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연호는 김일성 주석의 출생연도인 1912년을 ‘주체 1년’으로 정한, 북한식 연도표기법으로 김일성 주석의 사망 3주기를 맞아 1997년 7월 8일에 도입된 연호이다.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와 중앙군사위원회, 국방위원회, 중앙인민위원회, 정무원 등이 공동명의로 발표한 ‘김일성동지의 혁명생애와 불멸의 업적을 길이 빛내일데 대하여’라는 결정서에 따라 ‘태양절’과 함께 채택된 북한식 연도표기 방식이다.
이후 북한은 그 실무조치로 중앙인민위원회의 ‘주체연호 사용규정’을 채택(1997.8)하였으며, 같은 해 정권수립일(9.9)부터 모든 문서, 출판, 보도물, 우표 등에서 주체연호를 서력(西曆)과 함께 사용하고 있다고1) 대다수의 북한관련 자료에서 기록하고 있다.
우표에서는 ‘태양절’와 ‘주체연호’ 제정기념 우표 5종을 1997년 9월 3일 발행하였지만 우표에 주체연호는 사용하지 않았다. 우표에 주체연호를 최초로 사용한 우표는, 1997년 11월 19일 발행한, ‘97 상해 국제우표 및 화폐전람회’에 참가하기 위해 발행한 기념우표부터 우표에 ‘주체연호’가 사용되었다.(그림 1).
1997년 11월 우표에 주체연호를 최초로 사용하기 시작한 이후, 2024년 11월 20일 마지막 발행 우표까지(그림 2) 27년동안 사용되였던 ‘주체연호’가 2025년 1월 1일 ‘새해우표’부터는(그림 3) 우표에서 사라졌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이런 변화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김일성, 김정일 선대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 자신만의 독자적인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2025년 1월 1일 발행된 ‘새해우표’부터 주체연호 사용은 중단되었지만, 그렇다고 태양절(4.15)이나 광명성절(2.16)까지 중단된 것은 아니다. 우표 발행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이미 2019년부터 보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매년 여러 차례 발행되었던, 김일성화(花)2) 기념우표와 김정일화(花)3) 기념우표가, 2019년 4월 30일에 발행된, ‘불멸의 꽃 김일성화와 김정일화 기념우표’ 발행이후(그림 4), 더 이상 우표의 도상에서 사라졌다는 것이다.
반면에 국가를 상징하는 상징물들인, 국화(목란), 국수(소나무), 국견(풍산개), 국조(참매) 등에 대한 우표들은 반복적으로 발행되고 있다는 것은, 아버지 김정일, 할아버지 김일성 시대를 넘어서 보통국가로 보여지기를 바라고 있음을 방증하는 의미로 판단된다.
북한이 보통국가로 보여지기 위해 몇 가지 시도를 한다고, 권위주의 국가체제를 약화시켜 가면서까지 보통국가화 시도를 하려는 의도는 없다고 생각된다. 2019년 이후 발행된 우표들 중 다수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다양한 방면의 활동을 강조하는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우상화 작업 우표들이 발행되고 있으며, 특히 눈에 띄는 우표들이 김정은 위원장 시기에 지어진 기념비적 건축물등과 신형 군사무기를 강조하는 우표 발행들을 통해 김정은 시대의 치적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우표사에서 발행하는 ‘조선우표목록’은 북한우표를 연구하는 연구자들에겐 매우 중요한 사료이다. 조선우표사에서는 2015년 마지막으로 발행되었던 ‘조선우표목록’을 2024년 만10년만에 새로 발행하였다.
하지만, 이번에 발행된 2024년판 ‘조선우표목록’에서는, 그동안 우표에 고유번호를 부여해서 관리해 온 번호를 크게 변경하는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남북정상간 만남에 대한 기념우표들을 포함해서 남북의 동질성을 의미하는, 독도기념우표, 여운형, 안중근, 문익환 등등의 남측 독립인사들 관련 우표들은 물론, 한반도 관련, 조국통일 3대원칙 천명 기념우표, 노래 ‘우리는 하나’ 등 6.15공동선언과, 10.4공동선언 등 한반도와 조국통일 관련 모든 조선우표들이 동시에 사라졌다.
이것은 조선우표를 통해 조선의 문화, 역사, 정치분야를 광범위하고 연대기적이며 통사적 접근방식으로 연구하고자 하는 연구자들 뿐만 아니라, 북한우표를 수집해 온 전 세계 우표수집 애호가들은 물론, 우표를 ‘꼬마 외교관’, ‘작은 박물관’, ‘작은 역사책’, ‘종이 보석’ 등의 애칭으로 불러온 북한 당국에도 결코 바람직한 조치들로 보이지 않는다.
2018년 북미관계의 극단적 대치 이후, 남측을 통해 물꼬를 트려는 북한당국의 결정으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 삼아 남북관계는 가장 훈풍이 불던 한 해였다. 북한 선수들과 응원단들이 남측으로 내려왔으며, 남북정상은 11년만에 평양과 판문점에서 정상회담을 갖기도 하였다. 2019년 9월 18일~20일 평양에서 열렸던 세 번째 정상회담이었던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는, 군사적 충돌방지, 경제협력, 철도‧도로 연결, 비핵화 조치 등이 포함된 ‘9.19 공동선언’이 발표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2019년 2월의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남북관계도 교착상태에 빠지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측에서 희망하는 ‘개성공단 재개’, ‘금강산관광 재개’, ‘한미연합훈련 축소’ 등의 필요사항들을 남측 정권에서 미국측의 눈치만을 살피느라, 해결할 의지도, 능력도 구체적으로 보이지 않게 되자, 2020년 6월에 개성공단에 있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함으로써 남북관계는 파탄 상태로 빠지게 되었다.
2019년에 발견된 코로나가 2020년 초반부터 전 세계를 코로나정국으로 빠져들게 하면서 국가간 모든 국경선들이 폐쇄되어 북-중, 북-러 국경선도 완전 막혀버리게 되었고, 고립된 북한의 경제상황은 더욱 더 악화되어 갈 수 밖에 없었다.
2020년 북한의 ‘새해우표’가 ‘자력갱생’이란 구호와 함께 천리마를 타고 비상하는 도상을 채택한 것과, 2021년 ‘새해우표’ 도상으로는, 북한의 국수(國樹)인 소나무 위로 눈이 두껍게 쌓여있고, 평양종과 평양시를 도상으로 채택하였다는 것은 주변 환경이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극복할 수 있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파국상태의 남북관계 도중인, 2022년 5월에 들어선 윤석열 정부가 이전 정부와 비교하지 못할 정도로, 북한을 적대적 ‘적(敵)’으로 규정하면서, 극도의, 친미, 친일 행보를 취하자, 김정은 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회의(2024.1.15.) 시정연설 “공화국의 부흥발전과 인민들의 복리증진을 위한 당면과업에 대하여”를 발표하였다.
“우리 당과 정부와 인민은 흘러온 력사의 장구한 기간 언제나 동족, 동포하는 관점에서 대범한 포용력과 꾸준한 인내력, 성의있는 노력을 기울이며 대한민국것들과 조국통일의 대의를 허심탄회하게 론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쓰라린 북남관계사가 주는 최종결론은 《정권붕괴》와 《흡수통일》을 꿈꾸며 우리 공화국과의 전면대결을 국책으로 하고 있고 나날이 패악해지고 오만무례해지는 대결광증에 동족의식이 거세된 대한민국것들과는 민족중흥의 길, 통일의 길을 함께 갈 수 없다는 것입니다.”4)
김정은 위원장이 위 시정연설에서 발표했듯이 남북관계 개선은 매우 어려워 보인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북한측으로서는 상당히 성의를 보여왔다고 대다수의 북한 연구자들이 동의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남북관계는 개선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2022년 5월부터는 남측의 정권이 극우 파시즘에 가까운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는 전쟁을 획책하는 대북전단 살포, 무인기 평양 투입, 대북방송 시작 등의 적대적 행동을 이어가게 되자, 위 시정연설을 발표한 후, 구체적인 조치들로 우표에서 남북 동질성 회복관련, 조국통일, 남북정상회담, 심지어 독도우표까지 민족동질성 지우기라는 특단적 조치를 취하고 있는 슬픈 현실이다.
하지만, 위기(危機)는, 위험한 상태로 빠져들 수도 있지만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것으로 지난 30년 넘게 중소기업를 운영해 온 필자는 확신한다. 지난 12.3 불법계엄령 선포로 윤석열 대통령이 조기 파면되고, 오는 6월 3일 새로운 정부 탄생 확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는 진보냐, 보수냐의 선거가 아닐 뿐 아니라, 파탄난 남북관계가 개선되어 남과 북이 공생(共生), 공영(共榮)로 갈 것인가? 아니면, 남과 북이 극단적 파탄 상태를 유지함으로서 남과 북이 공멸(共滅)로 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선거가 될 것이다.
무역의존도가 90%에 이르는 대한민국이 극단적이고 이기적인 미국 자국 중심의 대외정책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북한의 《지방발전 20 x 10 정책》에 협력할 뿐 아니라, 중국의 동북3성과 러시아 극동지역 개발에 참여해야 됨을 국제 무역업계에서 30년 넘게 일하고 있는 필자는 제안하고자 한다.
김정은 위원장도 대한민국의 정권이 바뀌는 이번 기회를 흘려 버리지 않고, 정전협정을 종전협정 나아가 평화협정으로 불가역적으로 결정하는 기회가 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주(註)
주1)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70119
주2) 1977년 4월부터 공식적으로 사용되어온 명칭으로 1989년부터는 김일성화 재배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주3) 1988년 2월 16일, 김정일의 46회 생일을 맞아 처음으로 김정일을 상징하는 꽃으로 지정되었다.
주4) 『로동신문』(2024.16)
- 접경지 북파주 파평출신 미군이 지어준 재건중학교 졸업 후 검정고시로 중학/고등과정 수료
- 한국외대 졸업, 북한대학교대학원 석사(북한학), 경기대정치전문대학원 박사(북한학)
- 영토문화관 독도 관장(www.unsando.kr)
-DMZ평화교육원 대표
- 통일교육원 교육위원
- 파주시 교육위원
- 성서한국 공동대표
- 파주 겨레하나 초대 및 2기 대표 및 고문
- 철원 국경선평화학교 감사 및 건축위원
- 벤처기업 ㈜두레샘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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