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소환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피격 후 첫 유세에서 지난 시기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과의 대화 내용을 공개하면서 ‘핵을 가진 북한과도 잘 지냈다’는 요지의 말을 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과 잘 지냈었다”면서, “그는 핵무기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 내가 대통령이었을 당시 여러분은 결코 위험에 처할 일이 없었다. 잘 지내는 일은 좋은 일이지 나쁜 일이 아니다”, “좀 긴장 풀고, 야구 경기나 보러 가자” 등등의 말을 했다며 김 위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입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틀 전인 18일(현지시간)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후보 수락 연설’을 통해서도 김 위원장을 불러냈습니다. 트럼프는 “나는 그와 잘 지냈고 우리는 북한으로부터 미사일 발사를 중단시켰다. 이제 북한이 다시 움직이고 있다”면서 “우리가 (백악관으로) 돌아가면 그와 잘 지낼 것이다. 그도 나를 보고 싶어 할 것이다”라고 우쭐대기도 했습니다.
지난 13일 옥외 유세에서 총알이 귀를 스치는 암살 미수 사건 이후 ‘하늘이 도왔다’며 마치 대통령이 될 운명인 것처럼 승승장구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중요한 자리에서 두 번이나 소환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부동산 갑부로 미국 역사상 가장 부유한 대통령이었던 트럼프가 대선에 다시 도전합니다. 엄청난 금력에다 세계 최고의 권력을 갖게 되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영리한 트럼프는 대통령 당선 이후까지 노리고 있습니다. 지난 대통령 현직 때 놓친 게 하나 있기 때문입니다. 권력과 금력에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보탤 게 있다면 그것은 아마 명예일 것입니다. 권력과 금력은 그 소유자가 죽으면 끝이지만 명예는 당사자가 죽어도 영원히 남습니다. 미국 대통령에 걸맞는 최고의 명예는 노벨평화상일 것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 상대로 김 위원장을 염두에 두었을 것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과거 집권 기간 김 위원장과 싱가포르(2018.6), 하노이(2019.2), 판문점(2019.6)에서 모두 세 번이나 만났고, 두 정상 간에 주고받은 친서만도 알려진 것이 27통이니 그 이상이 될 것입니다. 이럴 정도이니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브로맨스를 과시하며 재집권 시 톱타운 정상외교 재개 가능성을 시사한 것도 전혀 엉뚱하지는 않습니다.
마침 이에 대해 북한은 23일 조선중앙통신사 논평을 통해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있을 때 수뇌들 사이의 개인적 친분관계를 내세우면서 국가 간 관계들에도 반영하려고 한 것은 사실이지만 실질적인 긍정적 변화는 가져오지 못하였다”면서 “공은 공이고 사는 사라고 국가의 대외정책과 개인적 감정은 엄연히 갈라보아야 한다”는 반응을 내놓았습니다. 어쨌든 북한도 ‘김정은-트럼프’ 간의 브로맨스는 인정한 셈입니다.
트럼프의 꿈이 이뤄지려면 한반도 비핵화와 대북 적대시정책 폐기를 포함해 북미 간 관계정상화가 이뤄져야 합니다. 북미 간 관계개선은 북한에게는 나라의 생존과 번영이라는 공적이고 목적의 문제로 됩니다. 그런데 양국 관계개선이 트럼프에게 노벨평화상 수상이라는 사적이고 수단의 문제로 치부된다면 이는 사리에 맞지 않습니다. 트럼프의 낌새를 눈치챘는지 북한이 “공은 공이고 사는 사”라며 미리 선을 긋는 모양새가 됐습니다.
보다 중요한 건 북한의 대미 인식이 5년 5개월 전인 2019년 2월의 ‘하노이 노딜’에 멈춰있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하노이에서의 ‘김정은-트럼프’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은 미국에 대해 앞으로 다시 만나려면 기존 방식이 아닌 ‘새로운 계산법’을 가져오라고 줄곧 요구해 왔습니다. 이 ‘새로운 계산법’ 요구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나아가 지난 5년여 기간 동안에 북한은 핵무기 고도화, 유엔의 대북제재 무력화 그리고 러시아와 준동맹관계 수준으로까지 몸집을 키웠습니다. 게다가 미국은 ‘하노이 노딜’이라는 원죄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먼저 움직이지는 않을 것입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면 먼저 움직여야 합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사가 위의 논평에서 밝혔듯이 “조미(북미) 대결의 초침이 멎는가 마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의 행동 여하에 달려있다”는 것입니다.


출처 : 통일뉴스(http://www.tongil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