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소답청/신윤복/18세기/종이에 채색/28.2×35.6㎝/간송미술관.​​​​​​​봄나들이 가는 장면이다. 세 마리의 말은 상대적으로 작게 그렸다. 기생을 부각하기 위한 미술적 장치이자 왜곡기법이다. 장년, 어린 마부까지 총 8명의 남녀가 등장한다. 기생은 트레머리에 고급 청색주름치마를 입었다. 한껏 꾸민 것이다. 젊은 남자는 고급 옷인 주름 창의를 입고 그 위에 도포를 입었으며 긴 색 띠에 향주머니를 달았다. 봄나들이의 목적이 단순히 춤과 노래,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남녀의 짝 맺기와 사랑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진 제공 - 심규섭]
연소답청/신윤복/18세기/종이에 채색/28.2×35.6㎝/간송미술관.봄나들이 가는 장면이다. 세 마리의 말은 상대적으로 작게 그렸다. 기생을 부각하기 위한 미술적 장치이자 왜곡기법이다. 장년, 어린 마부까지 총 8명의 남녀가 등장한다. 기생은 트레머리에 고급 청색주름치마를 입었다. 한껏 꾸민 것이다. 젊은 남자는 고급 옷인 주름 창의를 입고 그 위에 도포를 입었으며 긴 색 띠에 향주머니를 달았다. 봄나들이의 목적이 단순히 춤과 노래,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남녀의 짝 맺기와 사랑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진 제공 - 심규섭]

그림의 제목은 후대에 지은 것이다.
연소답청(年少踏靑)? 연소는 젊은이를 뜻하고, 답청은 삼월 삼짇날 봄풀을 밟으며 노는 일이다.
그냥 젊은이들의 봄나들이로 이해하면 된다.

완연한 봄날, 젊은이들이 기생과 함께 말을 타고 봄나들이를 가는 장면을 그렸다.
봄날 나들이는 당시 풍습이었다.
이 제목을 지은 시기가 1930년대인데, 이때까지만 해도 답청(踏靑)의 문화가 살아있었다는 말이다.
하긴, 지금도 봄날이 오면 온 나라 사람들이 나들이를 간다.

젊은이 3명, 기생 3명, 마부 2명이 등장한다.
젊은 남자 3명의 신분은 특정하기 어렵다.
말과 기생을 동원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가진 양반의 자제, 혹은 부잣집 아들일 것이라고 추정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 그림에서는 그냥 활기 넘치는 젊은 남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젊은 여자의 신분은 기생이다.
관청에 속한 관기를 동원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사설 기생일 것이다.
말과 마부를 어디서 동원했는지 명쾌하지 않다.
전문점에서 렌트했거나, 기생집에서 기생, 말과 마부, 음식까지 풀세트로 구매했거나 잘 사는 친구 집에서 빌린 것 중에 하나이다.
굳이 하나를 꼽으라면, 기생집 풀세트이다.

아무튼 말을 타고 나들이 가는 것은 고급 스포츠카를 몰고 노는 것과 같다.
이 그림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봄나들이 전체 과정을 알아야 한다.
보통 나들이는 준비, 이동, 춤과 노래, 밥 먹기, 돌아오기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그 중에 핵심은 좋은 곳에서 노래와 춤을 추며 노는 것이다. 그 다음은 준비한 음식을 먹는 일이다.

“풍광 좋은 곳에서 노는 장면도 아니고, 맛난 음식을 먹는 모습도 아닌, 그냥 나들이 가는 길을 그리다니. 비록 그 길이 설레기는 하지만 핵심은 아니지. 만약 나들이 설렘을 표현하고자 했다면 음식이나 놀이도구를 잔뜩 실은 장면이 있어야 하는데 그림에는 사람들만 있네.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이동 장면을 그린 이유는 뭔가?”

“신윤복은 봄나들이의 핵심이 다른데 있다고 여겼기 때문일세.
반문하겠네. 스포츠카를 몰고 경치 좋은 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데, 혼자이거나 시커먼 남자끼리면 어떠하겠나?”

“졸라 재미없겠지. 세상에서 가장 멋진 풍경은 사랑하는 사람과 보는 것이고, 가장 맛있는 음식은 사랑하는 사람과 먹는 것이지.”

“신윤복은 바로 그 지점을 그린 것일세.”

“무슨 소리인가? 그림에는 젊은 남자 3명, 기생 3명으로 이미 짝을 맞춰 가고 있지 않은가?”

“이들은 봄나들이를 위해 처음 만났네. 숫자는 맞췄지만 짝을 맞춘 것은 아니네.”

“평소 알고 지내는 사이가 아니라는 말인가? 하긴 업소에 있는 기생을 세 명 모두가 알고 지내면서 나들이까지 간다는 것은 쉽지 않지.
어쨌든 이들은 처음 만났고 나들이 가는 길에 인사를 나누고 서둘러 짝을 맞춰야 하는 상황이군.”

“그렇다네. 그림에는 세 가지 상황이 있네. 이미 짝을 맞춘 남녀가 있고, 짝을 맞추기 직전인 남녀, 아직 안면도 제대로 트지 못한 짝도 있네.”

“자세히 설명해 보게.”

마부의 벙거지를 쓰고 말고삐를 잡은 남자의 표정이 좋다.기생이 장죽을 받았기 때문이다. 기생 머리에 진달래까지 꽂아 주었다. 세 명의 남자 중 유일하게 수염이 있다. 다른 남자보다 나이가 많고 노련하다는 뜻이다. 그래서인지 가장 먼저 짝 맺기를 끝냈다. 느긋하면서 선수(?)같이 능글맞은 표정이다. [사진 제공 - 심규섭]
마부의 벙거지를 쓰고 말고삐를 잡은 남자의 표정이 좋다.기생이 장죽을 받았기 때문이다. 기생 머리에 진달래까지 꽂아 주었다. 세 명의 남자 중 유일하게 수염이 있다. 다른 남자보다 나이가 많고 노련하다는 뜻이다. 그래서인지 가장 먼저 짝 맺기를 끝냈다. 느긋하면서 선수(?)같이 능글맞은 표정이다. [사진 제공 - 심규섭]

“긴 곰방대(장죽)가 핵심일세. 당시 장죽은 유용한 작업(?) 도구였네.
오른쪽 기생은 장죽을 물고 있네. 이것은 짝 맞추기가 끝났다는 말이지.
남자는 기생의 마음을 얻기 위해 마부를 자청했지. 마부의 벙거지를 빼앗아 쓰고 말고삐를 직접 잡았네.
어찌나 헌신적이었는지 남자의 갓을 들고 따라오는 마부도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네.
기생의 얼굴이 밝아지자 남자가 장죽을 건넸지.
기생이 장죽을 받아들자 불을 직접 붙여주었다네.
남자가 장죽에 불을 붙일 때 여자는 빨아들여야 하네. 이런 행위는 남자의 마음을 받아들인다는 의미일세.
심지어 기생은 머리에 꽃까지 꽂았네. 이 꽃은 남자가 따다 준 것일세. 남자가 기생 머리에 꽃을 꽂아준 것은 내 여자이니 건들지 마라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네.”

기생의 표정이 가관이다. 머리를 만지는 것은 부끄럽고 긴장한 여성 특유의 행동이다. 이것은 여자가 먼저 남자에게 장죽을 달라고 선수를 쳤기 때문이다. 여성이 요구하자 잘생긴 남자가 공손히 장죽을 주고 있다. [사진 제공 - 심규섭]
기생의 표정이 가관이다. 머리를 만지는 것은 부끄럽고 긴장한 여성 특유의 행동이다. 이것은 여자가 먼저 남자에게 장죽을 달라고 선수를 쳤기 때문이다. 여성이 요구하자 잘생긴 남자가 공손히 장죽을 주고 있다. [사진 제공 - 심규섭]

“뒤쪽 기생도 장죽을 받으려 손을 내미는 것으로 보아 거의 넘어온 것 같네.”

“그렇다네. 남자가 장죽을 건네자 기생을 손을 내밀어 받는 모습일세. 남자가 특별한 행동을 보이지 않았음에도 장죽을 순순히 받은 이유가 뭔지 아는가?”

“글쎄...공손함인가? 두 손으로 장죽을 건네고 있지 않은가?”

“세 명의 남자 중에 가장 단정하고 잘생겼기 때문일세. 기생이 머리를 만지는 것으로 보아 부끄러움을 타는 모습일세. 남자가 먼저 장죽을 건넨 것이 아니라 여자가 먼저 장죽을 달라고 했을 것이네. 그래서 부끄러워 한 것이지.”

장옷을 쓰고 얼굴을 가린 기생과 뒤따르는 남자는 아직 안면도 트지 못했다. 그런데 장옷의 기생이 급히 가는 이유는 뭘까? [사진 제공 - 심규섭]
장옷을 쓰고 얼굴을 가린 기생과 뒤따르는 남자는 아직 안면도 트지 못했다. 그런데 장옷의 기생이 급히 가는 이유는 뭘까? [사진 제공 - 심규섭]

“세 번째 남녀의 상황은 내가 유추해 보겠네.
기생이 장옷을 쓰고 있고 얼굴은 보이지 않네. 장옷이 날리는 것으로 보아 급히 가고 있군.
그 뒤를 갓이 뒤로 벗겨진 채 따르는 남자가 있네.
이 상황은 남녀가 아직 얼굴을 보이며 인사도 못했다는 반증일세. 여자가 급히 가자 남자도 뛰다시피 하네. 표정이 딱하군. 다른 친구들은 이미 짝을 맞췄는데 안면도 트지 못하다니.”

“정확히 보았네. 그렇다면 위쪽의 진달래는 무슨 의미인지 알겠는가?”

“그야 봄을 뜻하지. 예전에는 진달래가 필 무렵 꽃놀이를 즐겼다지. 기생 머리에 진달래를 꽂은 것은 사랑의 의미로 보아도 되겠군.”

“이 그림은 한마디로 아름답고 참으로 멋지네.
250여 년 전의 젊은이들은 이렇게 놀았지.
마지막으로, 신윤복은 이 그림에 별 필요 없는 장면을 의도해서 그려 넣었네. 그게 뭔지 알겠는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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