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죽을 때가 됐는데, 죽어서까지 식민지 땅에 묻히고 싶지 않습니다."
최근 건강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어 죽음의 문턱을 넘나든 비전향장기수 안학섭 선생(96살)이 오는 8월 20일 오전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판문점을 거쳐 북으로 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혔다.
안 선생은 13일 오전 서울 종로의 문화공간에서 안학섭선생송환추진단(송환추진단, 공동단장 이적 민통선평화교회 담임목사, 한명희 전 민중민주당 대표)이 마련한 '전쟁포로 안학섭 판문점송환 일정에 대한 중대발표' 기자회견에 직접 참석해 "여기는 미국의 식민지이다. 미국은 물러가야 한다"는 평소 지론을 거듭 강조하면서, 처음으로 자신의 송환 문제에 대한 입장을 공개석상에서 밝혔다.
"가장 최근(7.15) 응급실에 갔을 때 '내가 할일은 다했구나'라고 느꼈다"며, "죽기전에 가고 싶은 생각이 있고 죽어서라도 독립된 내땅에 묻히고 싶다"고 말했다.
1952년 10월 8일. 정복차림으로 완전무장하고 많진 않지만 몇 사람의 대원들과 함께 전선을 넘었다고 기억하는 날이다.
전선에 투입된지 반년쯤 지났을 무렵인 1953년 4월에 체포되어 1995년 8.15 광복절 특사로 나올 때까지 42년 4개월을 감옥에서 지냈다.
전쟁포로였기 때문에 진작에 즉시 송환되어야 했지만, 국방경비법 제32조(적에 대한 구원 방조 등)와 제33조(간첩) 위반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게 문제가 됐다.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 제3항의 합의에 따라 그해 9월 2일 63명의 비전향장기수와 함께 북으로 송환될 수도 있었으나 '미군이 나갈때까지 남에서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신념을 지키기 위해 고난의 길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날 송환추진단은 오는 8월 20일 오전 11시 안 선생이 판문점을 통해 송환될 수 있도록 남북 당국이 조율해 줄 것 등을 요구하는 통지문을 발표했다.
한준혜 송환추진단 집행위원은 "오늘 발표하는 통지문은 지난 11일 통일부에 직접 전달한 것으로, 이를 언론에 공개해 실행의지를 분명히 하려는 뜻"이라고 하면서 "안 선생님은 정부의 협조가 있건 없건 20일 무조건 걸어가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통지문에는 안 선생이 8월 20일 오전 10시 임진각에서 출발해 직접 걸어서 판문점으로 향할 것이며, 정부의 협조를 강력히 요구한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1. 정부는 북측과 안 선생의 송환 날짜와 방식을 조율하고 북측 호송팀이 판문점 북측 지역에서 합류하도록 요청할 것.
2. 남측호송팀은 안 선생이 군사분계선으로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
3. 정부는 유엔사와 안 선생의 판문점 송환에 대해 협의하고 추진단의 요구사항을 공식 발표할 것.
송환추진단은 △1953년 6월 8일 포로교환협정(송환을 원하는 포로는 휴전협정 발효 후 최대 60일 이내에 중립국송환위원회로 이관, 송환 절차 진행) △정전협정 제3조(정전협정 발효 후 60일 이내 전쟁포로의 직접 송환) △남북기본합의서 및 3개 부속합의서(어부·억류자 송환 등 특정사건마다 남북간 연락채널을 가동하고 적십자회담에서 합의하는 등 인도적 문제해결 규정) △제네바 제3협약 제3조·109조·118조(전쟁포로에 대한 인도적 대우 및 본국으로의 자동송환 원칙) 등을 근거로 전쟁포로인 안 선생을 판문점을 통해 송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