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21일 촛불행동의 145차 전국집중 촛불대행진 후기 들어갑니다.
날씨가 무더워지면서 집회시간을 오후 5시로 변경하였다. 다음 주부터는 6시로 변경된다는 공지를 하였다. 저녁 시간이지만 낮이 길어지고 햇빛은 아직도 쨍쨍했다. 그래서 그런지 집회장소를 9번 출구에서 10번 출구로 변경하였다.
10번 출구는 오후 늦은 시간이면 길가의 건물이 그늘을 만들어 주었다. 참 좋은 결정이었다. 여기에는 경찰과 집행부의 협의가 되었을 것이다. 집회를 잘 치를 수 있게 협조를 해야할 의무를 진 경찰 측과 촛불행동의 아이디어가 결합된 모습이었다. 항상 우리쪽 집회를 도와주기는커녕 방해를 해온 전례에 비추면 매우 고무적이다.
아마도 정권교체로 공기와 바람이 달라졌을 것이다. 나중에 진행된 행진에서 행진대오를 한꺼번에 반대차선으로 이동해서 준비를 했다. 이때 경찰들이 안전펜스를 동시에 제거하고, 자동차를 통제하여 단번에 이동하는 모습이 연출되었다. 이것도 신기하고 보기 좋았다.
한 달에 한 번 진행되는 전국집중으로 지역깃발도 많아졌고, 자원봉사자도 늘었다. 물론 집회인원도 조금은 늘었다.
지방에서 올라온 참가자들은 같은 조끼, 깃발, 모자, 깔개 등으로 동질성을 보였다. 오랜만에 지역에서 올라오니 집회의 열기는 드높았다. 지역에서 올라온 대표들의 연설, 결의문 낭독, 지역깃발과 대표들의 본무대 퍼포먼스는 분위기를 끌어 올렸다.
합창단의 노래, 촛불백일장의 시상, 가수 백자와 극단 ‘경험과 상상’의 공연이 이어지자 모두 자리에 일어섰다. 노래에 맞춰 몸도 흔들고 노래도 따라 불렀다. 탄핵과 파면의 날보다 흥분은 덜 했으나, 즐기기에는 충분했다.
오늘도 행진은 강남역을 거쳐 신논현역으로 행진했다. 강남역 주변의 많은 젊은 커플들이 호응을 보내주었다. 지난 주보다는 분위기가 좋았다.
오늘은 지인의 결혼식을 마치고 곧바로 집회를 나와서 복장이 불편했고, 겉옷을 계속 걸치고 행진하니 불편했다. 더욱이 함께 나오던 동지들은 어디에 있는지 외로웠다. 애프터 없이 터벅터벅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급격한 물리적 변혁이 아니라 제도적 청산과 개혁이 시작되었다. 절차적 정당성이 답답하다. 내란잔당들과 정당이 버젓이 언론에 보이고 큰소리를 치는 모습에 치가 떨린다. 시민들은 또 기다려야 한다는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촛불집회라도 살아있으니 다행이다. 항상 응원한다.
개인적으로 80년대의 엄혹한 시절에도 분출했는데, 물리적 탄압이 없는 자유로운 지금의 집회는 왜 분출하지 못할까? 나이도 들었고, 할 일도 많아졌을까? 만족하는 삶이라서 개혁이 줄었나? 잡생각이 많았다.
2025년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 예소연 작가의 『그 개와 혁명』을 읽었다. 정지아 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읽었다. 내 생에 끝내지 못하고 대물림이 될까 두렵다. 아니 두려움보다 힘이 빠질까 걱정이다. 젊은 딸들과 대화는 하고 있으나, 더디고 더디다…….
다음 주는 집회에 참석을 못한다. 대학교 후배들과 여주에서 모임을 하기로 했다. 토요일에 회합을 잡은 너희들이 밉다. 상황이 되면 모임에서 피켓팅 인증샷이라도 남겨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