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규 / 615산악회 회원

 

일시: 2025년 3월 16일
구간: 당고개역 – 불암산 – 당고개역
산행 거리: 17km
산행 시간: 5시간 (식사 및 휴식 시간 포함)
산행 인원: 10명 

615산악회 회원들이 불암산 정상 앞에서 기념사진을 남겼다. [사진제공-615산악회]
615산악회 회원들이 불암산 정상 앞에서 기념사진을 남겼다. [사진제공-615산악회]

 

산행 기록

매년 시산제는 연세가 많으신 장기수 선생님들을 모시고 지내기 위해, 산세가 완만한 불암산(佛巖山)에 오른 후 하산길에 시산제를 올리는 것이 전통처럼 이어지고 있다고 김재선 대장님께서 웃으며 말씀하셨다.

오전 9시에 불암산역에서 만나기로 하고 8시 40분쯤 도착했더니, 멀리 인천에서 오신 김영승 선생님께서 광화문광장의 이순신 장군처럼 당당한 모습으로 스틱을 양손에 쥐고 서 계셨다. 먼저 선생님께 인사를 드리고, 통화를 하며 대원들을 기다리니 거의 동시에 같은 열차를 타고 온 대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역명이 당고개역에서 불암산역으로 변경되었다는 공지를 미처 확인하지 못해, 가장 연장자이신 양희철 선생님께서 양주 방면으로 한 정거장을 지나쳤다가 되돌아오시는 바람에 30~40분 정도 늦어졌다.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기다렸다가 함께 산행을 시작했다.

산행 중 에피소드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며 기온이 뚝 떨어지더니, 산허리를 돌아 올라서자 진눈깨비로 변하기 시작했다. 92세의 양희철 선생님과 91세의 김영승 선생님께서 함께하는 산행이라 혹시라도 눈이 많이 내려 위험하지 않을까 걱정되었으나, 다행히 진눈깨비는 오래 내리지 않았고 곧 그쳤다. 천만다행이었다.

불암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는 1번 바위. [사진제공-615산악회]
불암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는 1번 바위. [사진제공-615산악회]

마치 일부러 조각한 듯한 ‘넘버원 바위’를 지나자 약간의 바윗길이 나타났다. 눈이 내린 직후라 “미끄럽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최고령이신 양희철 선생님께서 스틱도 없이 비닐우산 하나에 의지한 채 빠른 속도로 그 구간을 통과하셨다. 모두가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산 중턱에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앞서 걷던 대원들에게 쉬어 가자고 외쳤지만, 잘 알아듣지 못하는 듯했다. 그러자 양희철 선생님께서 91세의 김영승 선생님을 “영승아, 영승아” 하고 부르며 쉬어 가자고 제안하셨다.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하산 및 시산제

하산길에 바라본 서울의 상계동 전경. [사진제공-615산악회]
하산길에 바라본 서울의 상계동 전경. [사진제공-615산악회]

하산길에 바라본 서울은 온통 성냥갑 같은 아파트 천지였다. 불암산에서 내려다본 상계동의 구석진 모습은 아직도 내가 성장한 신림동, 봉천동의 70년대 후반~80년대 초반의 풍경을 간직하고 있어 마음 한구석이 왠지 모르게 허전했다.

고령의 장기수 선생님들을 모시고 매년 조심스럽게 시산제를 지내온 장소에 도착하니, 평평한 돌로 만들어진 제상이 시산제를 올리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우리는 정성껏 준비한 제수를 올리고, 대원들의 안전한 산행과 자주통일을 염원하며 시산제를 거행했다.

함께한 뒷풀이 자리에서 준비한 시루떡의 일부를 광화문 농성장에 가져다주자는 정성희 대원의 제안은 시산제에 참석한 모든 대원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이었다.

2025년 615산악회 시산제를 거행하고 있다. [사진제공-615산악회]
2025년 615산악회 시산제를 거행하고 있다. [사진제공-615산악회]
615산악회 회원들이 시산제를 지내고 단체 기념사진을 남겼다. [사진제공-615산악회]
615산악회 회원들이 시산제를 지내고 단체 기념사진을 남겼다. [사진제공-615산악회]

시산제 후 기온이 뚝 떨어졌지만, 김래곤 총무가 미리 준비한 비닐막 안에서 열린 산상 강연(강사: 정성희 대원, 주제: 한반도 주변 정세 분석)과 이어진 열띤 토론은 한참 동안 식을 줄 몰랐다.

기온이 뚝 떨어져 비닐막 안에서 산상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615산악회]
기온이 뚝 떨어져 비닐막 안에서 산상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615산악회]

 

2025년(乙巳年) 시산제 축문

유세차
단기 4358년, 을사년(乙巳年) 3월 16일 오늘, 산을 사랑하고 민족의 자주·평화통일을 염원하는 6.15한마음통일산악회 회원 일동은 이곳 불암산에서 이 땅의 모든 산하를 굽어보시는 천지신명과 신령님께 삼가 고하나이다.

6.15한마음통일산악회는 2007년부터 지금까지 천지신명과 신령님의 보살핌으로 큰 사고 없이 매월 세 번째 일요일, 비바람과 눈보라 속에서도 정기 산행을 이어왔다. 그동안 아무런 사고 없이 산행을 해 온 것에 감사드리옵나이다.

올해 **을사년(乙巳年)**에도 아무런 사고 없이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이 되도록, 가는 길 오는 길 모두 굽어 살펴 주시기를 바라옵나이다.

또한 우리 민족에게 드리운 미국의 전쟁 야욕과 이에 편승하는 반민족적 세력이 이 땅에 뿌리내리지 못하도록 하시고, 조미 간 평화 협정 체결과 남북 간 자주적 평화통일이 이루어져 세계 평화의 시금석이 될 수 있도록 굽어 살펴 주시옵소서.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략 전쟁 등 지구상의 모든 전쟁이 종식되어 인류가 평화를 누릴 수 있도록 하여 주시옵소서.

산을 사랑하고 민족을 사랑하는 우리 6.15한마음통일산악회 회원들은 산을 닮아 넓은 마음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돕는, 화목하고 돈독한 우정을 나누는 산악회가 되겠습니다.

천지만물을 주관하시고 전지전능하신 천지신명과 신령님이시여!
폐암으로 8년째 투병 중인 권오헌 산악회장님을 비롯하여 6.15한마음통일산악회 회원들과 자주적 평화통일을 바라는 모든 동지들, 그리고 그들의 가족이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도록 굽어 살펴 주옵소서.

이제 정성껏 장만한 제수를 차려놓고 맑은 술을 올리며, 안전하고 사랑이 넘치는 산행을 할 수 있도록 축원하오니, 저희들 스스로 산에서는 겸손하고, 산 밖에서는 자중자애할 것을 다짐합니다.

올 한 해도 6.15한마음통일산악회의 산행길의 무사와 안녕을 바라옵고 비나이다.
정성을 모아 잔을 올리오니, 부디 흠향하시고 굽어 살피소서.

단기 4358년 을사년(乙巳年) 3월 16일
6.15한마음통일산악회원 일동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