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조연설하는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기조연설하는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9일 윤석열 정부의 국가안보전략에 대해 △세계가 직면한 안보환경에 대한 객관적 평가와 정확한 위협인식에 바탕을 두고 △자유와 연대를 외교안보의 기본 방향성으로 하여 전 세계를 무대로 지평을 넓히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긴 호흡을 갖고 미래 세대의 안보 역량 강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경제와 안보가 하나로 융합되는 경제 안보 시대의 도래를 직시하고 능동적인 경제안보 추진방안을 제시하는 등 네가지 점에서 전임 문재인 정부와 차별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조 실장은 이날 국가안보전략연구원·국립외교원·통일연구원·한국국방연구원 등 외교·안보분야 4개 국책연구기관이 '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 외교·안보·통일분야 평가와 과제'를 주제로 개최한 공동학술회의 기조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틀전 국가안보실이 8개장, 107쪽 분량으로 발간해 국내외에 배포한 '윤석열 정부의 국가안보전략'의 기본 골자와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이지만, 이날 공동학술회의에 31명의 주한 외국대사들을 초청해 윤석열 정부의 국가안보전략을 설명한 셈이다.

그는 1990년대 냉전의 종식으로 가장 역사적인 변곡점을 맞은 국제질서는 30년이 지난 지금 다시 거대한 지각변동이 시작을 목격하고 있다며, "미·중간 전략경쟁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그간 탈냉전 국제질서를 지탱해 온 자유주의와 세계화라는 양대 축을 뒤흔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군비경쟁이 아니라 자유무역을, 고립 대신 개방을 택해 번영하던 세계가 다시 군비경쟁, 전략적 경쟁구도의 부상, 탈세계화라는 새로운 도전적 흐름에 직면하고 있다는 우려를 표시한 것. 그리고 세계화가 퇴조한 빈 자리에서 경제분야에서는 '자유무역과 신뢰할 수 있는 국가간 연대와 공급망 협력'이 훨씬 강조되고 있다고 짚었다. 이른바 경제안보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거대한 지각변동의 국제질서에 대해서는 △원칙과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의 균열 △초국가적 위협 부상 △경제안보에 국가의 안전과 번영이 달려있는 시대로 요약하고, "다가올 변화의 흐름을 예민하게 읽어내고 미래를 선제적으로 고민하고 준비할 수 있는 전략적 마인드가 무엇보다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인식에 바탕한 윤석열 정부의 국가안보전략은 △자유 평화 번영의 글로벌 중추 국가 지향 △연대와 힘에 기반한 자유, 평화 지향 △위기와 도전을 기회로 바꾸기 위한 뚜렷한 목적의식과 방향성을 중요하게 갖추어야 한다고 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국가안보 전략은 앞으로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히 보여주기 위한 나침판으로 마련되었다"고 말했다.

주요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주요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몇가지 점에서 윤석열 정부의 국가안보전략이 갖는 지나친 단순성과 편향에 대한 평가와 지적이 나온다.

먼저, '국가안보전략'이라는 이름 아래 '위협에 대한 인식'이 가장 필요하다고 앞세우는 점이다.

세계의 변화를 '적과 아'로 구분하는 것이 '정확하고 분명'해 보일 수는 있지만 변화의 복잡성을 읽는데도 문제가 있을 수 있으며,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데 필요한 인식으로도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스스로 언급한대로 탈냉전시대를 유지해 온 가치(원칙)와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는 미중 전략적 경쟁이 격화되면서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건 명백하다. 기존 지배질서가 변하면 패권국가 주도로 가치와 규범의 구체적 내용도 바뀐다는 것은 역사적 견지에서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세계 각국이 크게 요동치는 국제질서속에서 기존 질서와 가치, 규범에만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그는 "누가 우리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적인지, 그 적에 대항하여 우리의 편에 서 줄 나라는 어느 나라인지에 대해서 분명한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하면서 "우리 안보의 실체적 위협이자 당면한 최우선적 안보 위협은 물론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라고 단순 명쾌하게 정리했다.

또 "북한이 소위 위성 명목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한 번에 쏟아부은 비용이 북한 전체 주민들의 10개월 치 식량에 해당된다"며, "무고한 사람들의 삶을 담보로 하는 현재의 취약한 평화가 진짜 평화라고 믿으며, 스스로를 속이고 진실을 회피하는 것은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철학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은 우리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실체적 적이고 이에 맞서기 위해서는 우리 편에 서 줄 나라들이 누구인지를 분명히 하고 그들과 연대해야 한다는 것이며, 이같은 사실을 분명히 하지 않는 것은 '윤석열 정부의 철학''에 맞지 않는다는 것인데, 그 끝이 어디로 향하는지는 모호하다. 그래서 오해를 살만하다는 지적이다.

국가외교안보전략의 주요 특징 중 하나로 "고도화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압도적 역량을 갖추고, 미래의 어떤 군사 환경에서도 싸워 이길 수 있는 전투형 과학기술 강군을 키워내는"것을 목표로 하는 '국방 혁신 4.0'을 강조하면서, 지난달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은 '국방혁신위원회'가 출범한 것도 국방 태세 재설계를 위한 충분한 의지라고 설명했다. 

그런 점에서 특히 국가안보전략에 최소한의 균형을 위해서라도 필요한 '한반도 평화전략'이 송두리째 빠져있는 것은 심각한 불균형이라는 우려와 비판도 제기된다.

적과 아로 나뉜 세계(?)에서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이자 이웃국가'인 미국, 일본과의 연대와 협력의지는 차고 넘치지만, 국가안보에 중요한 당사국이자 교역대상국이기도 한 중국, 러시아에 대해 특별한 언급이 없는 것도 균형감 상실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그는 연설에서 "지난 70여 년 동안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를 통해, 또 국제사회가 제공한 원칙과 규범, 기반 질서 속에서 안전과 번영을 이룩해 왔다"고 하면서 "자유와 연대가 우리 외교안보의 방향성"이라고 했다.

또 '한미 두 나라는 자유, 민주주의, 인권 등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이며, '워싱턴선언 채택을 계기로 한미동맹은 핵기반의 새로운 동맹 패러다임으로 업그레이드'됐다고 하면서 "지난 70년 동안 역내 평화와 번영의 핵심축으로 기능해 온 한미동맹을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한층 더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일관계에 대해서는 "엄중한 안보 경제 환경 속에서 한일간 협력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커지고 있는데도 양국 관계의 경색을 이대로 방치해 둘 수 없다는 전략적 판단 아래 윤석열 정부는 한일간 현안 해결이 필요하다는 결단을 내렸고, 이에 일본이 호응해 오면서 양국관계 개선이 속도감있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자평했다.

반면, 중국에 대해서는 "(윤석열 정부가) 국익을 중심에 두고 원칙과 상호주의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와 협력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를 지향"하는 가운데 "중국과의 관계도 다를 바 없다. 국가간 관계는 상호존중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대한민국의 신장되는 국력에 걸맞게,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당당한 외교를 통해 건강한 한중 관계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선을 긋는 듯한 발언도 했다. 러시아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핵심 신흥기술을 보유한 우방국들과 양자, 소다자 협력을 통해서 공급망 위기 대응 능력 확보, 핵심 기술 보호와 협력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전면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캐나다, 호주,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첨단기술분야 선도국들과 우주, 인공지능(AI),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공동학술회의에서는 △북핵 고도화에 대응하는 우리의 전략방향 △인도-태평양 전략이행을 위한 우리의 추진방안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북한의 태도와 개선전략을 비롯해 3개 세션에 걸쳐 4개 국책연구기관 연구위원 등의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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