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평화네트워크 자문위원)


막강 파워의 국방부

지난 7월 22일 국방부가 신효순.심미선 압사 사고에 대한 미군의 재판권 이양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며 미군을 적극 감싸고 나섰다. 황의돈 국방부 대변인은 22일 이례적으로 브리핑을 통해 "한국 국방부의 제안으로 차영구 국방부 정책실장과 대니얼 자니니 미 8군 사령관이 지난 16일과 20일 두차례 종합대책회의를 가졌다"며 "공무중 발생한 사고이기 때문에 재판권 이양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황 대변인은 이날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은 태생적으로 불평등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 주장하며 29일로 예정된 한.미 양국군 합동 기자회견에서 "이에 대한 언급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 날 법무부는 이 문제에 대해 국방부가 말할 입장이 아니라며 미군에 대한 재판권 포기 요청은 예정대로 유효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 내에서 국방부와 법무부 간에 그 어떤 정책조정도 이루어지지 않은 모양이다. 아무리 이 정권이 말기에 다다랐다 하더라도 정부내 두 부서가 확연히 다른 입장을 발표하는 어이없는 풍경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더군다나 미군에 대한 재판권 문제는 주무부서가 법무부이지 국방부가 아니다. 괜시리 가만 있어도 될 일을 굳이 비난받을 줄 알면서 딴소리하고 나서는 국방부의 속셈은 뭔가.
  
올해 초부터 국방부는 언론과 시민단체 등에서 국방정책에 대해 비판만 하면 어김없이 `반미 감정` 운운하며 국민의 비판 여론을 폄하하고 왜곡하기를 서슴지 않았다. 국방부의 그간 언사는 미국보다도 훨씬 더 `미국적`이었다. 미국 내에서는 노점상 체인에 불과한 맥도널드가 한국에 와서는 몇 개 층 건물을 사용하는 대형 판매점이 된 것과 마찬가지로 국방부 고위층의 사상과 감정과 습관은 형형색색 미국 물에 흠뻑 젖어 천년 제국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그들은 현재 국민들의 반미 감정이 위험수위에 다다랐다고 말한다. 필자가 보기에는 그들의 친미 감정이 위험수위에 다다랐다.

동맹 관리비의 급격한 상승

그들의 친미주의는 왜 위험한가. 첫째 매우 값비싼 `동맹 관리비`를 지불하기 때문이다. 그러고도 그들은 주한미군 덕분에 `값싼 안보`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과거 원조나 차관에 의지하던 국방시대의 발상이다. 이제 한미 동맹이 값싼 안보라는 기존의 상식과 고정관념은 아래로부터 허물어져 가고 있다.
  
"장관님의 말씀이 아름다운 음악처럼 들립니다" 이 말은 1994년 북한 핵 위기 때문에 팀 스피리트 훈련이 중단되자 당시 이병태 장관이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에서 미국의 페리 장관에게 팀 스피리트 훈련은 한반도 방위에 반드시 필요한 훈련이었으며, 이 훈련이 중단되어 몹시 아쉽다는 발언에 대한 페리의 반응이었다. 당시 미 국방장관은 해외에서는 주민의 반발로 인해 훈련장 확보가 어려운데 오직 한국에서는 거꾸로 대규모 미군의 군사훈련이 필요하다는 말에 미 국방장관은 감동을 억누르기 어려웠던 것이다.
  
국방부 홈 페이지에는 미국이 한국에서 첨단 정보자산을 비롯한 전평시 전력지원으로 한국의 국방비 부담을 덜어주고 이로 인해 대한민국이 커다란 혜택을 입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파격적인 시설과 2조원의 공시지가에 달하는 토지 무상제공, 주한미군 과실에 대해서도 한국정부가 공무상 과실로 인한 배상금 절반을 지급하는 이 꿈 같고 전설같은 공짜 지원에 대해서는 한마디 말이 없다. 이런 지원을 받으니까 미국 내에서 군사자산을 유지하는 것보다 한국에서 유지하는 것이 훨씬 값이 싸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고 그러한 미군 전력 배치가 마치 커다란 `은혜`인 것처럼 말하고 있다.
  
90년대 전반까지 국방백서에 미국이 일본이나 유럽에 주둔하는 것은 "미국이 필요해서 주둔", 한국에 주둔하는 것은 "미군을 필요로 한 주둔"이라고 차별하여 명기한 것도 다름 아닌 우리 국방부다. 이렇게 우리의 위치를 유럽이나 일본에 비해 낮은 위치로 굳이 명기함으로써 어떤 외교적 이익을 얻었는지 필자로서는 납득하기 어렵다.
  
한국에 대한 정보지원, 탄약지원에 대해서도 필자는 값싼 안보지원이라는 국방부 주장도 근거가 없다. 이에 대해서는 95년도에 백두사업에 대한 정책결정시 국방부 고위층의 획득회의 녹취록이 있다. 이 녹취록에서 당시 미국의 영상정보 지원에 대한 경제적 가치를 평가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영상정보, 일명 `핼맷`이라고 불리는 정보지원에 대한 경제적 가치는 연간 2억불이다. 이 2억불은 정보자산 자산가와 운영비를 계산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전세계 우주 위성능력의 현저한 발전을 고려할 때 가격이 떨어지면 떨어졌지 올라갔을 것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그 2억불에 너무 의존하는 것도 장기적으로는 자주국방을 훼손한다.
  
탄약지원도 마찬가지다. 어디 이것이 공짜인가. 미국의 전쟁절차에 대한 각종 법령들은 개전초 약6백억 달러에 달하는 한국의 전쟁물자 지원은 향후 미국의 채권으로 전환되도록 되어 있다. 전쟁이 끝나더라도 갚아야 한다. 유사시 목적으로 국내에 비축한 탄약에 대해 국방연구원은 실태조사를 한 바 있다. 미군의 전쟁비축탄, 일명 WRSA탄은 갈수록 그 경제적 가치가 하락하여 어느 시점에서인가 자산가와 관리비가 같아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와 있다. 이것도 알고 보면 한국군에게 파격적인 혜택이 아니다. 그 탄약관리비는 국민의 혈세로 꼬박 꼬박 지불되고 있다. 우리가 미국에 지원하는 파격적인 혜택에 비해 미국이 지원하는 전력의 경제적 가치가 높다는 것은 근거가 없다. 분명히 말하지만 미국의 안보지원에 공짜는 없다.

세계에서 제일 비싼 안보

물론 안보문제나 동맹을 경제적 가치로만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미군 덕분에 값싼 안보를 하고 있다는 말은 필자가 아닌 국방부가 하는 것이다. 그들이 그렇게 근거도 없는 경제논리를 동원하고 있다.
  
국민의 혈세를 1년에 16조원을 쓰는 국방부가 천연덕스럽게 과거 원조시대의 논리로 국민들의 반미 감정 운운하며 월권을 하는 바로 그것이 반미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리고 반미 감정이 있으면 그게 뭐 어떻다는 건가. 미군이 잘못 한 것을 말할 줄 모르고, 그저 이해만 해주는 그런 나라는 이 지구상에 없다. 그건 국가가 아니다. 이것이 시대 변화를 읽을 줄 모르는 국방부의 친미감정이 위험한 두 번째 이유다.
  
국방부 친미감정이 위험한 세 번째 이유는 대단히 교조적이며 고압적이는데 있다. 우리가 아무리 반미를 외친다 하더라도 미군기지를 테러한 일도 없고 여중생 압사했다고 미군을 집단 폭행한 일도 없다. 미군의 장비를 탈취한 일도 없다. 오직 생존권 차원의 투쟁, 한미관계의 정상화 차원의 투쟁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금의 반미운동은 이데올로기가 탈색된 채 상식적인 차원에서 전개되고 있다. 그런데 이게 도대체 왜 위험하다는 것인가. 국민이 마치 중동의 자살 테러 특공대와 같다는 말 아닌가.
  
그런 부질없는 말을 즉시 취소하기 바란다.
  
한미동맹이 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이유는 돈보다도 더 귀한 자존심이 상처를 입기 때문이다. 이것처럼 비싼 안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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