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정치학 박사 / 사, 부산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 / <더 통일> 등의 저자 


몰락과 붕괴는 단숨에 오지 않는다. ‘복종’이 묵인되고, ‘사대’가 방치되며, ‘굴복’이 반복될 때 국가는, 혹은 정권은 몰락과 붕괴의 길로 접어든다. 이 과정을 정확하게 프로세스((Process)화 한 인물이 하인리히이다. ‘하인리히의 법칙’이 그것이다.

첫 단추는 7월 3일 기자회견에서 나타났다. 기자 질문에 답하면서 “한미 간의 든든한 공조 협의를 바탕으로 해서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해야 하겠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는데, 이 인식은 결국 아래와 같은 심각한 문제의식을 유발한다. 

첫째, 아시다시피 남북관계는 우리 민족 내부의 문제이다. 해서 미국과의 공조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런데도 미국과의 공조와 협의를 거쳐 남북문제를 풀겠다는 것은 민족문제 해결 의지가 없는 것과 하등 다르지 않다.

둘째, 위 ‘첫째’로부터 남북 간의 모든 공동선언 합의 전문에 ‘왜 자주와 자결, 우리 민족끼리’가 전면에 내세워졌는지 전혀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 ‘자주’와 ‘외세 의존’은 병립할 수 없는데도 말이다.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 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 (6.15남북공동선언 1항) 

“남과 북은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 자주의 원칙을 확인하였으며 이미 채택된 남북 선언들과 모든 합의들을 철저히 이행함으로써 관계 개선과 발전의 전환적 국면을 열어나가기로 하였다.” (4.27판문점선언, 1조 1항) 

“양 정상은 민족자주와 민족자결의 원칙을 재확인하고…” (2018년 9월 평양공동선언 전문)

셋째, 위 ‘둘째’의 인식으로부터 왜 문재인 정권에서 대북 정책이 실패했는지 전혀 반면교사 하지 못했다. 즉 그 수많은 합의에도 불구하고 합의가 왜 이행되지 못했는지, 그리고 북이 왜 지금의 “‘적대적’ 두 국가론”을 들고 나왔는지 전혀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는 말이다.

그래서 그랬을까? 북의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2025.7.28.)는 그 명확한 답을 주고 있다. “력대 한국정권들의 과거행적은 제쳐놓고 리재명의 집권 50여일만 조명해보더라도 앞에서는 조선반도긴장완화요 조한관계개선이요 하는 귀맛좋은 장설을 늘어놓았지만 한미동맹에 대한 맹신과 우리와의 대결기도는 선임자와 조금도 다를바 없다.”

첫 단추가 그렇게 잘 못 끼워졌다. 두 번째 단추는 7월 31일 타결된 한미 상호 관세협정이다. 핵심은 3,500억 달러 직접투자와 LNG 가스 등에 구매해야 할 금액이 1,000억 달러, 그리고 한·미자유뮤역협정(한·미FTA) 합의된 0% 무관세에서 15% 인상이 그것이다. 

이를 옹호론자들은 이렇게 강변한다. 준비 기간의 짧음과 트럼프의 날강도와 같은 관세 협박, 유럽연합(EU)의 6,000억 달러 직접투자와 15% 인상, 일본 5,500억 달러 직접투자와 15% 인상, 그런데 대한민국은 3,500억 직접투자에 15% 인상이니 잘 방어한 것이 아닌가. 정말 그럴까?

[좀 더 들여다보기]  앞으로 2주 내 진행될 정상회담에서 내밀 미 “제국”의 청구서는 이번 관세 합의보다 더 심각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10배 인상), 전략자산 무기 구매 등을 위한 국가 예산의 5% 국방비 반영(GDP 2.3→5%), 한미동맹의 현대화 계획 수용(대한민국이 대중국 견제의 ‘항공모함’으로 전락) 등 엄청난 청구서가 아직 남았다. 

4,500억 달러 합의(직접투자: 3,500억 달러 + LNG 등 구매금액: 1,000억 달러) 그 이상의 수탈이 그렇게 기다리고 있다. 

첫째, 일본(대한민국의 2.5배)과 유럽연합(단일국가가 아닌 EU가입국의 분담금 형태로 하는 6,000억 달러이다.)의 경제규모와 대한민국의 경제규모는 같지 않다.

둘째, 일본과 유럽연합은 대한민국과 달리 FTA가 체결되어 있지 않다.

셋째, 러시아와 중국, 브라질 등은 미 “제국”의 관세 협박에 굴복하지 않고 있다.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미 “제국”의 협상 힘은 미 “제국”의 질서에 포획된 동맹국들이 과도한 경제적·군사적 의존에 있다는 사실이고, 반면 브릭스(BRICS) 체제의 국가들은 미국의 그러한 날강도 같은 협상에 맞서고 있다.

결과, 다음과 같은 교훈을 얻는다.

첫째는, 미 “제국”에 간, 쓸개 다 내주는 협상은 협상이 아니라는 것이다.(약탈)

둘째는, ‘자주’의 규칙에 기반한 다극질서 체제 ‘브릭스(BRICS)’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셋째는, 위 ‘둘째는’과 함께 희토류와 석유를 포함한 세계 10대 광물 등 자원이 풍부한 북(조선)과 민족 공조를 한다면 능히 미 “제국”의 날강도 같은 횡포를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협상 타결은 옹호론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사실상의 굴복’이고, 한미동맹 강화에 목숨을 건 이재명 정권의 반(反)주권적 행위로 보인다. 

실제 이재명 대통령의 인식도 그러하다. 타결과 함께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남겼다. "이를 통해 한미 간 산업협력이 더욱 강화되고 한미 동맹도 더욱 확고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2025.7.31.)

 ▲이재명 대통령 눈 게시글 [이재명 대통령 페이스북에서 갈무리]
 ▲이재명 대통령 눈 게시글 [이재명 대통령 페이스북에서 갈무리]

위 ‘한미동맹도 확고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표현은 앞으로도 이재명 정권이 한미동맹 강화를 최우선으로 하는 국정운영을 할 것임을 잘 드러낸다.

과연 이를 실용외교라 할 수 있을까? 걱정이다.

세계적 흐름과 추이는 ‘자주’와 ‘호혜·선린’ 규범규칙에 기반한 다극질서 체제로 진입하고 있건만, 작금의 대한민국은 여전히 명이 멸망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끝까지 ‘재조지은(再造之恩)’의 예를 다했던 조선과 너무나도 닮아있다. 

 

필자 약력

저서로는 가장 최근작인 『더 통일』(2025)을 비롯하여 『전략국가, 조선』(2023), 『통일로 평화를 노래하라』(2021), 『수령국가』(2015), 『사상강국』(2012), 『세습은 없다: 주체의 후계자론과의 대화』(2008)가 있다.

강의 경력으로는 인제대 통일학부 겸임교수와 부산가톨릭대 교양학부 외래교수를 거쳐, 지금은 부경대에서 ‘강사’ 직위를 갖고 있다.

주요 활동으로는 전 한총련(2기) 정책위원장/전 부산연합 정책국장/전 하얄리아부대 되찾기 범시민운동본부 공동운영위원장/전 민생민주부산시민행동 건설 주도(제안자) 및 상임집행위원/전 6.15부산본부 공동대표·공동집행위원장·정책위원장/전 (사)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상임이사 겸 민주공원 관장/전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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