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서영 / 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대원
통영 사량도에는 아름다운 산들이 있었다. 맑은 날에 지리산 천왕봉이 보인다는 지리망산과 불모산, 옥녀봉... 하지만 해발 400미터도 안 되는 작은 섬 산이라 생각하면 오산이었다.
바람을 맞은 기암 절경과 아늑한 바다 풍경까지 더해진 사량도 산들 풍경은 신비롭고 희한했다. 지리산이라 불리는 지리망산의 암릉은 멋졌고, 금강산 바위를 만났을 때는 여기에 금강산도 있구나! 하는 감탄사도 절로 나왔다.
등산 애호가라면 아주 만족스러운 산행길이겠지만 치러야 할 대가도 있었다. 난이도가 높기로 소문난 산행길이었기 때문이다. 육중한 몸을 가진 나는 계속해서 뭉쳐오는 다리로 오르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러나 살뜰한 ‘통일뉴스 백두대간종주대’가 있었기에 산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설렘의 출발
내게는 흔하지 않은 무박 2일 산행의 기회였다. 우리는 늦은 밤 서울 사당역에서 기다리고 있는 전세 버스를 타고 통영으로 향했다. 밤과 새벽을 가르는 길이라 그런지 운행 예정 시간을 넘기지 않고 오히려 더 일찍 도착했다.
통영으로 금세 달려간 우리 종주대는 바다의 풍미가 그득 담긴 바지락해장국을 새벽 아침식사로 먹을 수 있었다. ‘선미해장국’ 식당. 이 산행기를 읽는 분들에게 꼭 드셔보시라고 권장하고 싶은 맛집이다.
우리는 식사 후 사량도 산행에서 먹을 도시락으로 식당 바로 인근 24시간 운영하는 충무김밥집에서 도시락을 맞췄다. 산행 중에 먹은 충무김밥은 규격화된 식품과는 차원이 다른 원조 그대로의 맛있는 한 끼였다.
바다를 건너 사량도로
우리는 전세 버스 그대로 배에 탑승했다. 큰 버스도 탈 수 있는 배를 운행하고 있어 사량도에 단체로 등산을 많이 온다고들 한다. 버스를 안전하게 올리기 위해 뱃사람들이 분주했다.
버스 안은 여전히 잠을 청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나와 함께 온 선배는 배가 출발하자마자 버스에서 내려 갑판으로 나갔다. 워낙 짧은 뱃길이었기에 우리는 얼른 바다 풍경을 만끽하고 사진도 찍고 다시 버스로 들어갔다.
사량도 내지항에 내린 버스는 산행의 들머리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우리는 충무김밥 도시락을 나누고 출발 기념 단체 촬영을 하고 길을 나섰다.
작은 지리산이 있는 곳
출발하면서 나는 다시 검색을 해보았다. 고도 400미터가 안 되는 산이었다. 등산과는 담을 쌓고 지내온 내게도 큰 무리는 아니겠거니 안심했다. 점심을 풀 때까지만 해도 나의 걸음은 그리 뒤처지지 않았다.
그러나 기암 바위들이 나오고 멋진 암릉길을 지날 때마다 나의 다리에는 쥐가 나기 시작했다. 이런 나를 이미 주시했던(?) 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의 살뜰한 담당자들은 나를 열심히 돕기 시작했다. 뭉친 근육을 풀기에 좋은 것들을 주고 마음도 다독여주며 그렇게 서로 끌고 함께 쉬기도 했다. 그렇게 한 걸음씩 나는 사량도의 지리산으로, 옥녀봉으로 갈 수 있었다.
한국의 명산들이 축소판처럼 모인 만큼 기암괴석의 길은 생각보다 험했다. 울퉁불퉁한 바닥에 착지할 때마다 긴장이 되는 터라 난이도가 생각보다 높다고 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멍게가 기다리는 하산 길
먼저 간 이들도 맨 뒤에서도 챙겨오는 이들도 다들 나의 안부를 물었다. 하산 길은 더 험했다. 출렁이는 다리를 지나면 나오는 깎아내리는 듯한 절벽 길. 이럴 줄 알았으면 안 왔을텐데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나의 심정을 헤아리는 듯 스틱을 내어주고 잡아주고 뭉친 다리도 풀어주는 이들에게 미안했지만 나 같은 사람도 이런 산행 동지들이 있으면 무슨 산이든 다 오를 수는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던 순간 “우리 조금만 더 빨리 가면 멍게에다 시원한 맥주 한잔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라고 웃으며 말하는 산행 대장의 말에 나는 더 힘을 냈다. 길은 험했지만 하산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하산 지점에 있는 슈퍼마켓 앞 정자에 자리 잡은 백두대간 종주대와 함께 나는 시원한 멍게와 맥주 한잔을 기분 좋게 들이킬 수 있었다.
추기
등산을 한 다음 날과 하루 더 나의 다리는 좀처럼 풀리지 않고 아팠지만, 글피가 되자 언제 아팠냐는 듯 다리는 괜찮아졌다. 그리고 나는 매월 마지막 주마다 있는 종주대의 산행은 어디로 가는지 궁금해졌다. 무엇보다 친절하고 넉넉한 종주대와 함께하는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기에!


출처 : 통일뉴스(http://www.tongil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