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지금 내란 중입니다. 해가 바뀌었는데도 ‘12.3 내란’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지어 ‘내전’ 상태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최후의 보루라는 법원이 습격까지 당했습니다. 19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직후에 그의 극렬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켰습니다. 경찰관들과 취재진들을 폭행했으며 법원 건물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나아가 CCTV 서버를 찾아 파괴하고, 영장 판사 집무실도 노렸다고 합니다. 사법사상 유례없는 참사입니다.
대개의 사건에는 인과율(因果律)이 있기 마련입니다. 서울서부지법 폭동사건이 결과라면 그 원인은 당연히 윤석열과 그 잔당의 선동입니다. 윤석열은 민주화 운동의 성과물인 절차적 민주주의를 악용해 공수처의 수사 절차에 대해 매번 불복했을 뿐만 아니라 매시기마다 수차례에 걸쳐 입장문을 발표해 탄핵 일정을 지연시키고 지지자들에게 결집과 투쟁할 것을 종용했습니다. 이에 맞춰 국민의힘 의원들과 정광훈 목사, 극우 유튜버들도 아스팔트와 유튜브를 통해 불체포와 불구속을 부추겼습니다. 결국 이 모든 게 합쳐져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건이라는 사달이 터진 것입니다.
이처럼 12.3 내란을 종식시키고 그 우두머리와 주요 종사자들을 잡아들이는 과정도 산 너머 산이지만, 특히 그 과정에 나타난 윤석열의 언행에서 갈 데까지 간 한 인간의 어떤 모습을 봅니다. 이 모든 사태의 근원에는 윤석열이 있고 또 이 과정에서 윤석열의 민낯이 드러났습니다. 그 이전은 생략한다고 해도 12.3 내란 이후 지금까지 윤석열의 처신에 대해 표현한다면, 막장극을 펼치고 있는 그의 행동은 졸렬하고 처세는 비루합니다.
윤석열은 12.3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12월 7일 대국민 사과에서 “법적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매시기마다 정정당당하게 나서는 게 아니라 법망을 피할 요량으로 머리를 굴리니 ‘법기술자’, ‘법꾸라지’라는 말이 붙을 정도로 졸렬합니다. 아울러 체포와 구속을 면하려고 거짓말에 거짓말을 일삼으니 이 또한 비루하기 짝이 없습니다.
윤석열의 졸렬하고 비루한 처신은 차고도 넘칩니다. 새것이 연일 터집니다. 내란 당일 상황을 지휘하면서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 국회의원들을 끄집어 내라”는 지시는 두 달도 못돼 유물(遺物)이 되어버렸습니다. 내란 행위의 핵심 중의 하나인 포고령과 관련 윤석열 측이 황당하게도 ‘포고령을 김용현 전 장관이 잘못 베낀 것’이라 하자, 김용현 측이 “김 전 장관이 초안을 썼고 대통령이 검토했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고 합니다. ‘내란 동지’들끼리 책임을 서로 떠넘깁니다. 더 놀라운 것은 윤석열이 체포되기 며칠 전 대통령경호처 부장단 오찬에서 “(체포영장 집행 때) 총을 쏠 수는 없냐”라고 물었고 이에 김성훈 차장은 “네. 알겠습니다”라고 답변했다는 것입니다. 이게 실행됐다면... 생각만 해도 오싹합니다.
여기에서 갈 데까지 간 한 인간의 모습을 봅니다. 그러나 아직 끝까지 간 것은 아닙니다. 윤석열은 자신의 생존과 안위를 위해서는 뭐든지 할 것입니다. 남은 불복 절차인 구속적부심도 유력하게 거론됩니다. 앞으로도 헌재와 법원에서 이른바 ‘법정투쟁’을 할 공산도 큽니다.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심산으로 되든 안 되든, 아니 안 될 줄을 뻔히 알면서도 무조건 내지를 텐데 그 본질은 지지자들의 결집일 것입니다.
지지자들의 결집을 통해 어떤 변수를 노릴 것입니다. ‘법원 습격 사건’과 같은 ‘제2의 사건’이나 ‘제2의 내란’을 기대할 수도 있습니다. 그 변수를 무력화시켜야 합니다. 지금 세 가지입니다. 하나는 서울서부지법 폭동자들을 일벌백계로 처리하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내란을 지속적으로 부추기고 있는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과 전광훈, 극우 유투버들에게 엄격한 법의 잣대를 적용하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가장 중요한 것으로 이제까지 언행에서 보여줬듯이 법정투쟁에 나설 윤석열의 궤변을 헌재와 법원에서 헌법과 법률의 이름으로 단호하게 대처하는 것입니다.
졸렬하고 비루한 자들의 ‘갈 데까지 가보자’는 심산을 막는 유일한 방법은 ‘이제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여기가 막장이다’며 ‘절망’을 명확히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내란의 지속과 재발을 막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수호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