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21세기 들어 동북아의 안보지형은 과거의 단선적 냉전체제를 벗어나 점차 복합적이고 다차원 적인 안보전략환경으로 전환되고 있다. 미국은 2017년 이후 인도·태평양 전략을 통해 지역 내 전략적 균형을 재 조정하고자 하며, 2022년 발표된 미국의 국가안보전략(NSS)에서도 중국 견제와 동맹 강화 및 해양 안보 협력 확대를 중심으로 역내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이에 맞서 중국은 경제력과 군사력을 바탕으로 미·중간 전략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으며, 남 중국해에서 군사기지 건설과 해군력 증강을 통해 그리고 대만해협을 중심으로 지역적 폐권을 추구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지정학적 긴장을 동북아로 확대하며, 북한과의 에너지 및 군사 협력을 통해 자국의 영향력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북한)은 한반도 내 주요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 위원장은 자기체제의 안전보장을 위해 핵 무력의 고도화를 핵심 전략으로 삼으며, 전략핵과 전술핵을 병렬적으로 배치함으로써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동시에 외교적 협상력을 제고 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북한은 위협 기반의 외교 전략은 지역 내 안보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으며, 이에 대응전략은 단순한 억제보다는 구조적 전략 재편을 요구하고 있다.

이재명 새 정부는 출범과 함께 대한민국을 ‘중추국가’(a pivot state)로 천명하고 책임 있는 지정학적 설계자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 현 정부는 외교·안보 전략을 통해 다자주의와 협력 안보 틀 속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고자 노력하며, 안보·경제 분야를 포괄하는 종합적인 외교 비전을 통해 중추국가로 동북아 지역 전략의 중심축 역할을 지향하려고 한다.

이처럼 복합화된 외교·안보전략 환경은 한반도 평화체제 전략에도 구조적 재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외교안보·경제·첨단기술 등 다양한 변수들이 상호 교차하며 상호 작용하는 현 환경 속 에서는, 기존의 단선적 접근 방식으로는 복잡성을 감당하기 어렵다. 따라서 새로운 한반도 평화체제 전략은 병렬적이고 다자적인 협상 모델을 요구하며, 핵 문제를 중심으로 하는 다층적 프레임 구성과 대응 전략의 정교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본 칼럼은 동북아 전략지형의 구조적 변화를 바탕으로 김정은의 핵전략의 실제성과 한(조선)반도의 비핵화 조건을 분석하고, 주한미군의 새로운 역할과 한미동맹 구조에 대한 재해석을 통해 새로운 협력의 틀을 제시하고자 한다. 또한 다자 협상 프레임의 병렬적 구성 방식을 통합적으로 검토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한반도 비핵·평화체제 구축의 전략적 방안도 제언하고자 한다.

김정은 정권의 핵전략 실질성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조건에 대한 분석

2022년 북한은 「국가 핵 무력 정책 법」을 제정함으로써 핵 사용 조건을 명문화하였다. 이는 억제 전략을 넘어서 핵전략 자체를 제도적·법률적으로 정착시킨 중대한 전환점으로 평가되며, 북한의 핵 정책이 더 이상 암묵적인 전략이 아니라 공식화된 군사·외교 수단임을 의미한다.

북한의 핵 무력 전략은 세 가지 국제정치적 함의를 지닌다. 첫째, 국내적으로 외부 위협에 대한 강조는 북한내부 체제의 정당성과 주민들의 결속력 강화로 이어진다. 특히 권력 승계 이후 김정은 정권은 핵 무력을 체제 보장의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둘째, 외교적 측면에서는 한미 군사동맹에 대한 대응 수단으로 핵 위협을 이용하면서, 평화 담론을 병행해 협상 지렛대로 삼는 다층적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셋째, 국제적 차원에서는 ‘핵 보유국’의 위상을 바탕으로 전략적으로 협상의 도구(bargaining chips)로 사용하고자 하는 외교적 위상 강화를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핵전략은 단순한 방어적 억지전략(deterrence)에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공세적 강제전략(compellence)의 수단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북한은 국제사회의 행동을 유도하고자 한다. 이러한 이중 전략은 북한의 핵 보유를 단순한 안보 문제로 환원할 수 없게 만들며, 한국과 국제사회는 억지전략과 강제전략 모두에 대응하는 복합적 전략 설계가 필요하다. 특히 한국은 단순한 수혜자가 아닌, 전략적 조율자의 역할을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북한의 핵전략은 억지전략에서 강제전략으로의 이행을 시도하고 있음에도, 실제 핵전쟁 발발 가능성은 전략적·정치적 제약에 의해 제한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과연 핵전쟁을 시작 (initiate)할까? 이에 대한 답은 김정은의 핵무기의 사용은 북한 정권의 생존에 관한 문제이고, 치명적인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거리 두기, 미국의 압도적인 보복 능력, 그리고 국제사회의 전면적인 대응 등을 고려할 때 필자는 북한의 선제적 핵 사용은 극히 낮은 확률로 판단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 통제권의 분산 가능성, 내부 권력구조의 불안정성, 지속적인 군사적 긴장 고조 등 특정 상황에서는 제한적 전술핵 사용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울 것이며, 이는 한반도 안보구도 전반에 중대한 불안정성을 야기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

그러면 김정은 위원장이 핵을 포기할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김위원장이 2018년 3월초에 두 가지 조건만 충족되면 조건부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제안한바 있다. 2가지 조건은 (1) 대북적대시 정책포기. (2) 북한체제의 보장 이다. 필자는 북한이 ‘조선(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개념을 전략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조건들은 다음과 같은 요건 하에 형성될 것으로 판단된다.

조건

세부 내용

전략적 함의

체제 안전보장

군사적 불개입, 정권 보존, 외부 침공 금지

리비아·이라크 사례에 대한 경계심 완화

제재해제

에너지·인프라 지원, 국제금융시장 접근

통치 정당성 확보 엘리트 통제력 강화

외교정상화

·/·일간 국교 수립, 4강간 교차 승인완료, 국제기구 참여 확대

보유국지위의 외교적 대체물 확보

군사훈련 중단 전략자산 철수

한미연합훈련 축소, 전략무기 외부 배치

위협 인식 저감 협상 여지 확대

 

특히 북한은 이미 ‘조선(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한 것이다. 한미가 해석하는 북한의 비핵화가 아니라 ‘한반도의 비핵화’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는 미국의 전략자산 철수 및 한미동맹의 구조적 재편을 협상의 전제 조건으로 설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주한 미군과 한미동맹구조의 전략적 재 해석: 억지에서 조정변수로의 전환

한국전쟁 이후 주한미군의 역할은 오랜 기간 동안 한반도에서 북한의 군사 도발을 억제하는 핵심 요소로 전쟁억제력 기능을 잘 수행해 왔으며, 동시에 한국의 국내정치의 안정성과 정보·군사 역량 강화를 위한 보루로 작용해왔다. 이러한 역할은 단순한 물리적 주둔을 넘어서 한미동맹의 심리적·전략적 기반을 구성해 왔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개념을 전면에 내세우며, 주한미군의 역할 재편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전통적인 한반도에서 북한 억지전략 개념에서 벗어나, 중국의 동북아 세력팽창을 견제하거나 글로벌 안보 수요에 따라 주한미군을 재배치하거나 전략적 목적을 다변화하겠다는 정책적 의지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불안하다.

이에 대응해 김정은 정권은 주한미군 철수를 공개적으로 요구하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 하고 있으며, 이는 세 가지 전략적 함의를 내포한다. 첫째로, 내부적으로는 주한미군의 존재를 위협 프레임으로 강화하여 북한체제 통제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주민 결속을 유도하려는 의도이다. 둘째로, 외교적으로 주한미군 철수 여부를 협상 테이블의 핵심 카드로 유지하고 있다. 셋째로, 대미·대남 외교적 전략에서 전략적 유동성을 확보하고자 한다. 넷째로, 지역적으로는 중국 및 러시아와의 전략적 균형조율을 위한 공간을 확보하며, 동북아 전체 안보구도 재편에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한다.

중국은 주한미군의 축소 또는 전략적 재배치를 통해 한미동맹의 약화를 기대하며, 자국에 유리한 지정학적 완충지대 유지라는 전략적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군사적 균형 변화에 대해 상대적으로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에너지 및 경제협력을 중심으로 연성 전략을 병행하며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이처럼 동북아 주요국들은 주한미군의 존재를 자국 안보전략의 변수로 간주하며, 다자협상 구조에서 이를 전략적으로 조정 가능한 요소로 인식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체제와 비핵화 협상의 병렬적 설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문제는 국제적 문제로 이 문제의 해법은 두 가지 차원에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1)남북한 차원과 (2)국제적 차원이다. 특히 한반도 문제 해법을 둘러싼 협상은 한반도 주변 4강(미·중·일·러)이 복잡한 이해관계를 교차시키는 구조 속에서 진행되며, 각국의 핵심 이해관계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주체

핵심 이해 관계

한국

평화체제 구축, 안보 확보, 현실적인 통일 모델 정립

북한

체제 보장, 경제 개발, 전략자산 확보

미국

군사적 억지력 유지, 전략자산 조정, · 견제

중국

미군 영향력 축소, 지정학적 완충지대 유지

러시아

영향력 확대, 경제적 실익 확보

일본

전쟁예방, ·러 견제, 북일 관계 개선

 

다자 협상 구조는 단일한 시나리오가 아닌 분야별 병렬적 접근을 통해 전략적 유연성과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구체적인 접근 방향은 첫째로, 한반도 평화체제 협상이다. 72년간 지속된 정전협정을 대체할 다자협정 틀 마련(예: 4자 또는 6자 프레임)을 마련하여 가칭 「한반도 평화조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둘째로 한반도의 비핵화 협상이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문제는 물 건너간 것이 아니라 협상할 수 있는 사안이다. 적어도 미·중·남·북 4국이 포괄적인 한반도 비핵·평화체제를 위한 단계적 프레임워크에 합의해야 한다. 그래서 먼저 단계적 핵군축부터 시작하여, 상호 안전보장, 검증 및 이행 체계의 설계하는 것이다. 셋째로, 경제협력 방안으로 남북한을 포괄하는 역내 경제 네트워크 구축 및 한중·한러 전략적 경제 협력 확대이다.

이러한 병렬적 접근은 협상 실패에 따른 전체 구조 붕괴를 방지하며, 주체 별로 조율된 속도와 범위를 적용해 안정성을 제고하는 장점이 있다. 필자가 제안한 “한반도 비핵·평화체제를 위한 5단계 평화체제 프레임워크”는 이 같은 병렬적 협상 구조의 체계화를 위한 실질적으로 설계한 제안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의 칼럼 참조: “이재명 시대, 핵 없는 한반도 평화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

정책 제언: 중추국가 대한민국의 전략적 과제

동북아 안보지형의 급변 속에서 대한민국은 중추국가로서의 전략적 역할을 명확히 해야 할 시점에 직면해 있다. 김정은 정권의 핵전략 제도화, 두 국가론, 연방제 통일론의 유보, 주한미군 의 전략적 카드화,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 불가능한 글로벌 전략 재편 등은 한반도 전략환경의 교차점에서 대응 방향의 근본적인 재설계를 요구하고 있다.

향후 이재명 정부는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대한민국의 국가전략을 구체화해야 할 것이다.

첫째로, 현실적이고 유연하게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을 조건부 수용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조건부 수용으로 핵심조건은 (1)한국의 전략적 이해와 연계된 작전만 수용, (2)한국군과의 공동작전 또는 사전협의한다는 조건 등을 통해 미국의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하면서도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균형 외교를 통한 군사적 안정성과 외교적 전략성의 균형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로, 한반도 비핵·평화 체제 연계 프레임을 구성하고 병렬 구조를 기반으로 한 실행 가능한 단계적이고, 동시 행동의 원칙에 바탕을 둔 포괄적이고 실용적인 프레임워크를 설계해야 할 것이다. 셋째로, 동북아 다자안보 구조 속에서 제도적 안전 장치 마련하고 중추국가로서의 역할을 제도화하고 지역 안보 설계자로서 위상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현 남북관계가 꽁꽁 얼어 붙은 상황에서 지속 가능한 한반도평화의 제도화는 단기 적으로 이루기 불가능하다. 따라서 먼저 남과 북이 해야 할 일은 남북한 간 신뢰구축 조치 (CBM) 를 통해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협상 테이블로 복귀할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첫째로, 남북 군사 핫라인 재개: 2018년 9·19 군사합의에 따라 구축된 남북 군사 핫라인을 복원하고,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한 정기적 통신을 재개한다. 이는 북한의 전술핵 사용 가능성을 줄이고, 군사적 오판을 방지한다.

둘째로, 비무장 지대(DMZ) 내 공동 프로젝트: DMZ 내 환경 보존 또는 인도적 지원 프로젝트(예: 지뢰 제거, 생태계 조사)를 남북이 공동으로 추진하여 상호 신뢰를 증진한다.

셋째로, 동북아 외교·안보구축을 위한 대한민국이 ‘가교 역할’ 능동적으로 강화하는 것이다. 한국 주도로 남·북미·중 4자 대화나 미·중·일·러· 남·북 6자가 참여하는 비공식 안보 포럼을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것이다. 이는 현재 4자회담이나 6자회담의 공식 재개가 어려운 상황에서 4자 혹은 6자가 비공식 대화 채널을 유지하며, 관련국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궁극적으로 한반도 문제의 지속 가능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이 동북아 다자 안보구조의 설계와 조정 역할을 주도함으로써, ‘핵 없는 한반도 평화체제’ 실현할 것을 기대 한다.
 

곽태환 교수 프로필

곽태환 박사 (전 통일연구원 원장/미 이스턴 켄터기 대 명예교수)

한국 외국어대 학사, 미국 Clark 대학원 석사, 미 Claremont 대학원 대학교 국제 관계학 박사. 전 미 Eastern Kentucky 대학교 국제정치학 교수; 전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교수; 6대 통일연구원 원장. 현재 미국 이스턴 켄터키 대 명예교수, 경남대 초빙 석좌교수, 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한반도 중립화 통일 협의회 이사장 (2010-2021)/현 명예 이사장, 통일 전략연구협의회(LA) 회장, 미주 민주 참여 포럼(KAPAC) 상임고문, 제19-21기 평통 LA 협의회 상임고문, 제23기 통일 교육의원 LA 협의회 상임고문, 한국외국어대학교 남 가주 동문회 이사장(2022) 등, 통일뉴스 특별 공로상 수상(2021), 경남대 명예 정치학 박사 수여(2019), 글로벌평화재단(GPF)의 혁신 학술 연구 분야 평화상 수상(2012). 한국외국어대학교HUFS Award(해외부분)수상(2025). 35권의 저서, 공저 및 편저; 칼럼, 시론, 학술논문 등 500편 이상 출판; 주요 저서: 『한반도 평화, 비핵화 그리고 통일: 어떻게 이룰 것인가?』 (통일뉴스, 2019), 『국제정치 속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 구상』 공저: 『한반도 문제 해법: 새로운 모색』(한국학술정보, 2024), 『한반도 비핵·평화체제의 모색』(매봉, 2023) 등; 영문 책 Editor/co-editor: One Korea: Visions of Korean Unification (Routledge, 2017); North Korea and Security Cooperation in Northeast Asia (Ashgate, 2014); Peace-Regime Building on the Korean Peninsula and Northeast Asian Security Cooperation (Ashgate, 2010) 등. Email: thkwak38@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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