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팍이 아퍼 기어다님서 뭣헐라고 짠지 모르겄네 미쳐불겄소 내가
헐 수 있응게 허제 나 죽어불믄 생각날 것잉게 암말도 허지 말어야”

싱어송라이터 박종화의 2024 정규앨범 ‘엄마’의 대표곡 <엄니표 참기름> 나레이션 한 대목이다. 생생한 전라도 사투리가 마음의 바닥을 훑고 지난다.

“어쩌면 독집으로는 저의 마지막 앨범이 될 것 같다”는 이번 앨범은 “전체의 주제는 어머니”다. “대한민국 근현대사 100년을 관통하는 어머니가 여기에 있다. 한으로 맺힌 붉은 피를 토하고 있는 우리의 어머니가 있다”는 여전한 비장함이 깔려있다.

안중근 장군을 배웅하는 ‘전사의 어머니’, 생이별로 울부짖는 조국 분단의 ‘분단의 어머니’, ‘5.18어머니’, 노란색 보라색 ‘광화문의 엄마’, 거기에 더해 대표곡에 등장하듯 “속절없이 늙어버린 저의 어머니”까지...

싱어송라이터 박종화의 2024 정규앨범 ‘엄마’의 표지(앞뒤). 작가의 한글서예를 표지에 사용했다. [사진 제공 - 박종화]
싱어송라이터 박종화의 2024 정규앨범 ‘엄마’의 표지(앞뒤). 작가의 한글서예를 표지에 사용했다. [사진 제공 - 박종화]

첫 곡 <음반의 이유>와 마지막 곡 <감사해요>는 나레이션과 반주음악으로, 이를 포함해 <엄니표 참기름> <병실에 와서> <감사해요> <둘째아들의 선물> <5·18어메> <분단의 어머니> <미안해> <30번 남자> <전사의 어머니> 등 11곡의 노래가 영상과 함께 실렸다.

“세월 가면 잊혀질까 그리운 얼굴/ 오월의 꽃으로 저버린 당신/ 잊으려고 애를 써도 사무치는 당신/ 상무관 내 남자 30번의 남자/ 싸늘한 당신을 지게에 싣고/ 비틀비틀 걸어갔던 금남로 십리 길...”

1980년 계엄군의 총탄에 쓰러진 남편의 시신 번호 30번, 이제는 오월의 어머니가 된 팔순의 여인... 박종화는 “오메 오메 여든이 다 돼가꼬도 당최 잊을 수가 없당게”라는 넋두리를 대신 쏟아낸다.

전라도 토박이 박종화의 비장미는 80년 광주에서 비롯돼 지금도 여전히 세월호 어머니들의 노란 리본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나아가 작가 본인의 어머니에 대한 ‘감사해요’ 같은 깊은 회한에도 “사람 사는 세상 됐다 됐어 우리 아들 만세” 같은 운동적 감성을 한자락 깔았다.

[사진 제공 - 박종화]
작가가 스스로를 규정한 ‘서예가, 시인, 작곡가겸가수, 공연연출총감독’ 박종화. [사진 제공 - 박종화]

‘서예가, 시인, 작곡가겸가수, 공연연출총감독’, 실제로 한글서예 개인전과 시집들, 30여 차례단독공연과 400여곡의 자작곡, 5.18민중항쟁 30주년 전야제 총감독, 전국 5.18 40주년 문화예술제(전두환퍼레이드) 총감독 등 그의 이력은 예술 전반에 걸쳐있고, 광주민족예술단체총연합(광주민예총) 이사장 역임은 작가 이력의 총결인 셈이다.

“앨범 낼 때마다 한 곡이라도 떠야 한다는 극도의 강박관념에 시달려온 37년에서 해방되고 싶은 마음에 홀가분하기도 하다”며 “이젠 음악도 가지고 놀 듯 편하게 하고 싶다”는 작가의 바람에 고개가 끄덕여질만도 하다. 물론 이번 음반도 편하게만 들을 수만은 없는 비장미를 담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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