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8월 23~24일 일본 방문을 앞두고,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재일 한통련) 손형근 의장이 이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19일 발표했다.

손 의장은 서한에서 이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하며 국정 수행의 성공을 기원하는 인사를 전하는 한편, 일본의 역사 문제에 대한 우려와 함께 원칙적 대응을 촉구했다.

서한은 최근 일본 사회의 급격한 우경화와 재일동포들이 겪는 불안감을 언급하며, 지난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신흥 극우 정당인 ‘참정당’이 “일본인 우선주의”를 내세워 약진한 사실을 지적했다. 참정당 대표가 민족 차별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음에도 제재가 없었다는 점을 들어, 일본 내 혐오와 역사 왜곡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또한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준비했던 패전 80주년 담화가 아베 신조 전 총리 세력의 반대로 무산된 사실을 언급하며, 일본 정치권의 역사 수정주의 경향을 비판했다.

[사진-통일뉴스 박명철 통신원]
[사진-통일뉴스 박명철 통신원]

서한은 “군함도와 사도 광산 문제에서 보듯 일본의 역사 왜곡은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한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일 외교에 대해서도 비판을 이어갔다. 2023년 3월 한일 정상회담에서 강제징용 문제를 사실상 일본에 면죄부를 준 것이 일본의 역사 수정주의에 힘을 실어주었다는 것이다.

반대로,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역사를 퇴행시킨다면 국민과 역사의 심판을 피할 수 없다”고 밝히며 굴종적 외교를 비판했던 점을 상기시키며, “그때의 단호한 원칙이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다만 손 의장은 올해 광복 80주년 기념사에서 이 대통령이 “일본 정부가 과거를 직시하고 신뢰를 지키길 기대한다”고 한 발언은 경제적 현실을 고려한 유연한 태도로 비칠 수 있다며, “국민 다수는 역사 문제에서 양보를 바라지 않는다. 재일동포 또한 원칙에 입각한 해결을 바라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끝으로 서한은 “이재명 대통령께서 일본 역사 문제에 대한 사죄와 보상을 요구하셔야한다”고 하며 ”그래야 일본위 우경화와 배외주의의 대두를 억제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서한은 “조국의 대통령으로서 재일동포를 배외주의로부터 지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하셔야 한다”고 했다

끝으로 서한은 이번 대통령의 방일이 진정한 사죄와 보상을 이끌어내는 역사적 전환점이 되기를 요청했다.

공개서한은 주일대사관에 보내 방일 일정 전에 대통령에 전달 요청을 했다. 다음은 공개서한 전문이다. 

 

존경하는 이재명 대통령님께

다가오는 8월 23~24일 대통령님의 방일을 앞두고 이 글을 드립니다.

먼저 대통령님의 취임을 뜨겁게 축하드리며, 성공적인 국정 수행과 대한민국의 번영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저는 이번 방일을 앞두고 일본의 역사 문제와 관련하여 기대보다는 깊은 우려를 느끼며 감히 제 의견을 올립니다. 현재 일본 사회는 급격한 우경화의 흐름 속에 있으며, 일본에 거주하는 재일동포들은 그로 인한 영향에 큰 걱정을 안고 있습니다.

지난 7월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신흥 극우 정당인 참정당이 ‘일본인 우선주의’를 내세워 큰 도약을 이루었습니다. 선거 과정에서 참정당 대표는 우리 민족을 모욕하는 차별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어떠한 제재도 가해지지 않았습니다. 이는 일본 내 혐오와 역사 왜곡이 여전히 심각하게 남아 있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일본의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역사 문제에 비교적 균형 잡힌 인물로 평가받으나, 패전 80주년 담화 발표를 준비하다가 아베 신조 전 총리 세력의 반대에 밀려 결국 8.15담화를 발표하지 못했습니다. 아베파는 10년 전 아베 총리의 70주년 담화로 이미 역사가 정리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 담화 속 “미래 세대에게 사과의 숙명을 지우지 말자”는 발언은, 사실상 역사 문제를 종결짓겠다는 선언이었습니다.

일본이 진심 어린 사죄와 성실한 후속 조치를 취했더라면 오늘날 과거사 문제는 이처럼 커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군함도와 사도 광산 문제에서 드러나듯, 일본의 역사 수정주의는 오히려 더 악화되고 있습니다.

2023년 3월, 윤석열 당시 대통령은 일본 방문 시 기시다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일본의 책임을 사실상 면제해 주었습니다. 이는 일본의 역사 수정주의를 제어하기는커녕 오히려 힘을 실어주는 결과가 되었습니다.

그해 8월 15일,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님께서는 “역사를 퇴행시킨다면 국민과 역사의 심판을 피할 수 없다”며, “민주당은 반역사적 굴종 외교와 친일 행보를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천명하셨습니다. 또한 “(윤석열은) 일본의 역사 세탁에는 앞장서 퍼주기만 한다”고 강력히 비판하셨습니다. 이 발언 속에서 대통령님의 역사 문제에 대한 단호한 원칙과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광복 80주년 기념사에서는 “일본 정부가 과거를 직시하고 양국 간 신뢰가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경제적 현실 때문에 역사 문제만을 고집할 수는 없다”는 의미로도 들리며, 자칫 대통령님의 대일(對日) 태도가 변화한 것이 아닌지 많은 이들이 우려하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대통령님,

국민 다수는 역사 문제에서 양보적 태도를 원하지 않습니다. 우리 재일동포들 또한 원칙에 입각한 해결을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님께서 일본 역사 문제에 대해 원칙적인 입장을 분명히 하셔야 합니다 . 즉 일본의 역사문제에 대한 사죄와 보상을 명확히 요구하셔야 합니다. 동시에 본국의 대통령으로서 재일동포를 배외주의로부터 지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하셔야 합니다. 그래야 일본의 우경화와 배외주의의 대두를 막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부디 이번 대통령님의 방일이, 우리 민족이 겪은 일본의 침략과 식민지 지배에 대한 진정한 사죄와 보상을 이끌어내는 역사적 전환점이 되기를 간절히 요청드립니다.

대통령님의 건강과 대한민국의 앞날에 무궁한 발전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25년 8월 19일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 의장 손형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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