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환(전 통일연구원 원장/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2025년 9월 3일, 중국은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전승절 행사를 베이징에서 개최하였다. 이 행사는 단순한 역사 기념일을 넘어, 중국의 전략적 내러티브 재구성, 북중러 연대의 밀착, 군사적 과시, 그리고 시진핑 주석의 권력 복원이라는 다층적 국제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특히 최근까지 국내외에서 제기되던 시진핑 실각설을 일축하고, 그가 여전히 중국의 절대적 권위자로 군림하고 있음을 세계에 과시한 점은 이번 행사의 핵심적 정치적 효과 중 하나였다.

이 글은 전승절 행사를 통해 드러난 국제정치의 구조 변화와 그에 따른 한국의 전략적 대응 전략을 분석하고, 이재명 정부가 설계해야 할 외교·안보·협상·외교 메시지 전략의 방향성과 실천적 과제를 제시하는 것이 기본목적이다.

시진핑 주석의 권력 복원과 새 국제질서 재편 메시지

전승절 행사에서 시진핑 주석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함께 망루 중앙에 서서 열병식을 관람하며, 중국이 반제국주의와 반패권주의의 역사적 정당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의 기념사에서 등장한 “세계는 다시 전쟁과 평화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표현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중국식 현대화와 문명 경쟁 프레임을 통해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대한 도전 의지를 명확히 드러낸 것이다. 중국은 역사적 서사, 군사력, 외교 연대를 통합하여 국제 리더십을 재정립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으며, 이번 전승절은 그 전략의 시각적 정점이었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외교적 장면은 북중러 3자 정상의 공동 등장이다. 이는 1959년 이후 66년 만에 처음으로 베이징에서 세 국가의 최고지도자가 함께 선 무대였으며, 신냉전 구도의 시각적 시현으로 평가된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시진핑 주석의 왼편, 푸틴 대통령의 오른편에 나란히 서서 열병식을 참관한 장면은 북한의 국제적 위상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순간이었다. 이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이 핵 보유국으로서 품위와 존재감을 갖추었다는 인상을 국제사회에 강하게 전달한 장면으로, 북한의 외교적 위상 상승을 상징하는 외교적 연출이었다.

또한 김정은 위원장은 행사 기간 중 대한민국(ROK) 대표단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표인 우원식 국회의장과는 간단한 인사로 접촉을 마무리하였다. 이는 북한이 남측과의 대화에 소극적이라는 인상을 주었으며, 남북 간 대화의 가능성에 대해 일정한 거리를 두고자 하는 북한의 태도를 시사하는 장면이었다. 이러한 행보는 향후 남북관계의 방향성과 대화 재개 가능성에 대한 전략적 판단을 요구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한편, 이번 열병식에서 중국은 극초음속 미사일을 포함한 전략 무기를 공개함으로써 자국의 군사기술이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과시하였다. 이는 단순한 무기 전시를 넘어, 중국이 대만·남중국해·한반도 등 주요 전략지대에서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지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며, 미국과의 전략적 경쟁에서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북중러 연대의 밀착: 도전이자 기회

북중러 3국연대의 밀착은 한국에게 복합적인 함의를 제공한다. 도전의 측면에서 보면, 북한은 중러의 외교적 후방을 확보함으로써 한반도 비핵화 협상에서 강경 태세를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다. 중러의 비협조적 태도는 국제제재 체계의 효과를 약화시키고, 북한의 제재 회피를 용이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북러 간 군사협력과 중국의 무기 과시는 한반도 안보 환경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며, 확장억제의 실질적 강화가 요구된다.

그러나 이 연대는 동시에 전략적 기회를 제공한다. 남북 접점이 확대되면서 한국은 중추국가로서 새로운 역할을 할 수 있는 실질적 기회를 얻게 될 것이고, APEC, G20, UN 등 다자채널을 활용한 중추국 외교는 한국의 외교적 존재감을 강화할 수 있으며, 한반도 비핵평화체제 프레임워크를 선제적으로 제시함으로써 협상 기준선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자유평화공존 중심의 국제 메시지를 정비함으로써 중국의 반제·반패권 서사에 대응하고, 국제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향후 북중러 3국 연대의 밀착은 도전이자 기회이며, 이를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전략적 설계란, 중추국가인 대한민국이 단순히 외부 변화에 반응하는 수동적 행위자가 아니라, 외교안보협상외교 메시지 전략을 통합적으로 설계함으로써 국제정치의 주도적 설계자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전략적 명제를 함축하고 있는 것이다.

북중 정상회담의 전략적 함의와 향후 외교구도

전승절 행사 직후 진행된 북중 정상회담은 단순한 외교적 의례를 넘어, 양국 간 전략적 이해관계를 재확인하고 향후 동북아 정세에 대한 공동대응 방향을 조율하는 자리였다. 시진핑 주석은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찬을 통해 북중 관계의 역사적 연대성을 강조하며 혈맹이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감성적 유대와 정치적 신뢰를 동시에 부각시켰다. 이는 북한에 대한 중국의 지속적인 외교적 지지와 경제적 지원 의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이 칼럼을 마무리하는 현재까지 북중 정상회담의 핵심내용이 발표되지 않았다. 보도 된 내용을 중심으로 정리하였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에 화답하며, 한미의 군사적 압박 속에서 중국의 지지와 협력이 북한의 전략적 안정에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특히 최근 한미 연합훈련과 전략자산 전개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며, 중국이 지역 안정의 균형 추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했을 가능성이 크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북한은 식량, 에너지, 인프라 지원 등 실질적 협력을 기대하며, 국경무역 재개나 인도적 지원을 통한 제재 완화의 우회적 통로를 모색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에 대해 직접적인 유엔제재 위반은 피하면서도, 북한의 내부 안정과 체제 유지를 위한 제한적 지원을 암묵적으로 시사했을 가능성이 크다.

외교적 메시지 조율 측면에서도 양국은 미국과 한국을 향한 간접적 경고 메시지를 조율했을 것으로 보인다. 자주권 존중, 외세 간섭 반대, 지역 안정 등의 표현을 통해 국제사회에 전략적 시그널을 전달하며, 향후 북미 협상이나 다자외교에서의 입지 강화를 도모했을 것이다. 결국 이 회담은 북중 간의 전략적 동맹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향후 한반도 정세와 북미협상 구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메시지 시퀀싱의 장이었다.

북중 정상회담은 단기적으로는 경제적 지원과 외교적 보호막 확보, 장기적으로는 북중러 3자 연대의 상징성을 강화하려는 전략적 행보로 해석된다. 이러한 흐름은 향후 한중 관계와 북중미 3자 구도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중 관계 측면에서는 전략적 조율과 제한적 협력의 병행이 예상된다. 한국은 중국과의 관계를 전략적으로 재조정할 필요에 직면하며, 비정치적 협력 채널 복원, 다자무대 에서의 유화 제스처, 북중러 견제 레버리지 확보 등을 통해 전략적 자율성을 유지 하면서도 실질적 위협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북중미 3자 구도에서는 북한이 중국과의 연대를 통해 미국과의 협상에서 협상력을 증대시키려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책임 있는 강대국’ 이미지를 활용해 중재자 역할을 부각시키고, 북한은 ‘고립된 국가가 아닌 연대의 일원’이라는 메시지를 미국에 전달하며 핵군축이나 제재 완화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 할 것이다.

이재명 정부의 전략적 대응 방향

이재명 정부는 이러한 구조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전략적 설계를 추진 해야 할 것이다. 외교적으로는 한미일 협력 강화와 동시에 중국·러시아와의 관계를 전략적으로 관리하는 유연하고 창의적인 외교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APEC, G20, SCO 등 다자채널을 적극 활용하여 대한민국의 중추국가로서 다양한 실용외교를 설계하고, 동북아 안보와 경제 문제에서 주도적 위치를 확보하는 외교 무대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안보전략에서는 확장억제의 실질화를 위한 구조적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 NCG(핵 협의 그룹)를 중심으로 한미 간 공동 대응체계를 구체화하고, 한국형 3축 체계와 미국의 전략자산을 통합한 일체형 억제전략을 설계함으로써 군사적 안정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독자적 방위 역량을 강화하여 위기 상황에서 자율적 대응능력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비핵화와 평화협상 전략에서는 한반도 비핵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프레임워크(빅딜)을 선제적으로 제시하고, 스몰 딜(small deal)은 그 하위 실행단계로 구조화하여 협상 기준선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핵 동결이나 군축 제안이 단기적 유인책에 그치지 않도록, 국제적 보장과 검증 메커니즘을 포함한 다층적 협상 구조를 한국정부가 설계해야 할 것이다.

외교 메시지 전략에서는 자유, 평화, 평화공존이라는 핵심 가치를 중심으로 국제사회에 한국의 입장을 설득력 있게 전달해야 한다. 중국의 반제·반패권 서사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은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공존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통해 국제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외교적 지지를 확대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국내적으로는 초당적 정치적 합의 기반을 마련하여 외교 안보전략의 지속성과 일관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자 한다.

정책건의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는 단순한 역사 기념을 넘어, 새 국제질서 재편과 권력 복원의 상징적 무대였다. 시진핑 주석은 이 행사를 통해 정치적 안정성과 국제적 리더십을 과시하였고, 북중러 연대의 밀착은 신냉전 구도의 현실화를 시각화하였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시진핑 주석, 푸틴 대통령과 나란히 자리하여 열병식을 참관한 장면은 북한의 국제적 위상을 상징적으로 부각시켰으며, 핵 보유국으로서의 품위와 존재감을 국제사회에 각인시키는 외교적 연출이었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이 대한민국 대표단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 하고, 대표인 우원식 국회의장과는 간단한 인사로 접촉을 마무리한 점은 유감스러운 대목이다. 이는 북한이 남측과의 대화에 소극적이라는 인상을 주었으며, 남북관계의 단절 분위기를 강화하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동시에 중국이 열병식을 통해 극초음속 미사일 등 전략 핵무기를 공개한 것은 단순한 기술 과시를 넘어, 자국의 군사력 강화와 전략적 의지를 명확히 드러낸 행위였다. 이는 동북아 안보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한국의 대응전략에 구조적 재설계를 요구하는 신호탄이기도 하였다.

이러한 북중러 연대의 밀착은 동북아를 중심으로 한 국제정치의 블록화 현상을 가속화 시키며, 사실상 신냉전의 서막을 알리는 구조적 전환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앞에서 지적한 대로, 이재명 정부는 이러한 구조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단순한 반응이 아닌, 능동적이고 통합적인 전략 설계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실용주의 외교를 바탕으로 균형과 유연성을 갖춘 전략을 구사함으로써, 신 냉전의 파고를 넘어서는 외교적 해법을 마련해야 할 시점에 서 있다. 

곽태환 교수 프로필

곽태환 박사 (전 통일연구원 원장/미 이스턴 켄터기 대 명예교수)

한국 외국어대 학사, 미국 Clark 대학원 석사, 미 Claremont 대학원 대학교 국제 관계학 박사. 전 미 Eastern Kentucky 대학교 국제정치학 교수; 전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교수; 6대 통일연구원 원장. 현재 미국 이스턴 켄터키 대 명예교수, 경남대 초빙 석좌교수, 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한반도 중립화 통일 협의회 이사장 (2010-2021)/현 명예 이사장, 통일 전략연구협의회(LA) 회장, 미주 민주 참여 포럼(KAPAC) 상임고문, 제19-21기 평통 LA 협의회 상임고문, 제23기 통일 교육의원 LA 협의회 상임고문, 한국외국어대학교 남 가주 동문회 이사장(2022) 등, 통일뉴스 특별 공로상 수상(2021), 경남대 명예 정치학 박사 수여(2019), 글로벌평화재단(GPF)의 혁신 학술 연구 분야 평화상 수상(2012). 한국외국어대학교HUFS Award(해외부분)수상(2025). 36권의 저서, 공저 및 편저; 칼럼, 시론, 학술논문 등 600편 이상 출판; 주요 저서: 『한반도 평화, 비핵화 그리고 통일: 어떻게 이룰 것인가?』 (통일뉴스, 2019), 『국제정치 속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 구상』 공저: 『한반도 문제 해법: 새로운 모색』(한국학술정보, 2024), 『한반도 비핵․평화체제의 모색』(매봉, 2023) 등; 영문 책 Editor/co-editor: One Korea: Visions of Korean Unification (Routledge, 2017); North Korea and Security Cooperation in Northeast Asia (Ashgate, 2014); Peace-Regime Building on the Korean Peninsula and Northeast Asian Security Cooperation (Ashgate, 2010) 등. Email: thkwak38@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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