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이크 타고 시베리아에 간다. 바이크 타고..."
'길 위의 사람들은 바이크를 빼앗으려 하고 숲속의 짐승들은 시퍼렇게 불을 켜고 나를 노리기 때문에 숲으로도 들어갈 수 없다. 그러나 타고 가는 시간보다 메고 가는 길이 더 많은, 눈물 흘리던 어머니를 뿌리치며 떠나온 그 길이 두렵진 않다. 정작 두려운 것은 오던 길 되돌아가 긴 줄에 서는 것이다.'
노래 「바위섬」(배창희 작사·작곡)과 「직녀에게」(문병란 작사·박문옥 작곡)를 부른 가수 김원중씨가 2008년 발표한 5집 앨범 「느리게 걸어가는 느티나무」의 타이틀 곡인 「나는 바이크 타고 시베리아에 간다」의 내용이다.
그렇게 오랫동안 가수 김원중은 시베리아로 가는 꿈을 꾸었다. 정일근 시인은 "서둘지 않았기에 그의 노래는 깊은 뿌리를 내렸으며 뜨거움을 가졌기에 그의 노래는 튼튼한 몸을 가졌다. 단 한 곡의 노래에도 김원중은 자신이 가진 모든 열정을 다했기에 그의 노래들은 모두 생명을 가졌다"고 김원중의 노래를 이야기했는데, 그의 꿈과 노래가 다시 기지개를 펴고 '아시안하이웨이'(Asian Highway, AH)를 달리자고 손짓한다.
5년 전 동료 가수, 문인, 연극인, 화가들과 '신나는 평화예술기행-경계를 넘어'라는 부제를 달아 「코리아-유라시아 로드런 2020」이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가 코로나19 창궐, 남북관계 단절이라는 훼방꾼을 만나 잠시 멈췄던 바 있으나 그는 오던 길 되돌아가 긴 줄에 서지 않았다.
2018년 창립총회를 열고 2020년 8월 '코리아-유라시아 로드 런'을 통일부 산하 사단법인으로 등록해 이사장으로 취임할 때까지 쉬지 않고 정읍, 순천, 여수, 거창, 산청, 양산, 울산, 경주, 포항, 대구를 거치는 전국투어 공연을 했고, 평화 창작곡 앨범도 두 차례 제작했다.
부산을 출발해 서울과 평양을 거쳐 베이징, 하노이, 방콕, 테헤란, 이스탄불, 카피쿨레를 종점으로 하는 아시안하이웨이 1호선(AH1), 그리고 함흥, 블라디보스토크, 하얼빈, 이르쿠츠크, 모스크바, 크라스노예까지 연결되는 아시안하이웨이 6호선(AH6)에 올라타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으로, 대륙으로 바퀴달린 이동수단을 이용해 달려보자는 것이 김 이사장의 변함없는 계획이다.
지난 22일 오전 광주에 사는 김원중 이사장은 [통일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오래 전 전국 공연을 다니다가 고속도로에서 본 '아시안하이웨이' 표지판에 일본-한국-중국-인도-파키스탄-터키 지명이 적혀있는 걸 본 충격을 잊지 못한다"며, "비행기가 아니라 자동차로도 외국에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그 때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만약 '오늘 저녁에 이 길을 따라서 쭉 한번 가보자'고 의기투합해서 이정표를 따라 가다보면 두만강 건너 블라디보스토크도 나올 것 같은데...그러면 다음 날 아침에 우리는 감옥에 있겠죠?..."
우스갯소리였지만, 정치적으로 이념적으로 의견이 다르기 때문에 사는 모습이야 다를 수 있겠지만 지나다니는 길조차 잇지 못하고 넘지 못하는 그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수긍하며 사는 것도 "스스로 바보라는 증명을 하면서 사는 모습"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1977년 9월 발사된 무인 우주탐사선 보이저 1호가 36년만에 태양계를 벗어난 게 벌써 12년 전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할 즈음엔 목소리가 빨라지고 높아졌다.
그래서 "'이 길이 있는데 거기로 가게 해달라'는 우리의 목소리가 이제는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했고, 가슴속에선 "우리가 가만히 있는데 어떤 다른 누군가가 길 열어 줄 일은 없지 않나"라는 뜨거움이 일어났다.
그런 마음을 담아 만들어 부른 노래가 「우리는 결코 뒤돌아 가지 않을 것이다」이다. 2020년 무렵 2년에 걸쳐 10개 도시를 순회하면서 부른 노래다.
"우리는 결코 뒤돌아 가지 않을 것이다/ 뜨겁게 뜨겁게 두 손을 꼭잡고/ 가시밭 길 철조망을 걷어내고 떠나온 길/ 흔들리지 않는 이정표를 바라보며/ 대구 서울 평양 시베리아 모스크바 베를린 암스테르담/ 우리는 결코 뒤돌아 가지 않을 것이다"
얼마전 통일부에서 사업제안을 공모하는 공지가 나온 걸 보고 5년동안 실행하지 못한 희망을 다시 피워보기로 결심했다.
다음달 초 예정된 통일부 관계자들과 면담 자리에서도 그는 이렇게 말하겠다고 했다.
"북으로, 대륙으로 가는 길이 있다는 걸 알리는 활동을 전국을 돌면서 하겠다. 2020년 무렵 했던대로 여러 분야 예술가들이 공연 차량에 함께 올라 타 이동하면서, 각 지역의 예술가들과 같이 하겠다."
장차 남과 북이 공유하는 AH1과 AH6에 올라 대륙을 향해 가는 여정이 실현되면, 잠도 자고 쉬기도 하다가 그 지역의 음악가들, 시인들, 화가들을 모셔서 평화에 대해 노래하고 이야기하며 그림 그릴때 누구든 그 행렬에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그가 그리는 풍경이다.
한편, 아시안 하이웨이(Asian Highway, AH)는 아시아 32개국을 연결하는 총연장 약 14만 1,000km의 국제도로망프로젝트이다.
일본 도쿄에서 한반도를 거쳐 터키-불가리아 국경까지 이어지는 가장 긴 동서노선(AH1, 20,557km) 이정표가 경부고속도로에, 부산을 기점으로 동해를 통해 북한과 러시아 크라스노예로 연결되는 AH6(10,533km) 이정표가 동해고속도로에 설치되어 있다.
북한은 개성-평양-안주-신의주를 통과하는 AH1 노선과 AH6 노선에 대한 인프라 개선 의지가 강해 2018년 남북정상회담 당시까지는 남북 도로정비 및 연결사업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그 뒤 단절된 남북관계로 인해 당장 재개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