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흥 / 통일뉴스백두대간종주대 대원
산행일자 : 2024년 6월 26일(일)
구간 : 오산삼거리~한강봉~챌봉~울대고개
거리 : 12.5km (오동진 후미대장 기록에 근거함)
참여인원 : 14명
1. 추가령 지구대가 시내 중심을 지나면서 동서 양옆으로 산줄기를 동반하는 지형적인 특징을 지닌 양주에는 높진 않으나 아기자기한 산들이 많음.
2. 고대로부터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많으며 삼국시대 이래 교통, 군사, 물산의 중요 거점이었던 곳.
3. 고도 400~500m의 평이한 지형이며 이곳 역시 도로와 자주 만나며 묘원과 개발 등으로 훼손이 많음.
대간 대원들에게도 지금은 산 이름, 지명도 생각나지 않을 게 거의 확실한데 지난 산행을 되짚어 기록을 남겨야 하는 기록자의 입장에서는 난감함보다 미안함이 앞선다.
때 놓친 기사는 뉴스가 아니라 쓰레기, 지체된 진실은 정의가 아니라는 말을 끌어들일 것까지야 없겠지만 지연된 산행기가 김빠진 술처럼 마시나마나한 술처럼 하나마나한 작업이 되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대원들의 이해를 바라며 한 달 전 사건을 더듬어 나름의 기억을 되살려내 본다.
당시 기록했다 해도 한 달 후면 가물가물할 게 분명했다. 기록되지도 않은 사건이야 말할 것도 없이 필시 망각의 운명이다. 요즘 국회에서 벌어지는 청문회나 상임위에 출석한 나쁜 놈들이 매번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을 해대는 게 이해가 될 정도다.
그래도 대원들이 찍어 올린 사진 덕에 기억의 실마리를 풀어낸다. 파노라마 같은 사진들을 다시 보니 다행히 희미하게라도 떠오르는 한두 장면이 있긴 하다. 이래저래 산행기가 아니라 산행 회고기가 되었다.
5월 지리산 종주로 12구간을 불참했던 터라 두 달 만에 참가하게 되는 한북정맥 정기산행이어서 조금 더 반가운 마음을 안고 도착한 양주역에서 대원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항상 정시보다 일찍 도착해서 다른 대원들을 맞이해 주시는 김재선 대원, 전용정 대장, 이석화 대원, 약속시간을 지난 첫차로 도착하는 한두 분을 합류시켜 팀이 완성된다. 박명한 대원은 첫 휴식지점쯤에서 만나기로 하고 본대보다 앞서 미리 출발했다.
여유 있게 도착해서도 초조하게 기다리는 분, 시간 지나 도착해서도 유유자적한 분들의 공존. 항상 그렇다 할 정도로 반복되는 집결 때 풍경이다.
늘 그 자리에 있는 이계환 대원, 혜성같이 등장해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김지영 대원, 예의 경사길 숨소리와 밝은 기운으로 팀에 녹아 있는 서효정 대원 등 세 분의 불참은 출발의 분위기를 조금 가라앉게 만든다. 이계환 대원의 빠른 쾌유, 김지영 대원의 멋진 고향방문, 서효정 대원의 알바 대박을 기원한다.
산행을 위한 버스로 이동한다. 기사의 하차 정류장 패싱, 버스 하차부터 3~400미터쯤 사소한 어긋남이 발생한다. 산행 시작 지점이 불분명해 정맥길 찾기에 잠시 어수선하고, 대모산성이 대간의 마루금인지 아닌지, 오늘 구간 끝 무렵 도봉지맥과 오두지맥 이견까지... 사소한 어긋남이 기억되는 산행으로 머리는 기록하고 있다.
전용정 대장 “맞아 이 길로 가면 돼.”
김재선 대원 “그 길로 가면 안 돼, 이리로 가야 돼.“
이지련 단장 “기록에는 대모산성을 따라가야 한다고 되어 있어, 철탑을 찾아야 돼.”
이방형 대원 “여기 산악회 표식이 있어요!”
(어느 분이 어떤 말을 했다고 적지 않아도 우리 대원들은 이미 잘 아시리라 봅니다.)
길을 잃고 길 찾기 할 때의 선두팀들의 대화다.
산길 파악에 둘째가라면 억울할 전용정 대장과 산경표(山經表), 산내비게이션이라 불리는 김재선 대원의 산행루트 판단은 항상 일치하지만은 않는다. 현지 향토학자를 능가할 정도로 구간정보를 제공해주는 이지련 단장의 견해까지 더해져 말이 나뉘게 된다. 선두와 후미를 오가며 항상 부지런한 이방형 대원의 길찾기가 성공하면 논란은 마무리된다. 대장-대원들 간의 이견이 전혀 긴장감을 불러일으키진 않는다.
“더 가지마.”
“맨 뒤에 있어서 헛걸음 안했네 하하...”
관망조로 여유작작한 후발 무리의 풍경이다.
이는 따질 일도, 편들 일도 아니어서 갈 길이 결정되면 그저 ‘아 그런가요’ 하며 받아들이고 다시 길을 재촉하면 된다는 걸 대원들은 그간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바른길을 찾기 위한 잠시의 어긋남, 그러고 나면 그뿐! 대원들의 책임감과 결정되면 합심단결해 따르는 대간팀의 내공이 드러난다.
길을 놓쳤을 때 흔적조차 모를 정도의 길을 찾았을 때의 안도감, 생명선 같은 산속의 작은 길이 얼마나 소중한지는 헤매본 사람만 알 것이다.
산행에서 보통 대장을 포함한 산행그룹은 ‘어디로 가야 하나, 어디쯤 가고 있을까’를 예민하게 살피게 되고, 중간과 후미에 서는 대원들의 관심은 ‘얼마나 더 가야 하나’ 정도거나 자기와 동료의 일상에 있게 마련이다.
중간에 먼저 출발한 박명한 대원과 합류하면서 이번 산행팀은 완전체가 된다.
시야가 트여, 조망이 확보되면 김재선 대원 주변엔 산까막눈들이 해설을 듣기 위해 모여든다.
호명산(423m), 한강봉(475m), 챌봉(521m), 울대고개(423m).. 장대하지도, 험하지도 않고, 길지 않은 구간이지만 산경표 김재선 대원이 해설해주어야만 주변의 산세와 산맥의 흐름을 이해하게 되고 비로소 갈 길이 열리고 지나온 길이 확연하게 보인다.
바위 많고 호랑이가 크게 울어 대던 산이라 해서 범울산, 호명산으로 부르는 지점을 지난다.
한강봉은 남쪽의 물은 한강으로, 북쪽은 신천과 덕계천으로 흘러 임진강으로 흘러들게 하는 분수령인데 정상석도 없고 정확한 지점도 확인하지 않아 지나쳤는지조차 모르고 스쳐 지나간다. 대간팀은 한강봉에서 갈리는 오두지맥(김재선 대원의 산경표 설)으로 가지 않고 원래의 계획대로 도봉지맥(전용정 대장의 정통산악회 설)으로 방향을 잡는다.
한북정맥 끝단이 거의 보이는 지점에서 ‘어쩔 수 없이 도심아파트 구간을 통과하게 돼 산행 자체로는 정말 재미없는 기이한 코스를 한북정맥 길이라는 이유로 계속 걷는 것이 유의미할까’ 회의론이 조금씩 싹튼다. 한북정맥 종주가 어찌 결말지어질지 흥미로운 대목이다. 어떤 결론도 다 좋다. 무심한 태도로 지켜본다.
원래 제일 높은 봉우리라 하여 제일봉이라 불렀는데 미군이 챌봉으로 발음하면서 챌봉이 되었다 한다. 과히 높지 않은 흔한 봉우리에도 미군의 그림자가 어려있는 비극의 땅임을 느끼게 한다. 본 구간 최고봉 챌봉(521m)을 지나면서는 울대고개까지 완만한 하산 구간만 남기고 거의 마무리된다.
전날의 큰 비와 전국에서도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한 권역에 속해 후텁지근한 날씨에 땀은 비오듯 해도 한북정맥 13구간의 높이와 거리는 대원들을 탈진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압도감이 없는 산세와 다소 만만한 정도의 거리는 산행을 느슨하게 만든다.
초반 어수선한 길 찾기 수고로움이 있었지만 헛고생이라 할 만한 헤맴 없이 여유 체력이 남았을 정도로 밋밋잔잔한 평탄한 노정이다.
고급스럽게 깔끔했던 뒤풀이 식당에서도 김태현 대원과 ‘뺑끼 선생’ 양호철 대원의 술 욕망과 기개는 아쉽게 감질나도록 충족되지 못한 채 13구간은 마무리되었다.
어제 운명을 달리한 이 시대의 ‘뒷것’ 김민기 노래 속에서 산행기 분위기가 조금 무거워진 느낌이다.
긴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내 맘에 설움이...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물이오 무엇이 산것이고 무엇이 죽었소...
저들에 푸르른 솔잎을 보라...
어떤 인생이든, 어느 역사의 길목에서든 ‘어디로 가야 하나? 어디쯤 가고 있는가?’란 화두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산행을 하다 보면 대개 한 번쯤은 이 생각을 하게 된다.
가야할 길, 갈 수밖에 없는 길, 가고픈 길... 어떤 길을 맞닥뜨려도 간다!
조명받아 화려하지만 우물쭈물 대는 ‘앞것’들을 뒤로 하고 의연하게 앞서 가버린 당당한 ‘뒷것’ 김민기의 죽음을 애도한다.
“지난달 산행기도 아직 안 올렸어.” 전용정 대장의 한마디에 마음 푹 놓고 산행기를 써야 한다는 아주 약간의 부담을 안고 차일피일 뭉개고 있다가 더 시간을 끌다가는 최소한의 책임도 못하는 지경이 될 것이라는 위기감의 극한에서 뒤늦은 산행기를 마치며 빚잔치의 홀가분함으로 산행기의 후기를 적는다.
“산행기는 제때에 작성해야 한다!”


출처 : 통일뉴스(http://www.tongil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