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련희송환추진위원회'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향린교회에서 발족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련희송환추진위원회'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향린교회에서 발족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지난 15년간 고향인 평양으로 돌아가겠다는 요구를 제기해 온 '평양시민' 김련희씨를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자는 '김련희송환추진위원회'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향린교회에서 발족했다.

손정목 통일시대연구원 부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발족식에서 김혜순 송환추진위 공동대표(양심수후원회 회장)는 "지난 2020년 비전향장기수 송환 20돌 기념식할 때만 해도 통일부는 '비전향장기수 송환은 이미 다 끝났고 남쪽에는 더 이상 대상자가 없다'고 통보할 정도였는데, 올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낙성대 만남의집을 방문해 면담도 하면서 '가능한 보낼 수 있도록 힘을 써보자'는 의견도 주고 있다"고 하면서 송환 성사에 대한 기대를 표시했다.

구체적인 사안으로는 지난 2020년 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찬양·고무, 잠입·탈출 예비음모 등)로 기소된 사정이 해소되어야 송환이 가능해 질 것이라는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어서 "국회나 통일부를 접촉하면서 적극적으로 문제를 풀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혜순 '김련희송환추진위원회' 공동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혜순 '김련희송환추진위원회' 공동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혜순 대표는 "자기 고향을 좋게 표현하고, 가족이 보고싶다고, 고향으로 가고싶다고 말하는 걸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하려는 건 소가 웃을 일 아니냐"며, 당장 공소를 취하하라고 다시 한번 촉구했다.

그동안 '평양시민 김련희 송환촉구모임'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최근 그의 송환을 주제로 만들어진 다큐멘터리 영화 '그림자꽃'의 상영회가 다시 열리면서 처음으로 대중적인 열기를 담은 '김련희송환추진위원회'를 발족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발족일 현재 김련희송환추진위원회에는 6.15합창단, 평화어머니회, 대전 자주연합, 미주 양심수후원회, 평화의 길,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향린교회 사회부, 한국진보연대, AOK, 정의평화인권을 위한 양심수후원회, 통일시대연구원, 사월혁명회,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등 16개 단체가 망라되어 있으며, 함세웅 신부, 이해학 목사, 한문덕 목사, 정인성 원불교 교무, 김혜순 양심수후원회 회장이 공동대표로 선임되어 있다.

김련희송환추진위원회 공동대표인 한문덕 향린교회 목사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련희송환추진위원회 공동대표인 한문덕 향린교회 목사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공동대표인 한문덕 향린교회 목사는 "이번 정부때 김련희 선생 송환 뿐만 아니라 국가보안법 폐지를 이루어내지 못한다면 정말 부끄러운 일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통일부든, 국회의원이든 열심히 찾아가서 반드시 김련희 선생의 바람이 이루어지도록 하자"고 다짐했다.

이날 이기묘 AOK 공동대표가 소개한 '조선공민' 김련희씨의 한국사회 15년 체류와 송환을 위한 분투의 나날을 새삼 돌아보게 했다.

지난 2011년 9월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에 들어와서 지금까지 15년간 고향인 평양으로 돌아가겠다는 김련희씨의 주장은 단 한번도 바뀐 적이 없다.

한국 입국 석달 전 친척을 만나기 위해 도착한 중국에서 처음 만난 한 사람의 친절이 화근이 되었다.

선양(沈阳, 심양)의 식당에 월 20만원을 받고 단기취업해 고달픈 생활을 하던 중 한국에 두달만 가서 일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그 사람의 달콤한 제안이 있어 덜컥 여권을 맡겼다. 일단 한국에 들어가면 나올 수 없다는 말을 듣고 뒤늦게 계획을 취소하려고 했으나 그 뒤부터는 제 뜻대로 되는 일이 없었다.

중국을 떠나기 전부터 여러 차례, 태국에서 만난 한국 국정원 직원에게도 한국으로 가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렇게 오게된 한국에서 국정원의 조사를 거쳐 2012년 1월 사회로 나와 제일 먼저 한 일은 여권을 신청하는 일이었다. 평양으로 돌아가겠다는 김련희씨는 신원특이자로 분류되어 그해 7월 여권발급이 거부되었고 여권없는 상태는 2018년 7월까지 7년간 계속됐다.

그러다 여권을 발급해 준 2018년 7월 18일 출국금지명령서를 발부한 뒤 현재까지 8년간 출국금지 상태로 묶어놓았다.

밀항시도, 자진 간첩신고, 주한베트남대사관에 망명신청, 수차례 기자회견 등 좌충우돌하면서도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했지만 남은 건 국가보안법 위반 재판이다.

이날도 김 씨는 지난 15년간 해왔던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라 공화국 공민이다"라는 말을 여러 차례 힘주어 강조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공민한테 고무찬양죄, 잠입탈출죄를 적용하는 것이 가능한가를 논하기 전에 우선 처음 오자마자 잘못된 거다, 보내달라고 한 본인 의사를 무참하게 짓밟아버리고 15년동안 강제억류한데 대해서, 그것부터 처벌해야 된다"고 했다.

'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공민이다'...김련희씨 발언 전문
김련희씨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련희씨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처음에는 오랜 시간동안 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물 한 모금, 공기 하나까지 너무 미웠어요. 진짜 미웠어요. 이럴 수도 있구나. 여기 사람들은 감정도 없고 뭔가 생각도 없고, 어떻게 이런게 가능하지...가능하다는 것 자체가 너무 느낄 수가 없었던 거죠.
그렇게 미움이 많이 컸었는데 지금은 희미해요. 
당연한 거 아니에요? 분단이니까 당연한 거잖아요. 우리는 분단 국가에서 산다는 거를, 제가 깜빡 분단을 다 잊었던 것 같아요.

이거 왜 이래...이거 이거 너무한 거 아니야, 그랬다가 우리는 분단 국가에 사니까, 분단 체제에서 사니까 분단에 사는 국민들의 초조감, 잔인함 이런 걸 정말 뼛속까지 제가 느끼게 됐던 이런 순간인데... 그래서 저를 잡아갔던 국정원이나 지금까지 보내지 못했던 대한민국 정부 사람들도 집에 가서 생각하다보면 (저를) 보내고 싶은 생각이 있지 않을까요?
집에 가서 자기 아내와 자식들 볼 때 안타깝다라는 생각은 할 것 같아요.

하지만 자기 위치와 분단의 이런 상황 상황 속에서 어쩔 수 없는 그런 그게 얼마 남지 남은 것 같은데...이 80년이라는 분단이 수없이 많은 정치적 희생양들을 많이 만들어 왔습니다.

남쪽에 3만 명의 탈북자가 있다고 하는데 그중에 많은 사람들이 설문조사에서 23.2%가 다시 북으로 가고 싶다라고 말할 정도로 가고 싶은 거죠. 이분들도 저를 만나면 그래요. 우리가 함께 나섰다가 당신처럼 15년을 못 가고 탄압받으면 난 어떻게 사냐? 그게 제일 두려운 거죠.
그래서 이 선례를 누군가 이 길을 뚫는 게 정말 중요하겠다, 그래야 다음 사람한테 그 희망의 길을 열어줄 수 있는 거라서, 누군가 희생해서라도 우리가 뚫어야 된다라는 생각이 드는데...

저는 지금 재판 중이에요. 국가보안법 위반 고무·찬양, 잠입탈출이죠. 가족한테 가는 게 잠입탈출죄가 되고 내 고향 얘기를 하는 게 고무찬양죄가 되는 거죠.

그런데 여기서 저는 대한민국 사람들과 정부가 정말 보지 않으려고 하고 자꾸 숨기려고 하고 또 듣지도 않으려고 하는게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절대로 묻히지 않고 훼손되지 않고 그대로 자기 존재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게 뭐냐 하면 저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공민이라는 겁니다. 지금 이 자리, 어느 순간에도 저는 공화국 공민이에요. 남쪽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라. 

그런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공민한데 네 고향 이야기를 했다고 국가보안법 찬양, 가족한테 간다고 잠입탈출죄를 씌운 거 아닙니까? 이게 가능합니까? 법적으로 가능하지도 않고...우선 제 마음 같아서는요. 사실 이재명 정부가 정말 큰 결단을 내려서 보내준다고 하면 제 마음 같아서는 15년 동안 그 억울한 내 인생을 사죄받고 싶어요. 대한민국에.

(대한민국은) 미안할 것 같아...15년 가족을 빼앗은 거, 남편 뺏고 딸을 빼앗은 거 미안하다고 사죄받고 가고 싶어요. 당당하게.

하지만 제 욕심이 너무 크면 안 되니까. 그래도 대한민국이 어떡하나 해보려고, 좋은 희망을 가지고 선례를 만들려고 하니까...저는 그것보다는 제가 감으로써 저 하나가 가는 게 아니라 다시는 이 분단의 정치적 희생양을 만들지 말자, 이런 이 분단이 얼마나 큰 악착하고 잔인한 짓을 해왔는지를 대한민국 사람들한테 다시 한 번 각인해 주는 그런 순간이었으면 좋겠다.

가족도 소중하지만 이 분단 중에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분단이라는 어법을 쓰고 이런 것을 빼앗은 이 권력자들 때문에 쓰러져 왔던 사람들 이런 걸 다시는 우리를 만들면 안 된다...진짜 대한민국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됩니다. 이게 뭡니까?

그래서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정확히 말하는 게, 나는 대한민국 법이 저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공민이라는 걸 정확히 알았으면 좋겠어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공민한테 고무찬양죄, 잠입탈출죄를 적용하는 것이 가능하냐, 그걸 논하기 전에 우선 처음 오자마자 잘못된 거다, 보내달라고 한 본인 의사를 무참하게 짓밟아버리고 15년동안 강제억류한데 대해서, 그것부터 나는 처벌해야 된다. 대한민국이 이 법을 댈려면(적용하려면) 그것부터 대야됩니다.

저한테 15년 동안 여기서 내 인생을 꼭 빼앗아버리고 한데 대해서부터 먼저 법을 처리해야지 저한테 국가보안법 적용은 가당치도 않습니다.
대한민국은 하루빨리 저한테도 국가보안법을... 이 국가보안법을 전제하면 제가 갈 수도 없는 거잖아요. 이 땅에 국가보안법을 전제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겁니다. 가족을 만나지 못하게 하고 가족이야기를 할 수 없게 하는 게 바로 국가 방법 아닙니까?

그래서 저한테서 국가보안법을 빨리 해제하고, 이 공소취하해서 재판을 빨리 끝내고 저를 가족의 품에 돌려보내는 것이 대한민국이 이제와서 이제라도 다소라도 양심이 있다면 이 길을 빨리 선택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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