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영 / 통일뉴스백두대간종주대 대원

 

산행일자 : 2025년 3월 23일(일)
구간 : 수덕사 대웅전옆-전월사-덕숭산-기암괴석능선-덕수저수지
거리 : 9.7km
참여인원 : 25명

 

전날 촛불집회 마치고 늦은 뒤풀이를 하고도 이른 시간에 맞춰 한 사람도 늦지 않고 제시간에 도착한다. 다만 꽃이 핀 것 같이 발그레한 볼과 앞좌석까지 넘실 넘어오는 향긋한 소주 냄새가 조은영 대원의 전날이 광화문에서 꽤나 치열했구나를 읽을 수 있었다.

버스에 올라타며 윤석열 파면되고 기분 좋게 산행하려고 했는데 아직도 안 되어 촛불 집회 다녀오느라 피곤하다고 한마디씩 한다. 오동진 대장님은 빵을 돌리며 산행팀은 정권이 바뀌니 빵이 두 개씩 생긴다며 복지 정책을 자랑하시는데 나라는 정권이 교체되면 어떤 것들이 더 나아질지 기대된다.

수덕사 입구: 수덕사에도 봄이 오고 우리나라에도 봄이 오길 바라며 출발! [사진제공-통일뉴스백두대간종주대]
수덕사 입구: 수덕사에도 봄이 오고 우리나라에도 봄이 오길 바라며 출발! [사진제공-통일뉴스백두대간종주대]

수덕사에 내리니 1시간의 자유 시간이 주어진다.

처음 들른 곳은 화장실이 있을 것 같아 들어간 수덕사 미술관이었다. 등산길에 작품 관람이라니 생각지도 못했다. 김익흥 대원의 설명과 함께 동백림 사건에 연루되었던 이응로 화백님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시간이라 더 의미 있었다.

동백림 사건에 연루되어서 작품 활동을 할 수 없자 휴지 위에 간장으로 그림을 그렸고, 파리에 정착하고 나서 가난에 쪼들려 물감을 구입하지 못하자 컬러 잡지를 찢어 붙이고 수묵과 담채로 표현하여 독창적인 콜라주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객관의 여건만 탓할 게 아니라 어떻게 극복할지를 고민해야겠다는 깨달음도 한 꼬집 얻어 간다.

수덕사 미술관의 이응노 작품전: 후배 사진에 주인공이 되고픈 송태성 대원의 노력이 엿보인다. [사진제공-통일뉴스백두대간종주대]
수덕사 미술관의 이응노 작품전: 후배 사진에 주인공이 되고픈 송태성 대원의 노력이 엿보인다. [사진제공-통일뉴스백두대간종주대]

미술관을 나와 한국전쟁 때 이응로 화백이 피난처로 사용했던 수덕여관을 지나니 바로 대웅전이 코앞이다. 대웅전은 지은 시기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 중 하나라 한다.

기둥의 나뭇결이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 마치 용의 비늘 같았다. 국보라고 얘기를 듣고 봐서 그런가 단아하면서도 정교하게 조립된 목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대웅전 앞에 나지막이 활짝 핀 꽃들까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아름다움을 충분히 느꼈는데도 1시간은 길었다. 그동안 시간에 쫓기며 장거리 산행에 길들여져 버린 대원들이 방황하기 시작했다. 대장을 졸라 빨리 올라가자 재촉한다. 후다닥 마치고 뒤풀이 시간을 조금이라도 늘릴 생각들이었다.

대웅전 앞에 핀 꽃나무와 마음이 더 예쁜 김지영 대원이 봄을 함께 맞이한다. [사진제공-통일뉴스백두대간종주대]
대웅전 앞에 핀 꽃나무와 마음이 더 예쁜 김지영 대원이 봄을 함께 맞이한다. [사진제공-통일뉴스백두대간종주대]

등산로에 접어들자마자 1080개의 벽초 스님이 만들었다는 돌계단이 시작되었다. 다들 올라가기 전부터 죽는소리가.

하지만 우리에게는 임정환 포터 대원이 있었다. 가방이 비어있어 짐을 덜어 들어줄 수 있다는 소문이 나서 다들 물 한 병이라도 그 가방에 덜겠다면 달려들었다. 누군가는 본인도 넣어서 들고 가 달라 졸랐다.

통일뉴스백두대간종주대의 공식 포터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덕분에 계단을 두려워하는 김경수 대원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너끈히 산에 오르고 내릴 수 있었다.

통일뉴스백두대간종주대 공식 포터 임정환 대원. [사진제공-통일뉴스백두대간종주대]
통일뉴스백두대간종주대 공식 포터 임정환 대원. [사진제공-통일뉴스백두대간종주대]

오르다 보니 만공선사께서 참선하던 소림초당이 보인다. 만공선사께서 조성한 관세음보살 입상 앞에서 소원을 함께 빌어본다. 다들 나라가 어수선하여 말하지 않아도 같은 소원을 빌었을 것이다. 만공선사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제자들이 세운 동글동글한 만공탑을 지나니 덕숭산 정상에 다다랐다.

관세음보살 입상 앞에서 다 같은 마음으로 소원을 빌어본다. [사진제공-통일뉴스백두대간종주대]
관세음보살 입상 앞에서 다 같은 마음으로 소원을 빌어본다. [사진제공-통일뉴스백두대간종주대]

덕숭산 정상에 ‘우리는 한총련’ 중년들은 깃발과 탄핵 피켓을 들고 힘차게 윤석열 파면을

외쳤다. 주변 등산객들이 함께 파면도 외쳐주고 시원~하다라고 말씀하신다. 어떤 등산객은 윤석열 파면 피켓을 빌려 파면을 외치고 사진으로 남기신다.

많은 이들의 함께 바라고 외치고 있었다. 힘이 절로 나고 밥맛도 꿀맛이었다. 그냥밥집 김지영 대원이 아침에 간단하게(?) 굴을 찌고, 야채를 다져서, 한 알 한 알 부쳤다는 굴전에 홀리듯 도시락을 다 비웠다.

덕숭산 정상에서 “윤석열 파면!”을 힘차게 외치는 ’우리는 한총련‘. [사진제공-통일뉴스백두대간종주대]
덕숭산 정상에서 “윤석열 파면!”을 힘차게 외치는 ’우리는 한총련‘. [사진제공-통일뉴스백두대간종주대]

정상에서 늦장 부리며 내려가는데 일행들 소리가 요란스럽다.

바위 위에 돌을 얹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열심히 짱돌을 올리고 있다. 나라와 직장과 개인의 일상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길 바라며 너무나도 진지하고 간절하게 돌을 던지고 있다. 여러 명이 성공했으니 이제 상식이 통하는 나라, 직장, 개인의 일상이 보장될 터이다.

돌 위에 소원 얹기 모두가 열심이다. [사진제공-통일뉴스백두대간종주대]
돌 위에 소원 얹기 모두가 열심이다. [사진제공-통일뉴스백두대간종주대]

2021년 국가 숲길로 지정되었고 ’원효의 깨달음의 길’로도 불린다는 내포 문화 숲길을 알리는 표식이 곳곳에 보였다. 4개 시군을 거쳐 아름다운 시골 풍경과 풍부한 불교유적을 둘러볼 수 있는 길이 320km에 달하는 충남의 대표적인 길이라고 하니 이 길을 다녀보는 것도 의미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포 문화숲길. [사진제공-통일뉴스백두대간종주대]
내포 문화숲길. [사진제공-통일뉴스백두대간종주대]

하산 후 시산제 준비를 한다. 이번 시산제는 야외무대에서 진행했는데 상까지 갖춰져 있고 역대 시간제 중에 가장 명소가 아닌가 싶다. 각자가 준비해온 시산제 제물이 상에 정성스럽게 쌓아 올려졌다. 많은 이들이 참여하니 금색 돼지 저금통 아래 봉투도 차곡차곡 많이 쌓였다.

이번에도 이지련 단장님의 축문이 기대되었다. 역시나 이번에도 주옥같은 문장에 감동하며 시산제 축문집을 내야 한다는 이들도 있었다.

새로 합류한 ‘우리는 한총련’ 대원들은 축문에 등장했으니 이제는 발을 뺄 수 없게 되었다며 은근히 통일뉴스백두대간종주대에 소속되었다며 기분 좋은 책임감을 느낀다. 누군가는 ‘한총련이 통일뉴스에 통며들다‘라고 표현했다.

이제 시산제도 정성스레 들였겠다. 뒤풀이도 신명 나게 하며 단합도 했겠다. 2025년 100대 명산 산행이 더 기대된다. 통일뉴스백두대간종주대 100대 명산 산행&힐링팀 화이팅!!!

1년의 안전산행을 염원하는 시산제. [사진제공-통일뉴스백두대간종주대]
1년의 안전산행을 염원하는 시산제. [사진제공-통일뉴스백두대간종주대]

명문인 축문을 아니 기록할 수 없어 전문을 공유한다.

 

[축문 전문]

2025년 을사년 3월 23일

천년고찰 수덕사를 품에 안은 덕숭산이여! 드넓은 예당평야는 평화롭게 펼쳐있고 서해 천수만이 손에 잡힐 듯 가깝구나. 깨달음의 성지에 찾아든 고승들의 숨결이 서려 있는 이곳. 들녘을 지나오는 바람결에 동학의 함성이 들리는 듯 가슴이 요동치는 이곳.

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는 새로이 명산을 순례함에 눈부시게 아름다운 이곳에서 온 정성을 다해 진실한 마음으로 예를 올립니다.

때는 바야흐로 봄이 난장을 치기 일보 직전인데 이 무슨 시련이란 말입니까! 한 마리 괴물이 패거리들과 작당하여 나라를 혼란 속으로 몰아넣고 있으니 평화와 통일의 선봉인 우리가 어찌 두고 볼 수 있겠습니까!

백두대간과 한북정맥을 종주한 그 정신과 의지로, 눈빛만 보아도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는 굳건한 결속력으로 괴물과 패거리들이 설 자리가 없게 할 것입니다.

아름다운 우리나라는 금수강산이라 어딜 가나 빼어나고 장엄한 산줄기들이 민족을 지켜주었습니다. 산은 곧 우리들의 정신이며 삶이었습니다.

산을 오르는 행위는 대자연으로 들어가는 통과의례입니다. 땀을 흘리고 거친 숨을 몰아쉬는 진실된 몸짓, 바람결에 전해오는 자연의 향기, 바위와 나무들의 무언의 속삭임, 지저귀는 새들, 자잘자잘 흐르다 우르르쾅쾅 내달리는 물줄기들은 경이로운 세계로 안내하는 정령들입니다.

[사진제공-통일뉴스백두대간종주대]
이지련 단장의 축문. [사진제공-통일뉴스백두대간종주대]

시인의 말처럼 아름다운 소풍을 놀러 온 이 세상, 두루두루 명산을 순례하니 이보다 더 좋을 일이 어디 있을까요? 아름다운 사람들과 맑은 샘물 같은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기억해주는 공동체를 이루는 일보다 더 소중한 일이 있을까요?

아! 그리운 금강산, 민족의 영산 백두산, 묘향산과 구월산 또한 한시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늦은 봄날 봄 길을 걷는다는 문익환 목사님, 박용길 장로님의 아호처럼 조금 늦게 오는 봄이라 여기고 좌절하지 않겠습니다. 괴물과 패거리들이 더 이상 고개를 못 들고, 평화의 전령이 남북을 서로 오가는 그날은 반드시 올 것입니다. 우리는 신명나게 명산을 오르며 그날을 앞당기는 선봉이 될 것입니다.

명산 순례에 발맞추어 한총련 동지들을 비롯하여 새로운 대원들이 합류하였습니다. 벌써 오래전부터 같이 했던 대원처럼 잘 융화되어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모쪼록 모든 대원들이 산을 경이롭게 대하여 아무 사고 없이 산과 더불어 행복해질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천지신명과 이 땅의 모든 산줄기들을 관장하시는 산신령님

저희가 작은 정성을 모아 술과 음식을 준비하였으니 즐거이 받아 주시옵고

이 술 한잔 흠향하옵소서.

상향!

통일뉴스 100대 명산 대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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