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음 달 3일 열리는 중국의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다. 북한이 ‘중국인민항일전쟁 및 세계반파쇼전쟁승리 80돌 기념행사’로 부르는 이번 행사에는 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롯해 베트남, 라오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이란 정상 등이 포함됐고, 한국에서는 우원식 국회의장 등 26개국 정상 및 정부 수반이 참석할 예정이다.
북한은 외교무대에서 종종 ‘파격적’이거나 ‘전격적’인 면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중국 전승절 참석은 그보다는 ‘이례적’인 면이 더 부각된다. 그 이유는 다음 두 가지 때문이다.
하나는 김 위원장이 처음으로 다자 외교무대에 참석한다는 ‘이례성’이다. 김 위원장은 2011년 북한 최고지도자로 등장한 이래 문재인 대통령,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주석, 푸틴 대통령 등과 양자 회담만 가졌고 정상급 다자 외교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른 하나는 이벤트에 참가한다는 ‘이례성’이다. 김 위원장은 외교무대에서 실속있고 의미있는 회담이나 행사에 참여했지 이벤트성 행사에는 거의 참가하지 않아 왔다. 북한에게는 내용이 중요시되고 형식은 차요시된다. 이번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는 열병식을 기본으로 하는 거대한 이벤트인 것이다.
김 위원장의 이러한 ‘이례적인’ 행위를 두고 크게 두 가지 시각이 상존한다.
먼저, ‘북중러 대 한미일’ 구도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나아가면 신냉전에 대한 우려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미국으로 가는 길에 일본을 들러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이어 미국으로 건너가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자연스럽게 ‘한미일’ 협력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의 절정은 천안문광장에서 열릴 열병식이다. 천안문 성루에는 시 주석을 좌우로 해서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자리잡을 것이다. 이 그림은 ‘북중러’가 표현할 수 있는 21세기 전반기 최고의 명작이 될 것이다. 자연스럽게 ‘북중러 대 한미일’이라는 대결구도가 축조될 것임은 자명하다.
여기에다 최소한 북중관계의 회복은 덤이다. 북한과 러시아가 동맹관계 수준으로까지 격상됐지만 북중관계는 소원한 상태였다. 김 위원장의 그간 중국 방문은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이어지던 2018년에 세 차례, 2019년에 한 차례 등 총 네 번이었으며 이번이 6년 8개월 만에 다섯 번째이다. 김 위원장의 방중 자체로 북중관계가 회복되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다음으로, 김 위원장이 다자 외교무대에 이례적으로 등장함으로써 다양한 국제무대 데뷔를 본격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 종착점에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동이 자리잡고 있다. 즉 최종적으로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5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반도 평화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이 피스메이커를 하면 저는 페이스메이커를 하겠다”고 추켜세우고는, 10월 말 열리는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에 트럼프 대통령을 초청했고 ‘가능하다면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도 추진해보자’고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망사고이긴 하지만 남북미 또는 북미 정상회담을 그린 것이다.
이처럼 ‘이례적’으로 중국의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는 김 위원장의 의도는 무엇일까? ‘북중러 대 한미일’ 구도일까? 트럼프를 만나기 위한 예비동작일까? 아니면 제3의 그 무엇일까? 분명한 건 북한의 셈법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행동 개시는 향후 활동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세웠다는 것이다. 마치 2018년에 트럼프를 만나기 위해 평창 동계올림픽 전격 참가를 선언하며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듯이. 김 위원장의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가 이후의 행보에 세기의 주목이 쏠리는 이유다.


출처 : 통일뉴스(http://www.tongil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