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 정원 증원’ 관련 정부와 의료계 대립이 계속되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1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2천 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하여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고 못박았다.
이날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는 ‘이태원 참사’, ‘부산엑스포 참사’ 때에 이어 세 번째다.
그는 “의사 증원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국가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 활동 의사 수는 11만5천 명”인데 “전문의가 10년 후에 나오므로, 20년 후에야 2만 명이 더 늘어난다”면서 “2천 명은 그냥 나온 숫자가 아니”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확실한 근거를 갖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 2천 명 의대 정원 증원을 결정했다”면서 “의료계가 증원 규모를 2천 명에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려면, 집단행동이 아니라, 확실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통일된 안을 정부에 제시해야 마땅하다”고 공을 넘겼다.
이어 전공의들을 향해서는 집단행동 중단, 의료계에는 협상 테이블 복귀를 요구하는 한편 “국민 여러분의 성원과 지지”를 부탁했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입장문’을 통해 “담화문 내용에서 이전의 정부 발표와 다른 내용을 찾아볼 수 없었다”면서 “많은 기대를 했던 만큼 더 많은 실망을 하게 된 담화문이었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해법이 아니라고 말씀드린 의대 정원 2천명 증원만 반복적으로 언급되고 있어서 답답하다”면서 “현명한 국민들께서 올바른 의견을 모아주셔서 우리 정부가 올바른 길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과 의료계가 서로 공을 넘긴 셈이다.
여론을 반전시킬 윤 대통령의 전향적 조치를 기대하던 여당(국민의힘) 수도권 일부 후보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함운경 후보(서울 마포을)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오늘 대국민담화는 한 마디로 쇠귀에 경 읽기”라며 “그렇게 행정과 관치의 논리에 집착할 것 같으면 거추장스러운 국민의힘 당원직을 이탈해주기를 정중하게 요청하는 바”라고 쏘아붙였다.
이날 오전 의사 출신인 안철수 후보(성남 분당을)는 국민의힘 선대위 회의에서 “의료대란을 초래한 정부 책임자들 경질은 불가피하다”고 밝힌 바 있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대변인은 “국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하여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통해 의료대란을 막고 대화의 물꼬를 틀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으나, 역시나 마이동풍(馬耳東風) 정권임을 확인시켜주는 담화였다”고 꼬집었다.
“기자들이 참석하지도 못하고, 질문도 없이, 새로운 내용도 없이, 기존의 일방적 주장만 한 시간 가깝게 전달하는 오늘 담화는, ‘윤석열 불통정권’의 모습 그대로”라며, “대통령과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숫자에 대한 고집과 집착을 버려야 한다”고 충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