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말
미국에서 37년 만에 제주로 돌아와 제주 여성농민회에 들어가게 되면서 회원들의 생활을 가까이 보게 되었고, 또한 지역 사회가 가지고 있는 시민활동에도 참여하면서 제주에서의 생활을 기록해 보게 되었습니다.
뉴스로는 나오지 않기는 하지만 여성 농민들의 활동과 토종씨앗 농사로 우리의 먹거리를 지키는 삶속에서 역이민자로의 생활을 성공적으로 정착해 보겠습니다. /필자 주
‘농업대개혁 실현을 위한 여성 농민 정책대회’를 다녀왔다. 이 대회는 전국여성농민회 주최로 지난 8월 27일 서울 여성프라자에서 열렸다.
제주 여성농민회 예비회원이였지만 초보 농민으로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지난번 서귀포 여성농민회 성평등교육에서는 흔하게 말하는 ‘시골에서 농사짓는 아줌마들이 성평등교육을 한다고?’하는 의문이 있었다. ‘여성’이라는 사람에 대한 일반적인 선입견이나 편견이 얼마나 사회에 만연해 있고, 그 중에 나도 한사람이였다는 것을 그 시간에 느끼고 정말 당황스러웠다.
그런데 이번 정책대회에서는 여성 농민에 대한 사회와 국가 정책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성차별과 억압이 행해지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물론 여성 농민에게만 있는 것은 아닐게다. 사회 전반적으로 여성 노동자들은 역사적인 관습이 되어버린 성차별과 억압에 익숙한 건 나 스스로에게서도 느낀다.
서귀포 여성농민회 성평등교육에서는 이런 일반적인 여성의 모습을 극복하고 이겨내자는 소극적인 교육이였다면, 이번 정책대회는 적극적인 여성 농민의 인권과 권리를 국가 정책에 반영하여 여성 농민이 원하는 세상을 함께 의논하고 동행하여 새로운 세상을 열어내자는 열기로 시종일관 뜨거웠다.
정영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여농) 회장은 200만 명의 전체 농업인구 중에서 반은 여성 농민이고 그중 60대 이상의 여성 농업인이 70%를 차지한다고 했다. 이 말을 증명하듯 전국에서 모인 여성 농민 분들의 대부분이 나보다 연장자 분들이었다. 전 여성농민회장 분들은 80세가 넘은 분들도 많이 참석하셨고, 각 지역 소개에서는 전남북 지역의 분들이 압도적으로 많이 참석했다.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의장을 비롯해서 대통령직속 농어촌특별위원회에서는 여성특위를 추진중이라고 했고, 진보당에서는 국가책임 농정을 만들고, 농림축산부 차관은 여성이 제일 원하는 건 내힘으로 내 인생을 결정하면서 살고 싶은 자기 결정권 아니냐고 말해 모든 참여자들의 환호성을 받았다.
정책토론에 올라오는 의제는 식량주권의 실현을 위한 농산물 생산 기반 구축을 위한 기후위기에 따른 농작물 재배에 대한 문제뿐만 아니라, 국민건강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 식량비축과 식물검역 무력화, 수입산 농산물의 관세, 농업 4법 등 현장 농민의 목소리였다.
뿐만 아니라 농민의 권리, 그 중 여성 농민을 위한 정책에서 빠진 차별과 억압이 곳곳에 숨어있고 여성 농민의 과중한 노동과 관련 예산과 건강을 위한 국가책임 농정 확립을 현장 농민의 목소리와 요구를 담아야 한다는 수많은 정책 요구와 성과에 대한 보고가 있었다.
매 끼니 때마다 우리네 밥상에 올라오는 식량이 얼마나 여성 농민의 수많은 손길과 끊임없는 투쟁의 결과인지, 눈물날 정도로 절실한 농민의 피땀인지를 실감하는 자리였다.
기후변화에 따라 계속되는 온도상승으로 온열환자의 30%가 농민이지만 수입은 최저 임금에 머물러 있다. 쉴새 없이 손길이 필요한 농작물을 돌보기 위한 작업은 새벽부터 시작되고, 생활을 위한 여가 수입을 위해서 사시사철 농산물을 생산해야 하는 농민은 휴가도 휴일도 없고, 그런 그들의 노동은 자식을 돌보는 부모의 수고가 어떠한 것으로도 보상이 되지 않는 것처럼 계산할 수도 보상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
이렇게 수치로 계산할 수 없는 그들의 노동에 대한 일년 평균수입이 천 만원 내외이니 지방에서 농촌 청년의 부재는 너무나 당연한 과제가 되었다. 그나마 그들 스스로 자신을 지키자고 한 일들이 일년에 한번 나오는, 20년을 넘게 투쟁하여 얻은 여성 농민 수당마저도 지방마다 차이가 나기도 하고 아직도 실행이 되지 않는 지자체가 있다고 한다.
휴식시간을 위하여 함께 노래하는 그들의 함성은 대회장을 아줌마들의 열기로 채웠다. 아직 한참 새내기 농민회원인 나는 그들의 뜨거운 함성에 가슴이 뛰고, 그들의 노래에 자연스럽게 몸을 흔들었다. 이런 어르신들과 청년 여성 농민들이 모여 정책 대회를 만약 남북 여성 농민이 한 자리에서 할 수 있다면 나아가 전 세계 여성 농민이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면 세계의 식량문제도, 기후위기도 함께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
세계인구의 반인 여성의 모성애가 농작물 생산뿐만 아니라 세계 평화도 만들어 낼 수 있는 엄청난 힘을 갖고 있다고 믿게 되었다.
제주 안덕면 여성농민회 회원, AOK 회원
세계인들의 버킷 리스트 여행지로 꼽히는 제주는 서울에서 결혼식을 마치고 시댁에 인사하러 왔던 내도동에서 새색시라고 난 노란 저고리에 분홍치마를 입고 놀았던 기억이 있는 남편의 고향이다.
미국에서 37년 만에 이곳으로 역이민하여 이젠 제주에서 제 2의 인생을 꿈꿔본다.
문의 : PeaceAtCabin@gmail.com


출처 : 통일뉴스(http://www.tongil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