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전의 날이 밝았다. ‘12.3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의 탄핵소추안이 지난해 12월 14일 국회에서 통과되고, 헌법재판소(헌재)에서의 심판 과정을 거쳐 세 달이 지난 지금 그 선고의 날, 선고 주간(週間)을 맞았다.
윤석열 탄핵 사안을 둘러싸고 그동안 탄핵찬성세력(탄찬세력)과 탄핵반대세력(탄반세력)은 여의도를 시작으로 헌재 앞과 광화문 일대에서 힘겨루기를 해왔다. 일부에서는 ‘내전 중’이라는 표현도 써왔다. 그 절정은 지난 15일 토요일이었다. 경찰이 차벽을 세워 진공상태가 된 세종문화회관과 KT빌딩 부근의 광화문광장을 중심으로 해서 한편으로 탄반세력은 세종로사거리에서 시청 앞쪽에 걸쳐 세를 형성했고, 다른 한편으로 탄찬세력은 경복궁역에서 안국역에 걸쳐 세를 과시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번 주에 헌재 선고가 예상되기에 총출동을 했기 때문이다.
헌재 선고와 관련 여러 설들이 난무한다. 양측은 서로 8대0으로 인용되거나 기각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7대1, 6대2라는 설도 있는데 이렇게 되면 국론분열이 노출되므로 전원합의를 위해 의견을 조율하고 있단다. 지어 5대3이라서 대기 중인 헌재 재판관을 기다리고 있다고도 한다. 일부에서는 각하라는 주장도 나온다. 나아가 예상보다 늦는(?) 탄핵선고와 관련해서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온갖 억측이 떠돈다.
한국사회에서 한 가지 사안을 두고 국민적 관심이 높은 적이 적지 않지만 이토록 폭발적인 관심을 보인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축구 등 스포츠에서의 전통적인 한일전 분위기를 당연히 넘어서며 8년 전의 박근혜 탄핵건을 능가한다. 문제는 이 사안이 단순한 병가지상사를 넘어 사생결단이 됐다는 점이다. 최후의 결전과도 같았던 15일의 탄찬세력과 탄반세력 간의 아스팔트 풍경은 어떠했을까?
먼저, 참가 인원을 보자. 위에서 알린 양측의 거점 지역이 꽉 찼다. 서로 100만명이 넘었다고 주장한다. 셀 수도 없고 정확한 통계도 없으니 그렇다고 치자. 참가자들을 보면, 탄반진영은 젊은이들도 꽤 있지만 아무래도 나이든 층이 주인공이다. 특히 기독교인들이 많은 듯하다. 탄찬진영은 단연코 젊은이들이 압도적이다. 연인들과 어린아이들도 많다. 깃발과 시위 소도구들을 보면, 찬반진영은 태극기와 성조기 일색인데 비해 탄찬진영은 각 단체들, 노조들, 그리고 소모임들로 자신들을 알리는 깃발과 응원봉들이 다채롭고 다양하다.
그리고 구호를 보면, 탄반진영은 특정 헌재재판관과 야당지도자를 거명하고는 “죽이자”, “처단하자”를 섬뜩하게 외친다. 탄찬진영은 “윤석열 탄핵”을 외치지만 전반적으로 단결을 촉구한다. 특히 시위 분위기에서 갈린다. 양쪽 진영 모두 절박함이 있으나 탄반진영은 비장하고 탄찬진영은 즐긴다. 전자에는 종교적 배타성이 넘치고 후자에는 공동체적 가치가 돋보인다.
어느 쪽이 이길까? 시쳇말로는 비장한 쪽이 이긴다고 한다. 그러나 고전에는 즐기는 쪽을 이기지 못한다고 회자된다. 어쨌든 헌재는 이번 주에 선고를 내릴 공산이 크다. 어차피 승패는 갈리기 마련이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고 했다. 성심을 다했으면 하늘의 뜻을 기다리는 법이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단순히 국론분열 정도가 아니라 마치 건곤일척의 혈투장면이다.
헌재 선고 이후가 더 걱정이다. 지금 상태로는 헌재가 어떤 선고를 내려도 한쪽이 승복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헌재 선고일이 결전의 날이 아니라 승복의 날이 되어야 한다. 어느 쪽으로 선고되든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는 유지되고 살려야 한다. 유일한 길은 양측이 승복의사를 밝히고 승복하는 일이다. 헌재 선고를 찬반진영의 승패 개념이 아니라 국가공동체 수호로 봐야 하는 이유이다.
일부에서 지금의 탄찬세력과 탄반세력 간의 대립을 두고 흡사 해방 후 신탁통치를 놓고 맞섰던 찬탁세력과 반탁세력 간의 대결로 비유하기도 한다. 맞지도 않고 옳지도 않다. 어쨌든 그 상황으로 돌아가선 안 되며, 돌아갈 수도 없다. 분명한 건 지금의 남남대결이 남북갈등보다 더 심하다는 점이다. 국가공동체를 살려야 한다. 우선 국가공동체를 살려야 민족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다.


출처 : 통일뉴스(http://www.tongil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