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정주(중앙여자고등학교 교사)


나는 지구과학 선생이다. 몇년간 특별활동으로 전공에 걸맞는 천문반을 특별활동으로 운영해 오다 통일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며 올해 처음 통일반을 운영하고 있다.

천문반은 주로 계절별 별자리의 신화와 위치 등에 대하여 공부했는데 아이들의 집중력은 많이 떨어졌다. 별로 궁금해하지도 않는 아이들에게 이것저것 설명하는 일은 아이들만큼이나 나도 재미없는 일이었다. "아이고 무심한 녀석들아! 수업이 잘 안되는 것은 다 너희들 탓이다."

통일에 대해서는 전교조에 가입을 하고 나서야 관심을 갖게 되었다.

남북의 정상이 만나 역사적인 6.15 공동선언을 이루어내고 금강산 관광을 하고 이산 가족이 교류하는,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지만 어쩜 내 의식의 저변에는 학생시절 강제적으로 주입되었던 반공과 멸공의식이 짙게 깔려 있었다.

전교조에서 훌륭한 동료 교사들과 함께 공부를 하고 역시 훌륭한 강사님들의 강의를 듣기도 하면서 현대사에 대해 알게 되었다. 특히 분단의 원인과 고착, 독재정권들의 분단의 이용 등을 공부하면서 이제라도 아이들에게 통일 교육을 하지 않으면 통일은 가까이 오지 않음을 절감하였다.

분단 조국의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할 수 있는 살아있는 교육중에 통일 교육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는 뒤늦은 깨우침으로 여러 가지 면에서 부족하지만 덜컥 통일 교육에 동참하게 되었다.

작년 수업 들어가는 반마다 내가 내년에는 부푼 포부를 갖고 특별활동반으로 통일반을 하려한다고 선전(?)을 했더니 효과가 있었나 보다. 인원이 많이 차고 넘쳐서 일부 학생들은 눈물을 머금고 다른 반에 갔다.

그런데 뜻밖에 고3 아이들이 많이 와서 난 내심 혹시 이것의 나의 인기가 아닌가 착각을 했지만 이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첫 시간에 앞으로의 바람을 써보라고 했더니 대부분의 고3 아이들은 작년처럼 3학년은 자습할 수 있게 해 달랬다.(작년에 천문반에서 고3은 한쪽에 모여서 자습을 했다.)

"아이구 그럼 그렇지, 착각은 자유였다." 냉정히 올해는 그럴 수 없음을 밝히고 다른 반을 찾아가라고 했더니 많은 3학년이 미안한 미소를 띄우며 떠나갔지만 몇 녀석들은 자습은 바라지 않고 선생님의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겠다며 나를 감동시켰다. 이로써 인원이 어느 정도 정리되고 우리의 수업은 시작되었는데 놀라운 것은 아이들이었다.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현대사 부분에 대해 수업을 하는데 아이들은 자세히 알 수 없었던 진실에 대해 많이 놀라고 가슴 아파하며 매시간 수업을 경청하고 발표를 하였다. 아니 그 졸고 떠들고 몸을 비트는 아이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나 역시 천문반을 할 때는 어떻게 하면 1시간을 적당히 때울까 생각했었는데 올해는 1시간을 수업하기 위해 며칠전부터 준비하고 있었다.

역시 수업은 아이들과 교사와의 교감이었다. 아이들의 모습은 나의 거울인데 그동안 누굴 탓하고 있었을까! 초롱초롱한 눈빛의 아이들만큼 나 역시 참 재미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아이들은 통일에 대해 부정적이다. "북한 사람들이 싫다. 통일되면 돈이 너무 많이 든다"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것도 아이들 탓은 아니니라.

세상이 많이 변했지만 학교의 통일 교육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아직도 교무실에는 처음의 나같은 반공과 멸공의 의식이 저변에 깔려있는 교사들이 많이 있다. 그런 우리들이 알게 모르게 통일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줬으리라.

아이들이 달라지기 전에 사실 우리 교사들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교사들의 `통일 교육 소모임`을 꾸려보려고 한다.

"통일 교육 소모임에 참여하여 나처럼 통일반 수업의 재미를 느끼실 분 여기 붙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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