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평화! 다시 통일!” 활동가 대회 포스터. [사진 – 문영임]
“그래도 평화! 다시 통일!” 활동가 대회 포스터. [사진 – 문영임]

지난 주말 파주와 나주에서 ‘통일’를 주제로, 파주에서는 통일평화 활동가 대회가, 나주에서는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평화통일 축제가 열렸다. AOK 정연진 대표의 발빠른 준비로 두 도시의 두 행사를 모두 참석할 수 있어서 바쁘게 다녀도 많은 활동가들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남북교류를 위한 제안을 넣어달라”

4.9통일평화재단에서 주최한 활동가 대회의 조별모임. [사진 – 문영임]
4.9통일평화재단에서 주최한 활동가 대회의 조별모임. [사진 – 문영임]

먼저 9월 12,13일 파주 홍원연수원에서 있었던 통일평화 활동가대회 “그래도 평화! 다시 통일!”은 4.9통일평화재단이 주최했다.

4.9통일평화재단은 박정희 군사독재정권에 의해 조작, 1975년 4월 9일 판결 하루만에 사형당한 이른바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 사건이 32년이 지난 2007년 재심판결에서 무죄판결을 받아 생존자들과 가족들이 받은 국가 배상금을 출연하여 만든 재단이다.

이번 활동가 대회에는 제주 평화청년회를 비룻해서 평화어머니회, 참누리 평화센타, 강동노동인권센타, 진보대학생넷, 민가협, 통일의길, 양심수후원회, 자주평화통일, 친정의집, AOK( Action One Korea) 등 무려 20여개 가까운 단체에 소속된 활동가들이 모였다.

이들은 앞으로 남북관계에서 자기가 속한 단체의 활동과 자신을 소개했다. 이 중 강동구 노동인권센타는 용산참사 투쟁위에서 활동하다가 강동구 지역의 경비, 청소부들을 위하여 ‘다정 밥상’을 운영하고, 저소득층을 위하여 소액대출을 해주는 조합을 운영한다고 했다. 각 단체마다 사회 전반에서 각양각색의 시민운동을 하면서도 남북의 진전된 평화관계를 바라고 있어서 우리는 금방 동지애를 넘어 손을 맞잡고 마음을 열 수 있었다.

서로의 인사가 끝난 후 남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 이주성 사무총장이 “남북교류협력 30년, 평화를 위한 협력의 여정” 제목으로 지난 30년 동안 북에 씨감자 생산을 위하여 활동한 경험담을 강연하였다.

월드비전에 소속되어 백두산 대홍단 씨감자 농장을 시작으로 함흥, 배천, 흥남등 5군데 생산지를 만들면서 겪었던 일 중에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적인 관계가 가장 가슴에 남는다고 했다. 서로의 노고와 성과를 믿어주고 따라주었던, 어떻게든 씨감자 생산지를 만들기 위해 헌신했던 북의 관계자와 친형제 같은 친구가 되었다는 것은 서로가 얼마나 가까워질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것이라고 했다.

2013년 천안함 사건이후 관계가 단절되었지만 무엇이든지 대북사업은 반드시 지켜야한다. 북에서는 외부에서 남북교류를 위한 제안을 넣어달라고, 그래야 당에 남북관계를 열어야 한다는 제안을 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남북관계를 위해서 활동하는 활동가들이 더욱 힘내어 남북 사업을 구상하고 계획하여 추진하여 주길 부탁했다.

강연이 끝난 후 4.9통일평화재단 측에서 마련한 활동가들을 위한 만찬은 과분할 정도로 다양한 요리와 맛으로 그동안 고생한 활동가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겨레의 별이 된 사람들’ 잊혀지지 않도록

‘2025 나주시민 평화통일축전’ 포스터. [자료 제공 – 문영임]
‘2025 나주시민 평화통일축전’ 포스터. [자료 제공 – 문영임]

주말인 다음 날 13일 오후 4시부터는 ‘2025 나주시민 평화통일축전’이 나주 혁신도시 빛가람 호수공원에서 있었다. 광복 80년을 맞아 평화, 주권, 역사정의 실현과 한반도 자주평화통일을 위한 이번 축전은 6.15나주지부와 나주자주통일평화연대가 주최했다.

파주에서 토요일 일정을 끝내지 못하고 아침 일찍부터 출발하여 다행히 오후 4시 축전이 시작된 직후에 도착했다. 주최측에서 마련한 텐트 밑에서는 북한 생활용품 전시와 통일부채, 한반도 블럭 키링 만들기, 트럼프 얼굴에 물풍선을 던지는 놀이 등에 따닥따닥 붙어서 열중하고 있는 어린 친구들의 모습이 좋았고, 떡과 수정과 등을 계속해서 권하는 사람들의 넉넉함을 느낄 수 있었다.

김남철 작가의 『남도 독립운동가의 기억을 걷다』. [사진 – 문영임]
김남철 작가의 『남도 독립운동가의 기억을 걷다』. [사진 – 문영임]

무엇보다 이번 평화통일축전에서 국가보안법폐지 운동을 주도한 김남철 선생님, 그가 출판한 『남도 항일독립운동가의 기억을 걷다』 책을 작가 서명과 함께 받았다. 30년 넘게 초등학교 역사교사로 살아있는 역사교육과 교육 현실 개혁에 힘쓴 그의 책들은 대부분 남도의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 즉 민중의 삶과 투쟁의 역사를 담은 책들이다.

이번 남도 항일 독립운동가들의 활동을 모은 이 책은 나주, 순천, 광주, 목포, 화순지역을 중심으로 주변의 도시에서 독립운동을 했던 열사와 의인 60명의 삶이 기억되어 있다. 이런 민중 속에서 나라를 위해 희생된 고귀한 삶을 기록하고 기억하는 일이 난 가장 절실한 일이라고 믿어왔다. 이름도 명예도 자취도 없이 의롭고 당당한 삶을 살다가 겨레의 별이 된 사람들이 우리 기억속에서 사라지고 묻혀지는 현실에서 이런 책을 받아든 영광을 이번 나주 여행에서 얻었다.

김남철 작가의 『남도 임진의병의 기억을 걷다』와 『남도 한말의병의 기억을 걷다』라는 책 속에서 소개된 의인들의 삶은 기억을 넘어서 수많은 의인과 열사들을 모시는 뜻깊은 일이 될 것 같다.

옛날 의병이나 독립운동가들처럼 지금도 조국의 평화통일을 위해서, 민주화를 위해서, 민중의 더나은 삶을 위해서 발벗고 뛰어다니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피켓팅을 위해서 내려온 정연진 대표나 서울에서부터 각종 입간판과 자료들을 가지고 내려온 박미자 선생님의 노고도 책 속의 의인들의 행동 같아서 애틋하기도 하고 감동스러웠다.

나주 평화축전에 참가한 모녀의 국가보안법 철폐 피켓팅. [사진 – 문영임]
나주 평화축전에 참가한 모녀의 국가보안법 철폐 피켓팅. [사진 – 문영임]

저녁 7시에 시작된 공연을 보려고 관중석에 앉아있을 때에 옆에 있던 남성분이 정연진 대표에 대해서 궁금해했다. 페북에서 친구인데 정말 통일사업을 열심히 하시던데 그 사람 맞냐고 물어왔다. 자신이 꾸준히 페친으로 정 대표의 활동을 눈여겨보며 응원하고 있었다고 한다. 두 사람이 서로 인사를 나누고 다음엔 AOK의 통일 운동에 함께 하겠다는 약속까지 받으니 정대표가 열심히 전국에 발품을 파는 이유를 실감할 수 있었다.

가는 곳마다 환영받는 ‘칼갈이 봉사단’

빛가람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나주 혁신도시. [사진 – 문영임]
빛가람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나주 혁신도시. [사진 – 문영임]

다음날 아침엔 나주 혁신도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빛가람 전망대에 올랐다. 가볍게 나간 산책길이였지만 어느 방향에서든 빛가람 전망대에 올라올 수 있는 여러 길들이 눈아래로 보였다. 전날 고속버스에서 내렸던 장소가 한국전력 본부건물이었다. 높고 멋지게 지어진 5개의 건물이 전부 한국전력과 관계된 기관과 학교다. 국가 준기관급 기업이 이곳으로 옮겨와 나주 혁신도시로 탈바꿈한 것이다.

나주에서 오랫동안 평화운동과 민중운동을 이끄는 임종성 님의 안내로 구(옛)나주 성북동마을회관을 방문할 수 있었다. 그곳에서는 칼갈이 나주 봉사단이 지역의 연로하신 분들이 갖고 계신 칼과 가위를 갈아주는 봉사를 하고 있었다. 4대의 칼갈이 기계에 앉은 봉사단의 손은 전문가의 손길처럼 날카로운 칼을 다듬고 계셨다.

김성보 단장과 함께 한 칼갈이 나주 봉사단. [사진 – 문영임]
김성보 단장과 함께 한 칼갈이 나주 봉사단. [사진 – 문영임]
나주 성북동 복지회관에 칼을 갈러 온 어르신들의 점심식사. [사진 – 문영임]
나주 성북동 복지회관에 칼을 갈러 온 어르신들의 점심식사. [사진 – 문영임]

그 중 한 분은 우연히 칼갈이 봉사단을 따라 갔다가 갈은 칼을 받아들고 너무나 기뻐하시는 농민분들을 보고 동참하게 되었는데 가는 곳마다 환영을 받는다며 칼갈이 봉사단으로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정말 내 집 칼도 무디지만 쉽게 구할 수 있어도 도무지 바꾸지 않고 쓰게 되는 부엌칼이며, 농삿일에 쓰는 칼을 마을까지 찾아다니며 갈아주니 농민들 편에서는 보통 고마운 일이 아닐거라고 생각된다.

칼갈이 봉사단과 무딘칼을 챙겨 온 농민들을 대접하기 위하여 부엌에서는 여성 농민회 분들의 맛난 솜씨로 오리탕을 내온다. 온 동네에서 찬거리를 들고 왔다는 어르신들과 함께 먹는 오리탕과 여린 무싹으로 만들었다는 김치가 꿀맛이었다.

수도권과 지방, 구도시와 신도시 간극 메워야

다음은 광주다. 정 대표는 계속해서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 전화를 한다. 밤낮으로 어떻게 하면 풀뿌리 통일운동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서로 연결하기 위하여 쉴틈이 없다. 광주 고속터미날에서는 광주에서 맨발걷기로 통일운동을 하신다는 이신 님과 광주 국제영화제를 열기 위하여 일한다는 서일권 님을 만났다. 광주와 나주를 아우르며 청년층에게 접근하기 좋은 통일운동에 앞장서는 듯하다.

광주에서 열차를 대절해서 DMZ(비무장지대)까지 가는 동안 열차 안에서 통일과 인권, 민중의 삶을 교육할 계획을 갖고 계신다는 이신 님은 민간과 정부, 기관을 아울러 지지를 받는다고 했다. 정말 풀뿌리 운동을 실천하는, 광주에서 평화연대를 이끄는 큰 거인이다.

지난 수년 동안 광주국제영화제를 열기 위하여 자신의 재능과 인맥은 물론이고 수입까지 갈어넣어 ‘김대중 영화제’를 열었다는 서일권 님은 한국의 통일운동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을 해주셨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서 청년들이 통일운동에 뛰어들어 자신들의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절실하다고 했다.

나주와 광주를 잇는 혁신도시가 기존의 구지역민과의 괴리를 좁히기 위해서 중앙정부와 기관에서 과감히 지역민에게 투자와 사업을 맡겨야 지역에서의 활동이 활성화 될 것이며, 그런 지역 활성화가 서울로 밀려드는 청년층을 지방에서 흡수할 수 있을 거라고 한다.

나주에서도 혁신도시와 구도시와의 간극에 대해서 심각하게 들었다. 혁신도시에 들어와 있는 기업과 대학의 주민들이 주말이면 서울로 빠져나가 혁신도시는 유령화가 되어가고, 구도시는 청년층이 혁신도시로 빠져나가니 농촌이 비어간다고 했다.

혁신도시에 도로, 학교, 공원 같은 기반 시설등 상권이 집중되고, 구도심은 상대적으로 낙후되어가며 교통 연결성도 부족하여 “우리는 버려졌다”는 소외감이 깊어가는 반면, 혁신도시의 주민들은 지역 문화와 정서가 단절되어 주말 귀향이라는 수도권 집중을 부추긴다. 두 지역 사이의 경제적, 심리적 격차가 커지는 것에 대하여 이런 구조적인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정책도 시급하다고 했다.

그나마 나주는 나은 편이라며 광주는 청년층의 공백이 심각하여 메꿀 수 있는 중간층이 아예 없다고 했다. 아마 이런 수도권 집중과 지방도시 사이에 간극의 차이는 타도시도 비슷한 상황일 것 같다. 제주에서도 기획하여 들어온 기업이 자녀교육과 지역민과의 연대부족으로 2,3년 근무하면 다시 서울로 돌아가는 현상 때문에 기업의 운영이 어려워 아예 서울로 철수하는 기업도 있다고 제주 활동가들이 안타까워했던 말이 생각났다.

지방도시의 개발에 중앙기관의 분산과 대학 분산이라는 대안으로 신도시 개발이 대두되는 것은 행정편의에서 발생한 것 같다. 만약 구도심 안에 도로를 확충하고 학교와 상권을 만들고, 국가 기관과 시설을 유치하려면 기존의 마을을 정비하고 토지를 구매하는 번거로움을 피하여 주변에 완전 새로운 도시를 계획하는 개발이 행정면에서는 훨씬 수월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대두되는 신도시와 구도시와의 연계가 완전히 실패한 행정을 다시 복구하려는 대안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이런 지방과 도시 사이의 문제의 현장을 돌아오는 날 밤 11시가 훌쩍 넘은 서울 중앙터미날에서 봤다. 각 지방으로 떠나는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터미널 광장에 빈자리가 모자라 모서리 기둥에 바닥에 앉아있는 사람들, 지하철에서 구름처럼 몰려 올라오는 청장년들의 서두르는 발걸음이 낮밤을 헷갈리게 했다.

최소 2시간에서 5시간은 타야 하는 버스 운행시간을 생각하면 이들이 숙소에 도착하는 것은 거의 새벽일 것이다. 이렇게 돌아간 그들이 월요일이라 곧바로 출근하고 학교에 가야하니 한 주의 시작인 월요일은 피곤함 만땅으로 시작하게 되는 거 아닌가?

만약 내가 나주와 광주에서 구도시와 혁신도시라는 도시개발의 문제와 청장년의 수도권으로의 이동에 대해서 듣지 못했다면 이 늦은 시간에 버스 터미널 광장에 몰려있는 사람들을 절대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한국의 심각한 도시 이원화 문제에 대해서도 못 봤을 것이다.

인구감소니, 미래세대의 부족은 전 세계가 앓고 있는 문제이지만 우리는 남북한이 합해서 미래세대를 긍정적으로 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가지고 있는데 이런 나라의 미래를 열 수 있는 청년들은 서울에서 지방으로, 지방에서도 구도시와 신도시로 바쁘게 옮겨다녀야 하니 통일이나 남북한의 교류에 관심을 가질 여력이 없다.

이를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지 이재명 정부와 함께 시민사회가 다 함께 풀어야 하겠지만 이런 큰 일에 대한 대안과 정책도 다시 한번 풀뿌리 시민 활동가들에게 큰 기대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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