시급하다. 세계 어느 군사동맹도 한국처럼 자국의 영토, 영공 등의 군사적 통제권을 외국군에게 넘겨준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

주한미군의 최근 역할과 중․러 대응

최근 미국은 주한미군의 역할이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축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중국과 대만 무력충돌 시 주한미군의 참전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급속한 군사력 증강과 역내 영향력 확대, 중국과 러시아, 북한의 군사적 협력체제 강화에 대응할 방어력으로 주한미군을 활용하겠다면서 한국의 동참을 압박하고 있다.

오늘날 미국이 부여하고 있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역할을 보면, 미국 본토 방어 및 동북아 전략 수행과 함께 중국과 러시아 견제를 위한 전진기지라는 비중이 북한 방어용의 그것을 크게 상회한다 할 것이다. 미국 국방전략문서(NDS),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 의회 청문회 자료 등에서도 현 한미동맹을 유지하는 조건하에서의 주한미군의 주요 역할이 중국, 러시아 견제와 전략무기 전개 기반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하고 있다. 주한미군은 ‘한국방어군’이라는 범위를 훨씬 넘어선 중․러를 겨냥한 전략전쟁의 최전선이자, 미국 본토 안보와 군사패권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핵심 전략 자산인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주한미군을 단순한 지역 방어군이 아니라, 미국의 동북아 패권전략 수행의 핵심 인프라로 간주하며 다층적 대응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동북3성 지역에 미사일 및 스텔스 전력을 집중 배치하고, 경북 성주에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 당시에 강행한 한한령을 강화해 발동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러시아 역시 블라디보스토크 등 극동지역에 이스칸데르-M 미사일과 S-400 방공체계를 배치하며 대응하고 있으며, 중·러는 주한미군을 미사일방어(MD) 체계의 핵심 거점으로 간주해 공동으로 견제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중·러는 전면전 발생 시 주한미군 기지를 단시간 내에 무력화시킬 태세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DF-15, DF-21, DF-17, 러시아의 칼리브르, 킨잘 등의 극초음속 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은 오산, 군산, 평택 등 주요 기지의 활주로, 지휘센터, 연료저장소 등을 정밀 타격할 수 있으며, 방공망을 압도할 수 있는 포화공격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대부분의 미군 기지가 도심지와 밀착되어 있어, 단순한 재래식 공격만으로도 수백 수천 명의 민간인 사망이 예상되며, 전술핵 사용 시 수만 명에 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전력망, 병원, 통신망 등의 사회기반시설 피해와 함께 대규모 피난 및 경제 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방위비 논란? 미국이 한국에 돈 내야 할 판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시절 주한미군이 한국 방어에 절대적으로 기여한다면서 한국의 방위비 분담 증액을 요구한 적이 있고 2기 들어선 오늘날도 유사한 생각을 지닌 것으로 비춰진다. 이는 앞서 살핀 것과 같은 주한미군이 미국의 세계 핵전략의 일부분으로 작동해 왔고 지금도 그렇다는 것을 외면한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 한국 정부는 트럼프가 왜 그런 주장을 하는지, 그것이 타당한지 여부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끼는 저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주한미군 주둔은 한국에게 안정적인 안보 환경을 제공하며 경제 성장의 토대가 되었다는 일각의 주장이 있지만 이는 1960년대의 국제사회의 원하청 구조, 한국의 우수한 저임금 노동력 등 관련 변수를 고려할 때 다각적인 점검이 필요한 가설 수준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주한미군은 미국에게는 중국, 러시아가 포함된 역내 군사적 영향력 강화와 그로 인한 전략적 이익 확보 수단의 역할을 했다는 것은 명백하다. 따라서 트럼프가 요구하는 식의 일방적인 ‘대가 지불’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한미 두 정부는 이번 기회에 방위비 분담 문제는 모든 것을 펼쳐놓고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주한미군이 한반도 방어를 넘어 미국의 동북아시아 및 인도-태평양 전략, 즉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고 미국의 세계적 국익을 보호하는 데 더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의 연장선상에서 본다면 미국이 주한미군 방위비를 전액 부담하거나 한국에 ‘댓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는다.

주한미군이 미국 정부의 ‘글로벌 전략적 유연성’에 따라 운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동북아를 포함한 세계 속에서의 주한미군의 역할을 확인할 경우 그 방위비는 미국이 전액 부담하고, 나아가 전략기지 사용에 대한 대가를 한국에 지불하는 것이 국제 정치경제적으로 타당하다 할 것이다.

방위비 문제와 함께 살펴야 할 또 다른 문제는 군사적 예속상태 속에서 미국의 전략적 이익이 보장되는 한미동맹의 실체다. 방위비 문제에 코를 박는 식의 논리 구조를 탈피해 미국이 슈퍼갑의 위치에서 막대한 국익을 챙기고 있는 구도를 면밀하게 점검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이 주한미군을 통해 중국, 러시아를 견제하고 공격 가능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은 한국에 재앙에 가까운 피해를 입게 할 개연성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한미동맹과 관련해 주목할 부분은 국내의 검은 머리 미국인과 같은 부류다. 트럼프 2기 들어 주한미군 감축설이 나돌자 국내 언론, 정치권은 무서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식의 호들갑을 떨면서 주한미군 현상 유지가 최선이라는 것처럼 떠들어댄다. 이승만이 정전협정을 반대하면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애걸했던 모습과 흡사하다.

정전협정 체결 당시 한국군은 60만 명에 육박했지만 이승만은 미군이 떠나면 한국은 중국, 북한에 의해 궤멸될 것이라며 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다가 반공포로를 무단 석방하며 저항하기도 했다. 당시 이승만은 한반도 유사시 미군의 자동개입을 보장하는 조항을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넣으려했지만 미국이 자국 법체계에 따른다고 고집하며 거부하자 미군사력의 한국 배치를 미국의 권리(right)로 인정하는 해괴한 짓을 저질렀다. 을사늑약, 경술국치에 이어 이승만은 국가 주권을 외세에 넘겨준 것이다.

미국의 주한미군 조정, 한국 더 큰 위험에 직면할 수도

오늘날 미국이 추진하는 듯한 주한미군 조정은, 현대 전쟁이 우크라. 이스라엘 전쟁에서 보듯 드론과 미사일로 결판이 나는 구조를 주목한 것으로 미국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한 포석의 하나라 할 것이다. 미국은 주한미군을 미사일방어전이나 우주전에 대비하는 쪽으로 강화하면서 지상병력을 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게 될 경우 중국과 러시아가 주한미군에 대해 더욱 긴장하고 군사적 대응을 강화할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은 자국 군사력을 배치하는 권리를 한국에서 행사하는 것이, 사전 동의가 원칙인 일본보다 훨씬 합리적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중․러에 더 치명적인 군사력이 주한미군에 배치된다면 그것은 한국민이 더 큰 위험에 봉착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부분이다. 미국이 자국 이기주의에 의해 한국에서의 기득권을 십분 활용하고 그 결과 강대국들의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한국은 전혀 원치 않거나 적극 배제해야 할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외세의 충돌로 빚어질 미래의 비극 등에 대해 한국 정부가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 된다. 국민에게 정확하게 사실관계를 설명하고 국민적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다. 지난 수십 년 간 역대 정부는 국민들에게 한미동맹의 예속성에 대해 철저한 비밀주의를 지켜왔다. 한국은 군사적 주권을 외국군이 갖고 있는 세계 유일의 국가라는 점, 그로 인한 갖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 등은 정부 공식 문건에 등장한 적이 없고 어느 교과서에서 실리지 않았다.

강대국의 의사에 따라 생사가 갈리는 위험천만한 무력 대치 상황이라는 현실은 국가공무원 시험에도 나온 적이 없어 외교, 국방 고위관리는 물론 여의도 국회의원들도 그 사실에 무지하다. 그 결과 국민들이 어느 날 갑자기 강대국 간의 전쟁으로 피해를 입을 수 있는데도 그 진실을 알지 못하고 있다. 한미 두 나라는 공식적으로 주한미군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감추고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응력이라는 점만 강조해왔다. 이런 비정상은 이제 새 정부가 들어선 이상 방치되어서는 안 된다.

발상의 대 전환이 필요하다. 한미동맹만은 생존에 유일무이한 것이며 신성불가침이라는 식의 환상에서 탈피해야 한다. 한국이 경제력과 군사력이 선진국 대열에 올라섰다면 그에 걸맞는 국격과 자주권을 행사해야 한다. 그것은 정치권의 국민에 대한 사활적 책무다. K-팝, 한류 등으로 세계의 박수갈채를 받는 젊은 세대, 후손들에게 불행한 외세 지배적 미래를 물려주어서는 안 된다.

한국이 독자적인 군사적 자주권을 확보하고 있다면 어떤 측면에서 미국과 중러의 충돌을 제어할 지렛대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처럼 한국이 미국의 뜻대로 휘둘리는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미국에게도 이롭지 않다. 향후 전면전은 상호공멸을 넘어 지구촌의 종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중․러를 상대로 한 세계전략의 전초기지로 한국을 이용하는 것은 더 이상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

미국 법체계는 미 국익 추구가 최상의 목표

남북평화통일이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의 뿌리를 내리게 할 필요조건의 하나라는 점은 명백하다. 미국이 2018~2019년 자국 이익 관철을 위해 남북정상회담 합의 이행을 저지한 것과 같은 불행한 사례가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 그 때 남북간 합의 사항이 전면 이행되었다면 오늘날과 같이 핵전쟁 위험이 높아지는 상황으로 악화되지 않았을 것이다.

현재와 같은 한미동맹은 남북 평화통일을 저지하는 심각한 걸림돌의 하나이며 주한미군 주둔의 근거를 박탈할 중립화 추진을 저해할 중대 요인이라고 보아야 한다. 미국은 주한미군을 수단으로 중․러를 군사적으로 견제하는 전략적 우위를 지속하기 위해 한반도 분단 지속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미국은 주한미군이 특권적 지위를 누리면서 미국 세계 전략을 수행하는 것과 함께 한국의 군사적 주권을 대행하는 장치를 겹겹이 만들어 놓고 있다.

즉 한국군의 전시작전권을 미국이 행사하게 되어 있고 주한미군사령관은 한미연합사, 유엔사 사령관을 겸직하고 있다. 장성 한 사람이 3개 군사 시스템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은 동서고금의 해외 파병사에서 그 유례가 없는 기이한 형태의 것이다.

미국은 한국전쟁 참전이나 주한미군 주둔이 한국을 위해서, 한국에 시혜를 베풀기 위해서라는 식의 논리를 펴고 있고 한국 정부와 사회가 이를 합창하고 있으나 이는 미국의 법체계를 볼 때 타당치 않다. 미국은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외교안보관련 법과 제도를 만들어서 시행하고 있으며 주한미군도 그 범주에 들어 있다. 미국은 해외파병의 경우 정의, 평화 등보다 미 국익을 최우선하고 있으며 미국 대통령의 판단에 의해 미 국익에 어긋날 경우 해외파병을 즉각 취소하게 되어 있다.

미국의 한반도 정책은 1905년 카쓰라 테프트 밀약을 통한 한반도의 일본 강탈에 공범자 역할을 뒤 최근까지 철저하게 미 국익 증진을 위한 목표로 일관하고 있다. 미국은 일본의 한반도 강탈 과정의 공모자답게 조선인의 독립운동은 철저히 외면했다. 3.1 독립운동에는 정부 명의의 비판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은 일본이 항복한 뒤 일본을 동북아에서 소련의 남하를 저지할 교두보로 만들기 위해 전쟁범죄 처벌을 극소화하면서 일본 제국주의 세력을 미군정 권력기구에 복귀시켰다. 미국은 조선에서도 동일한 형식을 적용한 군정을 실시했다.

미국은 일본을 보호하기 위해 남한에 친미정권을 세우고자 했고 그 이후 미 국익에 반하는 경우 무력으로 진압했다. 대표적인 것이 제주 4.3, 광주항쟁이었다. 미국은 남한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한 1948년의 제주 4.3 항쟁과 관련해 제주도민 1/10이 살해되게 만들었다. 미 국익을 위한 미국의 비이성적 행태는 1980년 5월 광주에서 또 발생했다. 당시 카터 대통령은 광주미공군기지의 핵무기 안전이 위협받는다면서 신군부에게 광주 시민 항쟁을 무력으로 진압토록 결정했다.

미국은 주한미군의 치외법권적 위치가 보장되는 전제하에 미 국익에 봉사하는 한미동맹 확대강화를 외치고 있는데 향후 주한미군의 위상 변경 요구와 같은 급변사태 발생 시 미국은 자국 이익 보호를 이유로 과거 제주, 광주에서 저지른 유사한 행태의 만행을 반복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미동맹 문제 해결이나 중립화 추진, 한미상호방위조약 정상화부터 시작해야

현재의 한미동맹 내용이 미래의 불행을 잉태하고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할 때인데 미국이 슈퍼 갑인 이 동맹이 존재하는 것은 한국 정부가 동의해준 결과라는 점도 지적되어야 한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지위 확보나 한국군 전작권 전환 조건이 비현실적으로 만들어진 것도 한국 정부가 그렇게 합의해준 결과라 하겠다.

이런 점을 살필 때 불평등한 한미동맹의 정상화는 반드시 국제법의 원칙 하에서 추구되어야 한다. 국가간 조약, 협정으로 맺어진 관계설정은 국제법적 통제를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이다. 1910년 병술국치가 그런 사례의 하나다.

일본이 종전 후 전후배상문제, 최근에도 해결되지 않은 강제징용, 성노예 문제 등에 대해 철면피한 태도를 굽히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 후손들에게 군사적 주권 등과 관련해 불행한 미래를 넘겨주지 않기 위해 한미동맹의 정상화가 시급하다. 중립화가 최상의 방안이라고 한다면 역시 그 장애요인의 제거가 선결과제일 것이다. 그것은 한미상호방위조약 6조를 발동해 미국에게 조약 페기를 통고하고 그 이후 주한미군의 치외법권적 지위 박탈 등을 합법적으로 설계해야 하는 수순으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참고 문헌

고승우. 2021. 한미동맹과 한미상호방위조약, 지식공작소.
고승우. 2024. 150여년의 한미관계사와 주권국가로 가는 길. 우리겨레.
고승우. 2024. 불평등한 한미동맹 침묵하는 한국 여야 정치권. 현장과 광장 11호. 170-233. 도서출판 현장과 광장.
 

고승우 (언론사회학 박사)

전 한겨레신문 부국장

전 한성대 겸임교수

민주언론시민연합 고문

제2회 조용수언론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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