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이 정성 다해서 통일. 통일을 이루자. 이 겨레 살리는 통일. 이 나라 살리는 통일. 통일이여 어서 오라."

애어른 할 것 없이, 남북을 가리지 않고, 모두가 어깨 겯고 가슴 벅차게 부르던 노래.

그러나 지금은 이승에서의 만남은 기약할수조차 없는 고령의 실향민들의 행사에서, 어쩌다 한번 들을 수 있는 노래가 됐다.

'통일'을 입에 올리는 건 세상의 변화에 뒤떨어진 '비현실적인 감상'으로 치부되고, 우리의 소원은 '하늘에서 돈벼락이나 떨어지길...'로 바뀐지 오래다.

배웠다는 사람들, 출세한 사람들, 그래서 통일이 대수롭지 않은 사람들이 먼저 그랬다. 

먹고 살기 힘든 세상살이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통일이 밥먹여주냐'는 애먼 소리가 부지불식간에 세상에 스며들었다.

분명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을 이루려는 열망은 간절했으나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또한 있었다. 

그들로부터 '우리의 소원'은 통일로부터 멀어지고 점점 '돈벼락'만을 꿈꾸는 황폐한 지경으로 내몰렸다.

어른들이 먼저 그랬으니 아이들이야 오죽했을까? 청소년들이 통일에 무관심하다는 여론조사 결과는 더 이상 새로운 소식도 아니다. 그렇다고 그런 현상이 불가피한 것도 아니고, 기꺼이 받아들여야만 하는 일도 당연히 아니다.

과거의 무수한 분투가 우리의 현재로 이어졌다. 또 지금을 살아가는 이들의 소망과 노력만큼 미래는 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그 도저한 맥락이 이토록 헐겁다면 우리의 내일도 거기서 한치도 벗어날 수 없다. 돈벼락을 기다리는 현실이 늘 불편하고 불안한 이유이다.

서정배 저, 『그래서 평화통일이야!-10대가 꼭 알아야 할 통일이야기-』, 하다주니어, 150쪽. [사진-하다주니어]
서정배 저, 『그래서 평화통일이야!-10대가 꼭 알아야 할 통일이야기-』, 하다주니어, 150쪽. [사진-하다주니어]

그래서 나온 책을 본 순간 반가웠고, 조금 놀라웠다. 

『그래서 평화통일이야!』라는 제목이 반가웠고, 통일부에서 32년간 근무하면서 인도협력국장, 기획조정실장, 하나원장을 지낸 서정배 남북사회통합연구원 부원장이 저자라는 걸 확인하고 놀라웠다. 통일부 고위공무원을 지낸 이가 쓴 책이 『그래서 평화통일이야!』라니.

당연하고도 남을 마땅한 조합이지만, 이토록 노골적(?)으로 '평화통일'을 주창하는 (전직) 통일부 공무원이 낯설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그런 느낌은 그저 애꿎은 세월탓이라고 해두자.

의레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남북관계 비화를 비망록으로 엮어내거나 제 관심사를 두터운 학술서로 펴냈다면 그러려니 했을텐데...책 제목엔 '10대가 꼭 알아야 할 통일이야기'라는 설명이 붙어있다.

150쪽 분량으로 어려운 책은 아니지만 내용은 간단치 않다.

'한반도 분단'과 '북한 친구들', '평화통일'. 3장에 걸쳐 풀이한 각 12개, 총 36개의 주제 선정부터 예사롭지 않다.

△한반도는 왜 분단되었나요? △흩어진 사람들과 군사적 대치, 분단의 아픔은 왜 끝나지 않나요? △우리는 왜 서로 미워하고 싸울까요? △북한은 왜 '적대적 두 국가관계'를 주장하나요? △북한 친구들, 왜 알아야 하나요? △북한 친구들은 우리를 어떻게 생각할까요? △현재 한반도는 과연 평화로운가요? △'핵무기없는 한반도' 만들기는 가능할까요? △그래도 우리의 소원은 통일? 비용보다 혜택이 더 많을까요? △대화와 교류협력, 늘려나가요! △한반도, 세계평화의 발신지가 되어요! △평화통일의 주인공은 바로 나!...

10대 학생들이 품고 있을 법한, 꼬리에 꼬리를 무는, 통일에 대한 질문을 피하지 않고 36개의 주제로 뽑아냈다. 북한인권 개선과 탈북민정착 지원, 남북대화와 교류협력, 나부터 실천하는 일상적인 평화통일 활동 등 적극적인 제안도 있다.

각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살펴보자.

-왜 진정한 광복은통일일까요?-
"아직 우리나라에는 '진정한 광복'이 오지 않았다고 할 수 있어요. 과거 우리 독립투사들이 꿈꾸었던, 한반도 전체의 완전한 광복과 독립이 아직 이루어지지 못한 채로 80년을 살아왔기 때문이에요. 한반도 전체가 자유롭고 잘 사는 진정한 광복은 통일이 되어야 비로소 완성될 수 있어요. 그래서 통일을 이루려는 노력은 '제2의 독립운동'이라고 할 수 있답니다."

-우리는 어떤 통일을 바라나요?-
"요즘 일부 사람들은 '흡수통일'을 이야기해요. 남한이 북한보다 잘 살고 정치체제도 더 좋으니까, 북한을 흡수해서 통일하자는 거예요. 하지만 그렇게 갑자기 통일하게 되면 폭력과 극심한 사회적 갈등, 많은 비용부담 등으로 인해 큰 혼란이 생길 수 있겠죠. 먼저 남북이 서로 교류하고 협력하면서, 북한 주민들이 스스로 변화를 원하게 되고, 그들의 의견이 반영되는 민주적인 방법으로 평화롭게 통일을 이뤄야 해요."

-북한은 왜 '적대적 두 국가관계'를 주장하나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 옳다고 고집하지 말고, 북한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보면 좋겠어요. 만나서 서로의 오해도 풀고, 문제도 평화롭게 해결하고, 함께 살아갈 미래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어야 해요. 비록 지금 당장은 어렵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면서 천천히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게 중요해요."

-현재 한반도는 과연 평화로운가요?-
"한반도에서 남북한은 수십년동안 계속 군사력을 키워왔고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곳이 되었죠. 작은 다툼만 생겨도 큰 전쟁으로 번질 수 있어요. 이제는 우리 민족이 평화롭게 살기 위해 '단계적 군축(차근차근 군사력을 줄이는 것)'을 시작해야만 해요."

책 갈피마다 32년 통일부 근무, 그 중에서도 국립통일교육원 교육기획부장과 개발협력부장으로 일한 오랜 내공이 녹아들어 있다. 그걸 같은 눈높이에서 풀어 설명하려는 정성이 돋보인다.

무엇보다 미래의 주역인 아이들이 평화와 통일이 이루어진 세상에서 살기 바라는 따뜻한 진정이 있고 상대를 적대하지 않는 화해·협력의 정신이 살아있다.

대립과 갈등을 부추겨 화해와 협력을 짓누르는 시대일수록 보기드문 미덕이라 할만하다.

저자의 설명에 때로 불편함을 느낄수 있고 이견도 있을 수 있다. 그건 각자의 이야기를 새로 풀어내는 방식으로 해소되거나 소통되었으면 한다. 누구나 각자의 자리가 있으므로...

알콩달콩한 그림과 만화, 사진, 그리고 '꿀팁', '똑똑박사' 등 상세 설명을 두루 배치하고, 주제가 끝날 때마다 '친구들과 생각나누기'를 첨부해 학생들에게 토론거리를 제공하는 것도 유용한 구성이다. 

△분단된 한반도의 통일을 위한 노력이 독립운동과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요? △우리 친구들은 언제 한반도에 전쟁이 끝난 것이 아니라 휴전중인 상태라고 생각하게 되나요? △여러분이 북한 대표를 만나는 남한 대표로 남북회담에 나간다면 어떤 문제를 가장 먼제 해결하자고 이야기하고 싶은가요? △우리 친구들이 북한의 시장에서 물건을 팔고 산다면 어떤 것이 좋을까요?...

함께 책을 살펴 본 고등학교 교사는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다정하고 따뜻한 통일이야기는 10대로 끝낼게 아니라 고등학생, 20대에게도 들려주었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먼저 10대가 많이 읽어야 '고등학생이 꼭 알아야 할 통일이야기', '20대가 꼭 알아야 할 통일이야기'도 나오겠지.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