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5년 7월 4주차, 26일(토) 촛불행동의 150차 촛불대행진 후기 들어갑니다.
오늘은 서울 광화문역 4번 출구에서 오후 6시에 시작되었다. 바로 앞에 김건희특검사무실이 있고, 근처에는 미국대사관이 위치하고 있다. 오늘의 주 이슈가 김건희 구속과 트럼프 규탄이므로 장소 선정을 이곳으로 했다.
인생 자체가 불법과 탐욕인 김건희씨에 대한 특검수사가 진행될수록 국민들은 분노를 지나, 도대체 불법과 비리의 끝은 어디까지일까 하는 알 수 없는 수렁에 빠진 것 같다. 또 하나의 이슈는 관세협상 중인 트럼프 정부의 일방적인 협박에 대한 규탄이었다. 관세에 동맹이라는 미군의 터무니 없는 주둔비 인상이 요구를 지나 강짜를 부리고 있다.
촛불행동의 집회와 별도로 민중긴급행동, 진보당 등도 을지로, 광화문, 미대사관 앞에서 집회와 행진을 하였다. 촛불행진 중에 겹치기도 하고, 집회장 옆으로 행진을 하기도 하였다. 온 시내가 반미까지는 아니라도 미국을 규탄하는 시위가 넘치고 있음도 현실이었다.
폭염으로 늦게 시작된 집회이지만 오후 6시인데도 뜨겁다. 복사열, 자동차열, 빌딩의 냉방기의 열기까지 내품는 가운데 아스팔트 위의 열기는 대단했다. 아무래도 참석인원도 줄어 긴축재정으로 진행하다 보니 온열 대책을 집회참가지 개인들이 책임질 수 밖에 없다.
여유로울 때는 냉수와 아이스크림, 부채, 피켓 등도 풍부하였으나, 오늘은 없거나 부족하였다. 더우면 더운 대로 폭우나 추위에는 그대로 나름의 어려움이 많다. 그런 중에도 어떻게 이 자리까지 만들어 왔는데 하는 마음에 물러섬의 여유는 찾아볼 수 없다. 준비하는 촛불행동이나 참석하는 시민들의 마음이 하나로 일체되어 있기 때문에 폭염의 온도 보다 투쟁의 열기가 더 뜨거울 뿐이다.
선창하는 사회자, 연사, 공연자들, 선도차의 사회자들의 목소리와 혼연일체의 시위, 행진의 구호소리는 높고 또 드높았다. 흐르는 땀으로 온 몸이 젖어있지만 모든 참가자들은 행복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시민들에게 한 가지 소식이라도 더 알려야 한다는 마음으로 외치고 또 외쳤다.
집회장 입구의 자원봉사자 한 분하고 얼굴이 익어 갔다. 항상 입구에서 마주치고, 모금통이 기다리고, 오늘의 피켓과 부채를 나눠준다. 자주 참석을 하다보니 점점 가까워지고 가벼운 인사를 나눈다. 모금통에 천원, 오천원, 만원짜리가 보인다. 투명하게 만들어져 있으니 다 보인다. 아직까지는 오만원짜리는 안보였다. 지금 정도면 현금으로 낼 사람들은 거의 냈을텐데 조금 부족해 보였다.
사회자 김지선 촛불행동 공동대표는 아끼고 또 아껴쓴다고 무대에서 말하였다. 현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대대적인 진출이 막을 내리고 새로운 국면에 적응하고 집회는 계속해야하는 고충을 이해한다.
내 지갑에 하필이면 만원짜리가 없었다. 천원과 오만원권이 아른거렸다. 봉사자와 눈이 마주치고 불꽃이 아니라 애원이 갈등하고 있다. 오늘 신사임당을 내고 4주동안 못본 척을 할 것인가? 다음 주에 2만원을 낼까 잠시 고민했다. 항상 집회비로 만원을 넣었기 때문이다. 조삼모사로 배운 유교적 가르침이 내 마음에 자리잡고 있었으나 단호히 거부하고 갈피에서 신사임당을 꺼내 집어넣었다. 이렇게 후련한 것을 왜 고민하는지 모르겠다. 나중의 고민을 미리 땡겨서 하지 말자. 다음 주에 또 갈등하면 되는 것이다.
집회를 마치고 종각, 청계천로, 소라광장, 광화문으로 돌아오는 코스로 행진했다. 어둠이 내리니 다시 원위치로 돌아왔다. 정리집회를 마치고 또 혼자 지하철을 탔다. 집에서는 저녁을 아직도 먹지 않고 돌아다닌다고 핀잔이다. 나오는 동지들이 없으니 당연한 것을 가족들은 모른다. 아니 안 나오는 것이 당연한데 당신이 오버한다고, 미쳐가고 있다고 말했다. 다 맞는 말이지만 마음은 허진했다.
더 몰아쳐야 한 가지라도 더 건진다는 교훈이 투쟁의 역사에서 항상 증명했는데 왜 모르는 것일까? 이 기회에 못 이룬 개혁은 다음에는 두세 배의 노력을 해도 쟁취하기 어렵다는 진리를 망각하는 것 같다. 이 순간이 중요한 시점으로 화력을 집중해야 하는데, 큰 산을 넘으면 꼭 기다린다. 이럴 때마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상대의 부서진 기득권이 내 수준으로 떨어졌으니 괜찮다는 것인가. 더 부수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면 좋을텐데 하는 아쉬움을 또 남기게 될까 두렵다.
이래서 이론이 필요한 것 같다. 새사회에 대한 그림을 그리고 거기에 도달하도록 실천을 해야 겠다. 그림이 바로 이론적 무장인 것이다.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투쟁하며 모아지고 생겨난 목표를 구체화해서 실현해야 한다. 민족통일, 민주화, 기본권 쟁취, 성평등 구현, 일제 잔재 청산, 자주적 외교 등등이 보인다. 신자유주의, 뉴라이트는 이론을 만들고 구현하는데 우리는 발전했는지 의문을 가지고 잠이 들었다.
추신
다음 주나 다다음 주에 조카와 지인들 촛불집회 나온다고 했는데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