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잠잠해졌던 서해5도 인근수역의 남북 간 관할권 다툼이 북측의 `남한 함정 영해 침범` 주장으로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첫 정규군 교전 사태로까지 번졌던 서해5도 문제는 교전발생 후 정확히 1년만에 개최된 남북 정상회담 이후부터 북쪽에서 공식적으로 문제삼은 적이 없어 원만하게 해결되는 듯했으나 이번에 다시 불거진 것이다.

지난해 6.15서해교전 이후 북측은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에 합의하기 직전까지 서해5도 인근수역 관할권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 왔다.

정상회담 합의사실 발표를 2주 가량 앞둔 지난 3월 23일 북한 인민군 해군사령부는 `북측 영해에 속해 있는` 서해 5도를 출입할 수 있는 통항로 지정을 골자로 한 `통항질서`를 일방적으로 발표했으며 앞서 지난해 9월 2일에는 군 총참모부 특별보도를 통해 서해상 북방한계선(NLL) 무효 및 서해 해상군사통제수역을 일방적으로 선포했다.

`통항질서` 발표 이후 10개월여 동안 서해5도 문제에 침묵을 지켜왔던 북한이 14일 `군사 소식통`을 인용한 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남조선 해군 전투함정이 지난 5, 6, 13일과 14일에 백령도 인근 북측 영해를 깊숙이 침입했다`고 주장했다.

남측은 이 주장에 대해 `북한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사실이 전혀 없다`고 즉각 부인했으나 사실 여부와는 별개로 왜 북측이 이 시점에서 다시 서해5도 문제를 들고 나왔는지가 주목된다.

남북은 우여곡절 끝에 오는 18일 제2차 남북이산가족 상봉 대상자 명단을 교환키로 했으며 남.북.유엔사 사이에는 경의선 복원사업 추진과 관련해 비무장지대(DMZ) 관할권을 놓고 첨예하게 맞부딪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6일 오전 11시22분께 한미 합동 독수리훈련에 참가 중이던 미군 전투기 2대가 군사분계선(MDL)을 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북측은 `26일 오전 11시 22분경 미제 전투기 2대가 개성시 판문군 일대 우리측 영공 깊숙이 침입해 우리 인민군 군인들이 즉시 자위적 조치를 취하자 급해 맞은(다급한) 적 전투기들은 황급히 강화도 방향으로 도주했다`고 주장했으며 미군측은 북측에 공식 사과하는 것으로 이 사건을 마무리지었다.

이같은 일련의 상황 가운데 비무장지대 관할권, 미군 전투기 월경사건을 비롯, 북측의 이번 서해5도 수역 관할권 제기 등은 모두 정전협정과 관련이 있다는 공통성을 갖고 있다.

이번 `영해 침범사건`에 대해 북측은 `지난해 6월에 있은 서해사건 전야를 방불케 하고 있다`며 엄중한 사태로 인식하는 입장을 보였다. 뒤집어보면 북측 역시 서해교전과 같은 비극적 상황이 재연돼서는 안 되며 이를 위한 근본적인 조치로 정전체제의 평화체제로 전환이 시급하다는 종전의 주장을 되풀이 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사상 최초의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고위급 회담 개최, 서방과의 관계개선으로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데 어느 때보다 좋은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북측은 우연이든 고의든 최근들어 동시다발적으로 북측을 자극하고 있는 한미 양측에 `경고`를 보낼 필요성도 느낀 것 같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특히 남측에 대해 남북관계 진전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좋지 않은 신호로도 볼 수 있어 경의선 복원이나 당장 코앞으로 닥친 이산가족 교환방문이 차질없이 이뤄질지 우려된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의 경우 북측은 이번과 똑같이 남측이 먼저 서해5도 인근 `영해`를 침범했다고 주장했으며 6.15교전 사태 이후 금강산 관광객을 억류하고 금강산 관광을 일시 중단시켰다.

북측은 이어 베이징(北京) 차관급 회담에 참석하기는 했지만 6.15사태를 이유로 별다른 성과없이 끝내고 말았다.

다만 이번 북측 입장표명이 군부나 대남기관 아닌 언론보도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 사태의 책임을 `남조선 군부 당국자`들로 한정하고 있는 점 등으로 미뤄 볼 때 심각한 상황으로 전개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2000/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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