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간토'
구럼비유랑단이 지난 15, 16일 서울 마포 청년문화공간 JU다리소극장에서 성황리에 서울 공연을 마쳤다. 오는 8월 24일(3시, 6시) 제주문예회관 소극장 공연을 준비한다.
1923년 9월 1일 일본 도쿄와 요코하마를 중심으로 간토(관동) 일대에서 발생한 자연재해 '간토대지진'이 아니라, 대참극이 벌어진 '조선인학살'을 다룬 연극이다.
간토대지진 조선인학살. 학살의 가해자가 100여 년을 한사코 눈감고 부인하는 통에 역사의 갈피는 어수선하고 언뜻 복잡한데가 있다. 또 늘 현재의 삶이 무거운 이들로서는 기억에도 없는 100여 년 전 과거의 죽음을 돌아보는 게 번거롭게 느껴지기도 할 일이다. 그래서 여전히 우리에게 생소하다.
그러나 치밀하게 계획된, 명백한 집단학살의 진실을 집중해서 똑바로 보지 않는 한 지금의 우리는 한 발자국도 앞으로 움직일 수 없다.
이제라도 간토학살의 진실을 피하지 말자는 의미에서 '안녕 간토'일까? 더 이상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 미래를 꿈꿔보자는 뜻일까?
그렇게 '안녕 간토'는 그때 조선인학살이 얼마나 끔찍하고 비극적인 일이었는지, 그리고 아버지의 어머니, 그 어머니의 아버지로부터 시작된 그 일이 4~5세대에 걸쳐 지금의 나에 이르도록 씼을 수 없는 응어리를 남기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관심을 가지라고 다그친다.
언제고 그 비밀의 문을 열지 않는다면 "두번 일어난 일은 세번도 일어날 수 있다"는 각성은 매우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며 명치를 정통으로 찌른다. 수작이다.
재일역사학자 고 강덕상 선생의 평생 연구가 탄탄하게 내용을 받쳐주기도 하지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솜씨(극작 박수환, 연출 방은미)가 탁월하다.
2025년 도쿄 신오쿠보 코리아타운 가정집-1923년 가나가와현 항구도시 요코스카-2025년 신오쿠보의 가정집으로 돌아오는 3막의 공간에서 5명의 배우들(김신용, 이영주, 장대성, 김미영, 방호병)도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1인 2역을 빼어나게 소화했다.
현실의 부녀, 부자관계를 재치있는 입담으로 연기하는가 싶더니, 막이 바뀌자 '주고엔 고짓센'(じゅうごえん ごじっせん, 15엔 50전)을 연습하며 불안에 떠는 조선인의 사정과 형편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요코 할머니의 일기장을 통해 드러나게 되는 감춰졌던 진실은 생과 사를 갈랐던 그날의 참상을, 핏줄이 섞이면서도 대를 이어 차별받는 재일 조선인의 사연을, 일본인이되 여전히 부속인으로 취급받는 오키나와인(류구인, 琉球人)의 실상을 낱낱이 폭로한다.
그리고 진심어린 사랑을 확인하며 아름답게 봉합되는 듯한 과거와 현재, 조선과 일본의 화해는 느닷없이 102년 전 '와타나베조선소' 사장이 등장하면서 현실의 한일관계처럼 암전속으로 사라진다.
'안녕 간토'의 줄거리는 제주도 대정읍 인성리 출신으로 1923년 9월 도쿄 고토구 가메이도 경찰서에서 학살된 조묘송(趙卯松) 일가족의 사연을 소재로 했다고 한다.
그때 조묘송과 만삭이었던 그의 아내 문무연(文戊連), 동생 조정소(趙正昭)가 살해당했으며, 복중에 있던 아이가 칼에 찔려 죽었다. 이 사실은 2008년 요코아미초 공원의 도쿄도위령당에서 발견된 '지진재앙 임시사망자 명부'에 포함된 조선인기록을 통해 확인됐다.
자, 이제 우리는 '안녕 간토'라고 말할만 한가?


출처 : 통일뉴스(http://www.tongil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